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것과 삶이라는 것의 의미

▲ 이방인 알베르 카뮈|김화영 옮김|민음사

벌써 오래 전의 영화다. 내용조차 가물가물한 영화의 제목은 <죽은 시인의 사회>다. 이 영화에서 아직까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한 장면과 대사 한마디가 있다. 책상에 올라가 학교를 떠나는 키팅 선생님을 배웅하는 학생들의 모습과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한 말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이다. 유명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은 일류고등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성공하길 바라는 부모의 기대와 자신만의 인생찾기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던진 말이 바로 호라티우스의 ‘카르페 디엠’이다.

삶이란 무엇일까? 삶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모두 행복해지고 싶어한다. 그리고 우리가 잘 모르는 삶의 의미와 바라는 행복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사람들이 바로 철학자들과 작가들이다. 이것이 우리가 철학책과 문학작품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인간은 신의 섭리에 의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우연히 이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일 것이다. 신이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우연이 인간의 삶을 지배한다면 인간의 삶은 인과관계와 필연성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 마디로 세계는 이해할 수 없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카뮈(1913-1960)에 의하면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이 세계의 상태를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고 명확함에 이르려는 필사적인 열망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움직일 수 없는 두 가지 사실이 나온다. 즉 절대와 통일을 향한 인간의 열망이 있고, 합리적이고 순리적인 원리로 환원시킬 수 없는 이 세계가 있다. 이 두 가지 확신을 서로 타협시킬 수 없는 상태, 그것이 바로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이다. 이렇게 본다면 삶이란 부조리를 살리는 것이며, “부조리를 살린다는 것은 무엇보다 부조리를 주시하는 것”이다.

또 다시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죽음이란 무엇일까? 카뮈는 〈시시포스의 신화〉의 첫 문장에서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 판단하는 것을 ‘철학의 근본문제’로 규정하면서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 자살뿐이라고 주장한다. 자살의 문제에 비하면 세계가 3차원으로 되어 있는지, 혹은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는지 하는 문제 등은 장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카뮈가 이처럼 자살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간주하고 있는 이유는 ‘삶의 의미야말로 질문들 중에서 가장 절박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환언하면 죽음 이후의 삶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다른 여타의 질문들과는 달리 죽음은 ‘삶의 의미를 완전히 무화시켜버리고 모든 사물ㆍ가치의 우열을 없애버린 채 등가치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죽음과 동시에 삶이 끝이라면 삶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죽음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죽음을 거부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우리는 보통 ‘인생에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우리는 ‘취직을 하게 되면’ 이라든지 혹은 ‘출세를 하게 되면’과 같이 미래지향적인 표현을 즐겨 쓴다. 그런데 미래에 대한 희망이란 결국 죽음을 기다리는 것임을 의미한다. 이렇듯 미래가 죽음이라면 우리에게 내일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시간 속에 우리의 ‘최악의 적’이 도사리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카뮈는 ‘전 존재를 다하여’ 내일을 거부해야 마땅하다고 하면서 부조리란 바로 이런 ‘육체의 반항’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온몸으로 내일을 거부하는 행위에 ‘깊은 자유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하면서 그것을 사형수의 자유에 빗대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어느 이른 새벽 감옥의 문이 열릴 때 그 문 앞으로 끌려나온 사형수가 맛보는 기막힌 자유로움, 삶의 순수한 불꽃 이외의 모든 것에 대한 엄청난 무관심, 죽음과 부조리야말로 단 하나 온당한 자유의 원리, 즉 인간의 가슴이 경험할 수 있고 체현할 수 있는 자유의 원리임을 우리는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이렇듯 카뮈에 의하면 부조리는 죽음에 대한 반항이다. 인간은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다. 우리 모두가 사형선고를 받은 존재라면 삶에 대한 가치판단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따라서 “중요한 것은 잘 사는 것이 아니라 가장 많이 사는 것”이다. 그래서 카뮈는 삶이란 “미래에 대한 무관심과 주어진 모든 것을 남김없이 다 소진하겠다는 열정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고 말한다. 내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에 모든 것을 걸어라. 이것이 바로 ‘카르페 디엠’이다. 그리고 이런 카뮈의 세계관을 소설로 형상화시킨 작품이 바로 카뮈의 소설 <이방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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