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ㆍ추억, 적절한 균형 이뤄야

▲ 대학생들의 캠퍼스 생활이 어느새 학점에만 치중되고 있다. 학점의, 학점을 위한, 학점에 의한 생활의 연속인 것이다.

깜깜한 밤, 환하게 빛나는 도서관. 학생들은 각자의 이유로 아침부터 도서관에 발을 들여 놓고서 밤을 환하게 빛내고 있다. 점점 ‘젊음을 즐기는’ 대학생은 사라져 가고, ‘학업에 파묻힌’ 대학생은 늘어만 가고 있다. 동아리나 대외 활동조차 자신의 경력에 도움이 되는지 재어보고 지원하는 것이 오늘날의 캠퍼스 풍경이다. 심지어 학업 또한 ‘학업=학점’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있는 실정이다.
 
# “예전에는 대충 학교를 나와도 졸업하고 나서 취직이 쉬웠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학 때 놀면 평생 논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이젠 1학년 때도 노는 시기가 아니라 착실히 학점을 쌓아놔야 할 시기다.”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오늘날 학업에 대한 대학생들의 고충은 끊이질 않는다.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졸업할 때까지 학업, 학점에 대한 학생들의 고민은 계속된다. 대학생들을 웃고 울리는 학업에 대해 파헤쳐 보자.

◇학점의, 학점을 위한, 학점에 의한

# “날이 갈수록 취업을 향한 문이 좁아지고 있다. 취업을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학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일단 학점이 높은 것이 취업에 유리하기에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다른 학생들도 다 그런 실정이라 학점을 따기 어렵다.”
 
취업을 위한 학점으로 인해 대학가 내 학점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져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학본부도 고민이 많다. 시험 성적평가에서 학부생의 경우 절대평가 시 A학점 비율을 50% 이내로 한정하고 ‘C+이하 성적만 재이수 가능하다’는 개정안이 나온 실정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학점을 향한 열기는 식지 않고 오히려 더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점수를 잘 주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른 수강 신청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수강신청을 하는 날이면 항상 수강신청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현상은 바로 여기서 엿볼 수 있다. 높은 학점을 위해 일부 강의에 학생들이 일제히 몰리고 그에 반해 학점받기가 어렵다고 소문이 난 과목들은 근근이 수강 정원을 채우거나 폐강되곤 한다. 과목을 신청할 때 ‘학점을 쉽게 딸 수 있는지의 여부’를 가장 많이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점이 수강 신청의 절대적 기준이 되고 있는 슬픈 현실을 보여준다.
 
또 학점을 위해 출석은 기본이고 중간·기말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족보도 학생들 사이에 상종가를 치고 있다. 지난해 혹은 지난 학기 시험 문제가 무엇인지 기를 쓰며 찾고 이를 외우는데 급급하다. 심지어 학점 때문에 강의도 ‘선행학습’하는 학생들도 종종 나타난다. 시험이 끝나면 성적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학점을 낮게 받을 것 같은 강의의 경우 재수강을 신청하거나 계절학기를 노리는 것은 다반사다.

◇늘어만 가는 학업 스트레스
 
기숙사 입주나 장학금, 대외활동 참가 조건 등 학내 여러 가지 복지 혜택에 모두 학점이 영향을 미치고 학점에 따라 당락이 갈리기 마련이라 학생들은 학점을 외면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학점은 대학 생활 내내 따라다니는 꼬리표로 남는다. 취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요구하는 학점 때문에 학업에 대한 학생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 “학점보단 제가 관심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은데 학점이 안 되면 그 일을 시작도 못할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그래서 무작정 학점을 위해 공부를 하는 것 같아요. 특별한 목적보단 무조건, 억지로 해야 하는 것 같아서 오히려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아요.”
 
진지하게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학과 공부의 학업이 아닌 단순한 학점 취득을 위한 학업이 작금의 현실인 것이다. 조별과제와 개인 레포트, 시험공부 속에서 학생들은 고통 받고 있다. 학점을 위한 공부만을 되풀이 하면서 말이다.
 
학점을 위해 교수에게 학점을 올려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학점을 높이기 위한 대학생들의 노력이 강의실 밖에서도 치열한 셈이다.

◇학업의 의미
 
막상 치열하게 학점을 위해 학업에 매진하더라도 의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내가 쌓고 있는 학점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의미일까?
 
# “남들이 하니까 학점을 위해 공부를 하고 있지만 이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학점이 학과 공부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대학마다 학과 커리큘럼이 다른데 똑같이 학점으로 학생들을 비교한다는 것은 적절한 기준이 될 것 같지 않다. 가끔은 학점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결국 학점이란 것도 그저 나를 보여주는 수많은 요소 중 하나의 장치일 뿐이다. 대학에서의 학점이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홀린 듯 우리는 학점을 위한 학업에만 매진하고 있다. 나에 대한 고민 없이, 나를 위한 공부가 아닌 형식에 얽매인 공부만을 우리는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벗어나 나 자신을 위한 학업에 열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
 
또 우리는 학생이다. 학생은 곧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우리의 청춘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은 시절을 가리키는 말이다. 어른들은 말한다. 욕심을 내려놓고 대학생 시절 학업에만 집중하라고. 그렇지만 그러기엔 우리의 지나간 젊은 날들이 너무 아쉽지는 않을까? 학업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만들어갈 내일이란 노트 속에 새겨 넣을 추억과 경험도 필요하진 않을까? 학업과 추억 속에서 적절한 균형을 만들어 가는 것, 대학에서의 우리가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