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다양한 질병 치료 위한 뇌과학 연구 필수

▲ 3월 19일 제주대병원 대강당에서 ‘2016 세계뇌주간’ 기념 심포지엄이 열렸다.
▲ 은수용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알고리즘인 알파고(AlphaGo)와 바둑계 최강자인 이세돌 9단이 펼치는 세기의 대국에서의 알파고의 승리는 인공지능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대국이 전 세계를 뒤흔든 반향을 일으켰던 것은 인간의 고유능력이라고 생각했던 직관과 추론과정도 컴퓨터가 계산 가능한 결과값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알파고와 이세돌이 펼친 세기의 대국을통해 본 뇌과학의 전망

인공지능이란 ‘특정한 업무를 수행하기위해 인간이 만든 지능적 시스템'을 뜻한다. 인간의 뇌 기능인 지각, 추론, 판단을 흉내내는 컴퓨터 인공지능을 만들려는 꿈은 1950년대부터 이어져 왔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DeepMind)의 최고경영자인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는 대학 학부에서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뇌인지과학을 전공하였다고 한다. 하사비스는 딥마인드사의 목표를 “첫째는 지능이 무엇인지 풀어내는 것이다. 둘째는 그 지능을 모든 문제(everything)를 푸는 데 쓰는 것이다. 바둑은 지능의 원리를 탐색하는 과정일 뿐, 최종 목표는 인간의 뇌와 비슷하게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뇌공학이 지향하는 바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알파고의 성공은 정보의 요소들을 여러 층으로 병렬처리하여 종합판단하는 딥러닝 연산 방법을 적용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이는 뇌의 정보처리방법을 모방한 것이다. 또한,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를 두어 연산속도가 매우 빨라졌고 바둑기보라는 빅데이타의 활용이 있어서 가능하였다. 인공지능의 개발과 활용은 더욱 가속화되고 많은 범위까지 일반화되어질 전망이다. 인간은 이성적이지만 감성적이고 자의식이 있는 존재이다. 이러한 인간의 본질까지 인공지능이 따라잡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아무튼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대국은 뇌과학, 특히 뇌공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드높였던 것은 사실이다.

◇뇌와 인간의 정체성

뇌과학에서는 뇌의 작용이 인간의 정체성, 자아를 결정한다고 본다. 즉, 그 사람의 생각, 가치관, 행동 반응기전에 따라 마치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대국에서 가장 절묘한 한 수를 놓듯이 인간도 뇌 내부의 생물학적 소프트웨어, 알고리듬이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리라 본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자신의 뇌회로 알고리즘이 더 정확하고 우수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와 경험과 성찰을 통해서 마치 알파고가 딥러닝 기계학습을 하듯이 뇌를 통한 뇌의 학습이 필요할 것이다.

내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이런 물음에 대하여 내 마음을 볼 수 있을까?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협상에 유리할까?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다면 오해와 갈등을 줄일 수 있을까? 마음과 정신이 인간이라는 만져질 수 있는 구체적 존재에 발현하기 위해서는 뇌 회로이건, 시냅스이건, 단백질이건 간에 인체 내에서 물질의 매개를 통한 물질의 논리 즉, 신경생리학적 기전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 뇌는 수천억 개의 뉴런에서 뻗어 나온 신경섬유가 만들어내는 다양하고 거대한 신경회로 복합체이다. 개별 세포 하나하나가 시냅스라는 특화된 구조를 통하여 수백, 심지어는 수천개의 다른 뉴런들과 만나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뇌의 복잡도는 지수합수적으로 커진다. 어떤 일을 하는데 100개의 서로 다른 뉴런이 투입된다고 가정해보자. 각각의 뉴런이 구분할 수 있는 상태는 두 가지 밖에 없어도 100개의 뉴런이 합치면 구분 가능한 숫자는 2100으로 껑충 뛴다. 이러한 역동적인 신경네트워크 때문에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하는 뇌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뇌연구 분야의 융복합적 확장, 뇌과학적 상상력

