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원작 드라마, 영화 전성시대

▲ 회사의 부당한 정리해고 방침에 대항한다는 내용의 웹툰 드라마 ‘송곳.’

네이버 인기 목요 웹툰으로 현재 연재되고 있는 ‘치즈인더트랩’이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많은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캐스팅 확정 전부터 팬들은 가상 캐스팅을 해보는 등 이 웹툰의 드라마화가 화제가 됐다. 작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다음 웹툰 원작의 ‘미생’은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미생열풍을 일으켰다. 이처럼 웹툰을 가공한 2차 창작물들이 제작되면서 웹툰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그렇다면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웹툰 원작 드라마&영화의 강점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해당 웹툰의 팬층이 이미 형성된 상태에서 이들은 팬으로서 2차 창작물이 과연 어떤 식으로 웹툰을 담아낼지 지켜보기 때문이다. 또한 팬이 아닌 사람들도 인기 웹툰이 가공되어 2차 창작물이 나온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 것이다. 김준희(국어국문학과 1) 학생은 “웹툰 드라마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사람들이 캐릭터의 입체적인 모습을 원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2차원 상의 캐릭터를 실제 사람으로 볼 수 있어 팬들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스마트 폰이 보편화되면서 웹툰을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게 됐다. 매체의 발달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웹툰은 이제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웹툰 시장이 커지면서 드라마나 영화계에서는 웹툰의 스토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미 웹툰 구독자들에게 인정을 받은 스토리라인을 가진 웹툰이 영상으로 나오는 것은 시청자와 관객들의 소비욕구를 자극한다. 그러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모든 드라마나 영화가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다. 인기있는 웹툰을 원작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거나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에 대해 강현진(생명화학공학과 1) 학생은 “웹툰은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어 영화를 보고나면 실제 배우가 내 상상과 달라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며 “웹툰 원작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배우의 연기가 어색하거나 원작의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맞지 않으면 흥행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성공하는 드라마, 영화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 드라마 ‘미생’중 오차장이 장그래에게 “우린 아직 다, 미생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미생’의 인기요인 분석 
 
이 드라마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던 이유는 다름 아닌 ‘공감’이라는 코드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다루는 회사 속 이야기는 재벌 2세와 가난한 여사원의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반해 미생은 직장인들이 실제 회사에서 겪는 고충과 현실의 냉혹함을 잘 담아냈다. 이 드라마가 현실을 잘 담아낸 것은 원작의 내용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실제 웹툰 작가 윤태호 씨는 미생을 위해 직접 회사에 가서 취재하며 현실성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무리하게 원작에는 없는 인물들 간의 러브라인을 만들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시청자들에게 공감으로 다가가고자 한 감독의 노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드라마 속 비현실적인 캐릭터와는 다르게 미생 속 인물들은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일에 찌들어 살아가는 우리 아버지 또는 수없는 실패의 고배를 마시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현실성있는 작품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공감에서부터 위로는 시작된다. “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 작년 겨울, 우리의 가슴을 울렸던 오차장의 대사이다. 낙하산으로 인턴이 된 장그래에게 오차장은 “이왕 들어왔으니 버텨봐라”라고 말하며 바둑 용어인 미생을 우리 삶에 적용시켜 말한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가슴 찡한 감동을 느끼면서 위로를 받았을지 모른다. 당시 이 대사는 직장인뿐만 아니라 전 연령층을 아우르며 많은 이들에게 회자됐다. 
 
바둑 용어인 ‘미생마’는 아직 완전히 살지 못한 말을 뜻한다. 이 대사는 세상을 바둑판에 비유하며 냉혹하고 처절한 현실에 살아가는 우리들이 마치 미생마처럼 아직은 미숙하고 완전하지 못해서 완생(집이나 돌이 완전히 살아 있음)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들이라고 말해준다.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한 오차장 또한 인턴으로 들어온 장그래와 같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 모두 아직 미숙한 존재들인 것이다. 삶에 있어서 나이가 많다고 해서 경험이 더 많다고 해서 삶의 방향을 알고 자신의 인생에 대한 확신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오차장도 장그래도 경쟁사회에서 자신의 위치가 불안하고 삶의 의미를 계속해서 생각하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차가운 현실 속에서 나뿐만 아니라 모두들 다 나약한 인간이라는 것에서 사람들은 공감을 넘어 따뜻한 위로를 얻는다.
 
이렇듯 ‘공감’은 중요한 요소이다. 아무리 가상의 이야기인 드라마라지만 결국은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이지 않은가. 허무맹랑한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위로는 주지 못한다. 고단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같이 버티자”라는 메시지를 던진 미생의 성공 키워드는 ‘공감’과 ‘위로’이다.

◇방영 중인 송곳, 방영될 치즈인더트랩
 
JTBC에서 방영 중인 ‘송곳’은 현재 네이버 화요 웹툰에서 4부가 새로 연재중이다. 송곳은 미생처럼 직장인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직장 안에서 일어나는 노사갈등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일반회사가 아닌 대형마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독특하다. 회사에서 정리해고 방침이 내려오고 마트 직원들을 아무런 이유 없이 해고를 시키라는 지시를 받은 이수인 과장과 직원들은 노동상담 소장 구고신과 함께 노조를 조직하고 회사의 부당한 정리해고 방침에 대항한다는 내용이다. 약자들을 위해 연대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주제의식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 사회에서 이러한 내용의 웹툰이 만들어지고 더불어 드라마까지 제작되고 있는 것은 미생만큼이나 현대인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한다. 특히 연재 초반에 구고신이 임금을 받지 못하고 쫓겨난 아르바이트생을 도와주는 장면과 이수인이 육사생도 당시 정부지침으로 인한 선거 개입에 부당함을 연설하는 장면에서 이 작품의 주제의식이 함축되어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약자를 위한 사회, 부당함을 당당히 고발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미생처럼 높은 인기를 끌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그러나 현 사회의 어두운 곳을 조명하는 작품인 만큼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물론 대중매체의 오락기능도 필요하지만 부당한 것을 고발하는 것 또한 대중매체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네이버 목요 웹툰 ‘치즈인더트랩’도 4부가 연재중이며 내년 tvN에서 방영을 앞두고 있다. 이 웹툰은 평범함 여대생 홍설과 어딘가 수상한 선배 유정의 로맨스물이라기에는 미심쩍은 내용이다. 
 
웹툰에서 유정은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팬들은 이를 두고 유정이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단순한 대학생의 러브스토리를 넘어 서로 이해하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과연 드라마에서 이를 어떻게 그려낼 지는 후에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잘 그려내야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팬들의 기대감 또한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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