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품으로 개발된 초코우유는 이제 남녀노소 좋아하는 국민간식이 됐다.

기자의 조카는 초코우유를 정말 좋아한다. 올해로 초등학교 3학년인 그는 평소 단 것을 좋아하지 않아 초콜릿, 사탕 등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 하지만 초코우유만큼은 한 입에 다 먹는다. 지난 설날에 “삼촌, 초코우유 사줘”라며 애교를 부리던 모습이 생생하다.

집 앞 편의점에만 가도 초코우유의 종류는 가지각색이다. 얼핏 보기에도 10종류는 넘어 보인다. 초코우유를 구입할 때면 문득 ‘철없는 사람으로 보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을 홀연히 하게 된다. 아마 어린이 식품이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최초의 초코우유는 약품으로 발명됐다. 의사, 수집가, 과학자, 식물학자인 아일랜드 출신의 한스 슬론이라는 사람이 최초로 개발해냈다. 한스 슬론은 1687년 경 영국의 식민지였던 자메이카의 총독이 위독한 상태이니 치료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자메이카로 떠나게 된다. 하지만 자메이카의 총독은 안타깝게도 그가 도착하자마자 사망하게 된다.

그러다 한스 슬론은 이왕 먼 길을 떠나왔으니 자메이카에 머무르며 식물 800여 종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 중 ‘카카오’라는 열매를 유심히 관찰했다. 자메이카의 원주민들은 그것을 갈아 꿀이나 고추 등과 함께 물에 타먹었다. 슬론 박사도 카카오라는 열매를 갈아 물에 마셔봤지만 구역질이 나서 더 이상 마실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우유와 섞어서 먹는 것이었다. 그 맛이 의외로 좋아 1727년 영국으로 돌아와 초코우유를 약제상에 판매해 큰 돈을 벌었다는 일화가 있다.

실제 연구결과에 의하면 코코아에서 파생되는 테오브로민이라는 화합물이 만성 기침에 효과적이고 감기약보다 부작용이 덜하다고 밝혀졌다. 게다가 기침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방지하는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또한 초콜릿은 감기예방, 피로회복, 기분전환, 혈압저하 등에도 도움을 준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제는 초코우유를 먹어도 ‘살찐다, 이가 썩는다, 어린아이 같다’라는 말에 휘둘리지 않아도 될듯하다. 이제부턴 초코파이가 아닌 초코우유로 친구들에게 정을 나누는 것은 어떤가. 초코우유를 사달라고 조르던 조카의 애교가 다시 한번 눈 앞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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