제주어는 제주인의 정체성이다

▲ 제주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해야 한다.

제주어의 소멸위기가 현실화되자 이를 지키기 위해 지역에서는 많은 노력과 투자를 기울였다. 교육청에서는 지난 2014년 제주어 보전교육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하며 초ㆍ중ㆍ고등학생들에게 제주어 교육을 확대했다. 또한 제주어 말하기 대회, 제주어 골든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어 활성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다면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는 어떨까? 지역거점국립대학인 제주대에서는 제주어의 보존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지 알아봤다.

◇우리대학의 제주어 교육과 연구는?
 
제주어가 위기에 처하자 많은 국어학자들은 관심을 가졌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의 학자들도 제주도를 방문해 제주방언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우리 대학 또한 제주어의 보존을 위해 프로그램과 강의를 도입했다.
 

▲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에서 조사한 제주방언생태조사 책과 구술 자료집.

첫 번째는 우리학교 국어문화원에서 진행하는 방언연구이다. 국어문화원은 현재 제주어 보존과 전승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농촌을 돌아다니며 제주어 생태조사 작업을 하기도 하고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삶을 기록한 구술 자료집을 펴내기도 한다. 이외에도 국어문화원 제주어센터에서 제주문화로 배우는 ‘제주어 학교’ 강의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또한 이주민들과 함께하는 제주어 교실 강좌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참여는 미미한 실정이다.
 
두 번째로는 전공과 교양으로 진행되는 수업이다. 전공으로는 국어국문학과에 ‘방언학’수업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방언에 대해서 배우는 것일 뿐 제주 방언만 깊게 배우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학생들도 쉽게 들을 수 있는 교양으로는 ‘제주의 언어와 문학’이라는 강좌가 개설돼있다.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제주어와 제주문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또한 제주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알아갈 수 있다.
 
하지만 문제점도 나타났다. 우리학교 소속인 6명의 국어국문학과 교수중 제주어 전공자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전공을 살펴보면 현대문학, 고전문학, 한문학이다. 2014년까지는 강영봉 교수가 있었으나 현재는 퇴임을 한 상황이다.
 
익명의 한 학생은 “제주어를 보존하기 위해 앞장서야 할 제주도의 대학에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학생들이 제주어를 배울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학내에서 제주어를 쉽게 접하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학생식당을 이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이는 메뉴판이 영어로 표기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학내를 돌아다녀보면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 표기가 종종 눈에 띈다.
 
하지만 정작 제주어로 된 표기는 없다. 이와는 반대로 관광지인 성읍민속마을이나 시장 등을 가보면 제주 방언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관광객들은 방문한 장소에서 제주어로 표기된 안내판 등을 보며 관심을 갖는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뜻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우리대학 또한 제주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려면 우선 주변 사물부터 제주어 표기가 돼 있어야 한다.

◇대학부 없는 제주어 말하기 대회
 
국어문화원은 매년 제주어의 활성화를 위해 제주어 말하기 대회를 실시한다.  하지만 초·중·고등부만 존재할 뿐 대학부는 없는 상황이다. 과거 대회에는 대학부가 존재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대학생의 참여는 줄어들었고 결국 신청자가 없어 폐지됐다. 대학생이 참여하지 않는 것은 관심의 부족이 주된 이유이다. 초ㆍ중ㆍ고등학생 같은 경우 수업시간에 배운 교과과정과 연계가 가능하다.


▲ 제주어말하기대회에 참가중인 학생들.
 
하지만 대학생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렇듯 학교 내에서는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만 학생들의 참여도는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순자 국어문화원 연구원은 “대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제주어보다 외국어를 배우기가 더 쉽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이는 학생들이 제주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대학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그렇다면 제주어 보존을 위해서 대학에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제주어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학교 당국에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한 학생은 “관심이 있지만 제주어를 접할 기회가 없다”며 “주변에서 많이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내에 제주어로 된 안내판, 표지판 등이 설치된다면 학생들이 좀 더 편하게 제주어에 대해서 접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은 보존을 위해 제주어 프로그램의 개발, 인적자료의 개발 등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도청, 문화단체, 학술재단 등다양한 기관과 연계해 노력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사된 자료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관심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어를 주로 사용하는 층이 젊은 층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에게 쉽게 다가갈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생활을 하며 제주어를 사용할 기회가 많아진다면 사용하는 학생들의 수도 늘어날 것이다. 또한 제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제주청년들의 모임 등 NGO단체들과 협력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김순자 연구원은 “학생들이 제주어에 대해서 배울 기회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없어지는 것이다”며 “제주의 문화, 역사는 모두 언어와 불가분관계이기 때문에 한 지역의 언어를 보존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학교 측에서 제주어 교과목 확대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주어를 잊은 민족에게 정체성은 없다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할 것이다,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 〈조선상고사〉에 기록돼있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이다.

현재 제주어는 소멸위기에 놓여 있다. 학생들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제주어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 무관심으로 방관한다면 시간이 지나고 제주어는 사라질 것이다. 결국 제주인의 정체성 또한 위협받게 될 것이다. 제주인의 삶, 문화, 역사를 만든 제주어, 우리 것을 지키기 위해 학교의 노력, 학생들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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