뇌연구는 신경생물학적 연구, 뇌의약학적 연구와 더불어 심리학, 뇌인지과학과 더불어 인문사회과학의 분야에까지 확장되어 간다. 뇌과학적 상상력은 흥행에 성공한 영화 <아바타>나 <매트릭스>, <인사이드 아웃>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문학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기업은 광고, 마케팅, 경영전략에도 뇌연구의 융합적 활용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뇌영상법을 이용하여 소비자의 도파민 중추를 자극하고 뇌파를 변화시키는 광고문구나 영상, 상품을 제공하고자 한다. 물론 당연히, 뇌공학 및 로봇공학 분야로의 뇌과학의 확장은 뇌 연구가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다 놓을지 모르게 한다.

◇뇌연구의 미래, 인류의 미래

뇌연구의 미래에 인류의 미래가 달렸다고 하면 과장일까? 일부에서는 뇌과학혁명을 인류의 미래를 뒤바꿀 혁명이라고 한다. 뇌연구를 통해서 뇌의 작동기전을 이해하게 되면 인간은 좀 더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지혜와 뇌의 조절기술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치매, 우울병, 불안장애, 자폐증, 조현병, 뇌졸중, 뇌전증,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 뇌질환을 정복하고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인류가 우울증에 시달리는가. 평생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10~20%라고 한다. 우울증은  프로작과 같은 약물로 시냅스 틈새의 세로토닌 농도를 높인다고 해서 다 해결될 수는 없다. 뇌연구는 언젠가는 우울의 정체를 밝힐 수 있고, 우울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에 대하여 더 자세히 가르쳐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인류는 뇌연구를 통해 뇌의 작동방식과 뇌기능을 모방한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미래사회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운동 능력, 인지능력을 더 광범위하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brain-machine interface)기술을 이용하여 불구의 몸인 환자들도 로봇팔과 같은 보조기를 통해 다양한 운동기능이나 감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뇌연구의 발달은 불구 환자의 생각과 의지를 뇌파나 뇌영상법으로 읽어서 로봇을 이용하여 일상생활을 보조하거나 타자를 치고 메일을 보내게 할 수 있다. 타인의 생각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특정 뇌기능을 수행하는 부위에 전극칩을 심어서 필요에 따라 뇌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심부뇌자극술이 고도로 정교하게 되어 매우 유용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뇌 시상하부의 포만중추를 전기자극하여 먹지 않아도 포만감을 느끼게 하여 비만 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래는 지금 우리가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행동과 경험을 하게 될 지도 모를 것이다.

◇제주대‘세계뇌주간’기념 심포지엄을 성황리에 마치며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은 제주특별자치도 광역치매센터와 공동 주관으로 3월 19일 제주대학교 병원 대강당에서 『2016 세계뇌주간 (2016 World Brain Awareness Week)』 기념행사로 ‘청소년의 미래도전, 치매 연구’라는 주제의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여 180여명의 도내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참석하였다. 제주대학교에 가까운 제주시내 학생들뿐만 아니라 멀리 조천중학교 학생이나 서귀포 삼성여고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참가하였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치매치료제 개발은 어떻게 하나?’, ‘치매의 이해’,‘뇌연구와 인간의 미래’라는 강연이 있었고, 종합토론 시간에는 참석자 중 거의 20여명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여 연자들과 열띤 토론을 하였다. 이렇게 많은 학생이 질문을 하는 경우는 무척 이례적인 경우로 고령화 사회에서 뇌과학과 치매 연구에 대한 도내 학생들의 관심과 수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학생은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로 치매를 치료할 때 뇌혈류장벽 투과도와 면역반응에 관한 꽤 심도 있는 질문을 하였다.

치매의 치료제 개발, 치매 예방 연구와 더불어 중요한 것이 주변의 치매환자와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는 치매친화적인 환경의 조성이며, 이의 일환으로 제주특별자치도 광역치매센터의 ‘치매 서포터즈’ 모집에도 많은 학생들이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이번에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주관한 ‘세계뇌주관’기념 심포지엄은 도내 학생들의 치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뇌과학 연구 또는 치매 연구라는 꿈과 진로를 설계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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