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9% 학생 점심식사 비용으로 5000원 이상 지출ㆍㆍㆍ 77%학생들 “부담스럽다”-전남ㆍ서울대 등 타대학 1000원 아침식사 제공으로 학생들 하루 식비 절감 도와

▲ 학생들이 비싼 점심값으로 인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백두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하지만 학생식당의 만족도에는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이다.

“밥을 안 먹을 순 없잖아요. 먹고 살기 위해 공부하는건데ㆍㆍㆍ” 학생들에게 점심시간은 부담스러운 시간이다. 아침을 안 먹고 다니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반드시 영양분을 섭취해야 하는 시간인 점심시간에 정작 학생들은 물질적인 제약에 쫓기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 하루 평균 1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시대인 지금 제주대학생들의 식사비용 문제를 파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대학에 들어오고 복학한 지도 3개월이 지나간다. 공과대학에 재학중인 A씨는 탑동 근처 편의점에서 최저임금인 6030원을 받으며 주말을 보내곤 한다. 그는 평일에는 항상 동아리방과 강의실을 왕복하며 하루를 보낸다. 일주일에 5일을 학교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그에게 점심값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선후배 또는 친구들이 밥을 먹자고 할 때 주로 정문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커피값을 포함해 하루 기본 약 1만원의 금액이 지갑 속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복학한지 얼마 되지 않은 그는 소외받고 싶지 않아서 오늘도 적지 않은 금액을 지갑에서 꺼낸다.

#주말마다 냉면집에서 시급 7000원을 받으며 생활하는 사회과학대학 B씨도 점심값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주말에 총 20시간 일을 해 14만원을 벌지만 주중 학교에서 점심값으로 하루 평균 6000원 이상의 금액을 사용한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점심값만 3만원이 넘는 셈이다. 식대가 부담이 되지만 B씨는 학생식당을 이용하지는 않는다. 그는 “학생식당의 질은 좋으나 3800원의 가격이면 돈을 조금 더 추가해 정문에서 밥을 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학가 근처 식비는

2014년 대학내일 20대연구소는 전국 4년제대 남녀 대학생 400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대학생 점심백서’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에 따르면 주거비용과 등록금 등을 제외한 대학생들의 순수 평균 생활비는 33만4000원이었다. 하루 평균 약 1만1000원 꼴이다. 생활비 중에선 주식비 비중이 43.7%로 가장 높았다. 부식비(15.2%)와 합산하면 전체 생활비의 60%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교통비 17.6%, 쇼핑비 8.4%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학생들은 점심식사 때 최대 9425원(평균)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점심식사를 할 때 이용하는 시설은 교내 식당(47.8%)과 교외 식당(47%)이 비슷한 비율로 나타나 대학생들이 학생식당 못지않게 학교 인근 식당을 많이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교내 식당을 이용하는 주된 이유는 ‘가격이 적당해서’(68.6%), 교외 식당을 선택하는 이유로는 ‘다양한 메뉴를 고를 수 있어서’(33.0%)와 ‘음식이 맛있어서’(26.1%)를 각각 꼽았다.

그렇다면 제주대학은 어떨까? 기자가 학교 주변 식당가 20여 곳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1인분 평균 가격은 6000원이었다. 학생들이 정ㆍ후문에서 주로 즐겨먹는 두루치기의 가격은 6000원(공기밥 포함)이다. 이외에도 정식, 국밥 등 한끼를 해결해줄 수 있는 음식들의 가격도 대부분 6000원정도에 책정돼 있었다.

학교 구내식당인 백두관식당의 가격은 정ㆍ후문의 음식들보다 저렴한 정식 2500원, 특식 3800원이었다. 이외에도 생협에서 운영하고 있는 교수회관의 평균가격은 5500원으로 나타났다. 

◇직업 없는 학생, 무거운 ‘점심값’

이에 본지는 학생들이 점심값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5월 3일부터 6일까지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136명이 참가했다.

설문에 참여한 학생들은 대체로 점심식사를 식당가가 밀집해 있는 정·후문에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심식사를 보통 어디서 하시나요?’라는 질문에 41.2%(56명)의 학생이 정ㆍ후문에서 식사를 한다고 응답했고 그 뒤를 이어 학생식당 27.9%(38명), 편의점 15.4%(21명) 등이 차지했다.

해양과학대학에 재학 중인 김씨는 “아무래도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ㆍ후문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하루 평균 점심값은 어느 정도 일까?

설문결과 28.7%(39명)의 학생들이 정ㆍ후문 음식가격의 평균인 6000원이라고 응답했다. 그 뒤를 이어 18.4%(25명)의 학생이 5000원, 14.7%(20명)의 학생들이 3000원, 11%(15명)의 학생들이 4000원이라고 응답했다.

설문에 참가한 학생들은 대체로 점심식사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점심식사 비용에 부담을 느끼시나요?’라는 질문에 77.2%(105명)의 학생이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고태훈(정치외교학과 3)씨는 “가격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 점심값과 기타비용을  포함해서 학교에서 하루 평균 1만원 정도를 사용하는 것같다”고 말했다.

송성준(기계공학과 2)씨도 “알바를 하면서 힘들게 돈을 벌고 있는데 하루 밥값이 6000원인 것은 대학생에게 가혹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학생들은 “학생이기 때문에 돈이 항상 모자란 편”, “점심값으로 5000원이 넘어가면 부담이 된다”, “좀 더 음식값이 싸졌으면 좋겠다”, “식사 비용을 조금 줄이고 싶은데 힘들다”고 가격에 대한 고충을 호소했다.


◇대학가에 등장한 1000원 식단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남성 19~29세 아침 식사 결식률은 43.2%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여성 19~29세 결식률 또한 36.6%를 기록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였다.

많은 대학생들이 아침을 거르기 때문에 점심이라도 잘 챙겨먹어야 하지만 점심 가격 탓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식사 가격이 비싸다 보니 최근 전국에는 대학교마다 1000원 식당 열풍이 불고 있다.  1000원 밥상을 처음 운영한 전남대학교는 2015년 3월부터 학생식당에 2000원짜리 메뉴를 개발한 뒤 학생들에게 1000원의 요금만 받고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나머지 1000원은 학교 측이 부담하고 있다. 이에 학생들의 반응도 높아졌다. 전남대학교 총장 또한 “취업준비 등으로 지친 학생들에게 1000원 건강밥상은 든든한 힘이 될 수 있다”며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지만 학생들을 위해 최소한의 것은 투자해야 한다”고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1000원 밥상 열풍은 서울대, 부산대로 확산됐고 경북대와 경상대 등도 운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 대학 학생들은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아침식사를 함으로써 점심식사의 부담이 감소된다”고 말했다. 비록 아침식사만을 제공하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하루 식사에 대한 비용이 감소한 것이다.

◇학생들 부담 줄이는 방법 찾아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서민들의 지갑은 닫혔지만, 물가상승으로 학생들의 식사비용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학생들은 하루살이 인생으로 하루하루를 지새고 있다. 대학은 학생들의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학생들이 학업과 취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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