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뿐인 인생에 대한 길잡이

▲ 반 고흐, 영혼의 편지(빈센트 반 고흐|신성림 옮김|예담)

화가 반 고흐는 너무나 유명한 사람이어서 누구나가 그의 이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왠만한 사람이면 그의 그림들이 어떤 그림이며,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그는 화가가 되기 이전에 화랑에서 그림을 판매하는 사원으로 잠시 일을 한 적이 있었지만, 이후로 단 한 번도 그림을 그리는 일 외에 다른 일을 해 본적이 없었고, 오직 그림을 그리는 것에 자신의 전 존재와 생명을 헌신한 화가였다. 그는 화가가 된 뒤 임종 때까지 10년 동안에 약 8백 점의 유화와 1200여점의 습작을 남겼다고 전해지나, 팔린 그림은 「붉은 포도밭」이라는 단 한 점뿐이었다. 필요한 돈은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동생 태오가 보내어 주었고, 때론 돈이 없어서 작품 한 점을 점심값으로 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37세의 짧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이러한 비극적인 삶은 그로 하여금 정신병자로 오해 받기도 하였고, 시대에 어울리지 못한 괴짜 화가로 알려지기도 하였다.
 
후대가 그의 그림들을 아무리 칭찬하고 그의 삶을 찬미한다하여도 아마도 오늘날 이러한 삶을 멋있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며, 누구도 이와 유사한 길을 가고자 감히 꿈꾸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일 누군가 고흐의 진정한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래서 그의 삶의 진실을 이해하게 된다면 그의 삶과 인생관에 숙연해지고, 무엇인가 가슴에 꿈틀거리는 삶에 대한 의욕과 사랑이 솟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고흐가 “우리는 왜 사는가?”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이며,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삶의 근본적인 질문들에 어렴풋하게나마 답해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해 주는 동생 태오에게 보낸 고흐의 편지를 모아 놓은 책이다. 이 편지들에는 고흐의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 그의 자연과 인생에 대한 사랑, 예술과 그림에 대한 열정, 그의 고뇌와 환희들, 그의 소망, 이웃에 대한 연민, 그의 세상을 보는 놀라운 시선들 등. 그의 편지에는 단순하고 솔직하지만 가슴을 뒤흔드는 많은 말들이 적혀 있다. 1880년 7월에 보낸 편지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예술작품에 둘러싸인 세계에 살고 있었을 때, 너도 알다시피 나는 그런 것에 대해 거의 광적인 열정을 품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금도 그림의 나라에 대한 향수를 자주 느끼고 있다. (...) 영혼에 깊이 새겨진 것은 영원히 살아 있어서 계속 그 대상을 찾아다닌다고 하지 않니.” 자신의 영혼에 깊이 새겨진 무엇이 있어서 평생을 그것을 추구했던 고흐의 삶은, 평생토록 소중하게 추구해야할 만한 일이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현대인의 삶에 큰 파문을 던져주고 있다. 그리고 그의 편지들에는 자연과 삶과 그림에 대한 그의 사랑을 말해주는 단순하지만 숭고한 다음과 같은 말들을 적혀 있다.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을 계속 가야 한다. (...) 묵묵히 한 길을 가면 무언가 얻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진정한 화가는 양심의 인도를 받는다. 화가의 영혼과 지성이 붓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붓이 그의 영혼과 지성을 위해 존재한다.” “종교나 정의나 예술이 그렇게 신성할까? 자신의 사랑과 감정을 어떤 이념을 위해 희생시키는 사람보다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 더 거룩한데.” “나는 무엇인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작업에 대한 열의로 가득 차 있다.” “풍경을 보기 위해 밤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한 번도, 결코 한 번도 자연에서 그토록 가슴 아프고, 그토록 감동적인 인상을 받아본 적은 없다.” “그래, 내 그림들, 그것을 위해 난 내 생명을 걸었다!”  
 
고흐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원 없이 즐겼고, 그것을 가장 사랑한 사람이었다. 한 번 뿐인 인생에서 목숨보다 더 소중한 무엇, 즉 삶의 소명을 발견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자신의 모든 생명을 소진하면서 그 누구보다도 기쁨과 충만함과 감동을 지니고 살다간 사람이었다. 고흐는 우리에게 한 번 뿐인 인생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답해주고 있다. 이 책은 자신의 삶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인생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모든 젊은이에게 한 번쯤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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