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부정적 측면에만 초점을 두고 비판하기 보단 시장을 통제ㆍ규제하는 근본적 변혁이 필요

최근 인터넷 기사를 검색하다 깜짝 놀랄 만한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빌 게이츠 “사회주의가 미래 지구의 유일한 대안 체제”〉라는 기사 제목이었다. 세계 제1의 갑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겸 CEO, 이 시대 최고의 덕업일치를 이룬 사람 등 화려한 수식어가 끝없이 따라붙는 이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관련 기사였기에, 더구나 사회주의라는 우리로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만한 용어가 들어 있었기에 나뿐 아니라 다른 많은 이들도 관심이 끌렸을 것이다.  이 기사와 관련된 추후 보도에 따르면 빌 게이츠가 직접 이런 말을 한 게 아니라 인터뷰 내용을 기사화하는 과정에서 조작된 발언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를 놓고 여야의 일부 정치인들이 색깔공세로 삼아 입씨름까지 한 것을 보면 이 기사가 그렇게 예사롭게 보이진 않았음을 말해준다.

빌 게이츠가 기사 제목대로 이런 말을 했는지의 여부는 차치하고 이 시대 인류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환경문제를 더 이상 자본주의체제 하에선 해결이 불가한지, 아니면 사회주의체제의 도입에   해결을 맡겨야 하는지 한 번쯤 고민했으면 한다.
 
먼저 우리의 삶의 터전인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곶자왈과 뱅듸가 자리 잡고 있는 제주의 허리인 중산간의 난개발, 제주 농민들의 삶의 터전인 농지를 전용한 난개발, 아름답기 그지없는 해안 경치를 허무는 난개발, 이 난개발들이 몰고 온 상상초월의 부동산 가격. 지금 제주는 개발 광풍의 한가운데에 있다. 돈의 거품에 빠져 제주는 그 본래의 모습을 한참 잃어가는 중이다. 무엇이 잘못인가? 혹자는 그 답을 제주의 행정, 부동산 정책에서 찾지만 반드시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제주의 난개발 문제는 사람들의 도덕적 결함 때문도 아니고 적절한 규제의 부재에서 오는 것도 아니다. 대신에 이를 설명하려면 정치경제의 근본적 작동방식을 봐야만 한다. 환경파괴는 현재 우리의 생산과 분배체제의 내적 본성과 논리 속에 내재돼 있기에 그것을 해결하는 게 그리도 어려운 것이다.
 
현행 자본주의체제는 속성상 환경의 지속가능성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추동력은 다름 아닌 이윤과 그 축적을 향한 끝없는 추구에 있다. 이 체제에서 이뤄지는 모든 교환과정의 목표는 더 많은 화폐, 곧 이윤을 확보하는 것이고 이 교환과정은 끝이 없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윤 축적의 욕망이 멈출 때 자본주의는 패닉상태에 빠지므로 그 욕망에 대한 어떤 한계도 설정할 수 없다. 당연히 이런 욕망 충족을 위한 교환과정의 이면에는 자원의 낭비, 고갈이라는 문제가 온전히 남겨지게 된다. 자본주의 가치관에는 기본적으로 환경을 소중히 하기는커녕 조금이라도 겸손해지거나 자제하려는 자세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자연을 대하는 자본주의의 태도는 태생적으로 상업적이고 제국주의적인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에는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 시장의 팽창에 의해 경제발전이 이뤄졌고 개인적으로도 풍족한 삶을 누리게 됐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휴식과 재충전, 사회적 상호작용, 문화적ㆍ지적 활동 등은 자본주의체제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와 같은 자본주의의 양면적 결과다. 환경문제의 극복을 위해선 자본주의를 해체하고 사회주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빌 게이츠말고도 다수 있는데, 이들의 한계는 자본주의의 부정적 측면에만 초점을 둔다는 점이다. 더구나 체제 자체를 사회주의로 바꾼다는 것은 코스트가 너무 클 뿐 아니라 현실성도 의심스러워 보인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최선의 대안은 자본주의의 근본적 변혁이다. 현행 자본주의를 근원적으로 개혁함으로써 ‘괜찮은 자본주의’를 이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두 가지가 요구된다. 하나는 천진난만한 시장 근본주의에 기초한 경제정책들을 개혁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문제들은 사회경제제도의 모든 측면을 탈규제화, 지구화된 자본ㆍ금융시장에 순응하도록 바꿔놓은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폴라니의 주장처럼 아무리 시장이 중요하다 해도 토지ㆍ노동ㆍ화폐만큼은 상품이 아니기에 엄격한 규제 하에 묶어둬야 한다. 다른 하나는 고삐 풀린 시장을 통제하고 규제하는 시스템의 창출이다. 시장은 이미 세계화됐건만 이를 규제하는 노력은 아직도 일부 국가들의 연합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구적 차원에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와 규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사회적ㆍ환경적 문제들은 앞으로도 더욱 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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