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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맛과 멋 탐방기>제주민속오일장제주의근현대사를 품은 오일장,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
   
▲ 주말에 장이 서는 날에는 약 10만명 정도가 몰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오일장을 찾고 있다.

혹독한 바람의 계절인 겨울이 지나고 어느새 봄을 지나 우리에게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그 사이 제주에서는 유채꽃 축제, 왕벚꽃 축제 등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렸다. 지난주 임시공휴일 덕분에 생긴 오랜만의 연휴에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이 약 24만 명이 될 것이라는 뉴스도 들려 왔다. 관광객에게 “제주도 여행 중에 어떤 것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라고 질문을 하면 대다수는 본인이 맛있게 먹은 음식을 말하곤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나 테마파크를 방문하기 위해 제주를 찾았지만 최근 그 공식이 깨졌다. 제주의 맛있는 음식과 독특한 요리를 맛보기 위해 떠나는 미식 관광이 인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제주도는 독특하게도 동문시장, 서문시장 등과 같이 비교적 큰 규모의 시장들도 많지만 마을 단위로 열리는 시장도 즐비히다. 벼룩시장을 열고 있는 마을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씩 정기적으로 핸드메이드 제품이나 앞마당에서 수확한 농산물 등을 팔고 있다. 기자는 제주의 많은 시장들을 독자분들에게 몇 차례에 나눠 소개할 계획이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제주의 맛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제주민속오일장’이다.

   
▲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제주민속오일장은 도민들의 전통문화와 함께 발전해 왔다.

◇오일장의 시작

끝자리의 날짜가 2일과 7일마다 열리는 제주민속오일장은 100년 이상의 긴 역사를 가진 곳이다. 조선시대 말 보부상의 상거래 장소로 이용해오다가 1905년 관덕정 앞에서 공식적으로 시장의 역할을 하게 됐다. 이후 삼도동, 용담동, 오라동 등으로 이전을 거듭하다 1998년 현재의 위치인 도두동에 자리 잡게 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돈을 번다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어서 각자가 가져온 물건들을 시장에 나와 물물교환을 주로 했다. 점차 그 기능이 발전돼 현재의 형태에 이르렀다. 게다가 제주민속오일장의 경우에는 타지역 또는 도내 다른 시장들에 비해 훨씬 많은 방문객들이 찾았다. 평일에 장이 서는 경우 도민과 관광객을 포함해 약 6만명에서 8만명 정도, 주말의 경우 약 8만명에서 많게는 10만명까지 방문한다고 한다.

◇서민들 삶의 현장 오일장

4월 27일 수요일,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속담이 불현듯 떠오르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거센 바람과 함께 비가 세차게 내렸다. 이른 아침부터 상인들은 우비를 쓰거나 비를 맞아가며 차에서 짐을 내리고 있었다. 날씨 탓에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기자의 생각이 부끄러울 정도로 상인들은 아랑 곳 하지 않았다. 몇 십 년 동안 장사를 해온 베테랑 장인들의 모습에는 어떤 자신감 같은 것이 묻어 있었다.

오전 10시쯤 되자, 우산을 든 사람들이 점차 몰려오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시장 안은 비가 들이치지 않았다. 오일장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중 역시 이곳이 제주라는 것을 또다시 직감했다. 제주산 고사리, 한라봉, 천혜향 등이 곳곳에서 팔리고 있었다. 시식용으로 올라와있는 한라봉의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시장의 중간쯤 도달했을 때였을까.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을 발견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시장의 묘미인 떡볶이와 순대 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무줄처럼 길게 늘어선 줄 끝에 자리를 잡고 5분정도 기다렸다. 마침내 시장의 묘미를 받아들고 그 맛을 봤을땐 다른 곳에서 먹었던 맛과 별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오일장만의 북적거림 덕분이었을까. 다를 바 없었던 맛이 정말 맛있게 느껴졌다.

이렇게 시끌벅적한 곳과 달리 시장의 한 구석에 조용한 분위기를 띄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제주민속오일장만이 가지고 있는 할망장터였다. 할망장터는 만 65세 이상의 할머니들을 위해 시장 측에서 무료로 마련해둔 장소다. 그곳에서는 집 앞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당근, 감자, 고구마, 더덕 등 농산물들이 대부분이었다. 간혹 손님들이 오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진 않았다. 할머님들께서는 조금 심심하신 듯 졸음을 청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뒤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있기도 했다.

◇열악한 환경

오후가 되자 시장에 들어오는 차들과 나가려는 차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다. 차들이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 탓에 운전자들은 애꿎은 경적만 울리고 있었다. 오일장 상인회 관계자는 “우리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차문제이다”라며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데 주차할 공간이 부족해 민원이 자주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주시 차원에서 이를 해결할 주차장 건설을 계획하고는 있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현재 민속오일장은 반듯한 네모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겉모습은 마치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듯 많이 낡고 노후화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천장은 오래된 부분만 띄엄띄엄 보수공사가 이뤄져 있었다. 시장을 찾은 한 할아버지는 “지금 있는 천장 구조물들도 다 상인들이 한 것”이라며 “몇 십 년째 저렇게 뒤죽박죽 돼있으니 지저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상인회 관계자는 “시장 리모델링을 위한 조감도를 다 계획해뒀다”며 “발주도 됐기 때문에 곧 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하는 공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일장에 있으면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비록 누군가가 보기에는 ‘지저분하다, 너무 복잡하다’고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오일장의 매력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맛에, 인간다움이 느껴지는 정겨움에 사람들은 오일장을 찾는다. 그곳에서 우리들의 역사가 시작됐고 할머니, 부모님 세대가 자라온 곳이다. 대형마트가 최고인 줄 알고 자라온 우리 세대는 인간다움을 모르고 있다. 그곳은 삶의 교과서와 같은 곳이다. 그런 역사를 귀중하게 생각하다는 건 얼마나 멋진가.
 

김이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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