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백 지구해양과학과 교수

신록의 계절이 왔다. 학교 교정에 많은 사람들이 활기차게 오갈뿐 아니라, 그 사이로 차들이 씽씽 달리고 있다. 제주도도 인구 증가와 함께 차량 등록 비율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차가 없으면 이제 꼼짝 못하는 시대가 왔다. 그만큼 차에 대한 의존도가 많아지고 생활의 필수품이 돼 버렸다.

이제 자동차는 우리가 매일 신고 다니는 신발과 같다. 좋은 메이커인지 평범한 메이커인지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운전 습관은 타고 다니는 차의 메이커 차이에 의해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평소 운전자의 성품에 따라 차이가 날 뿐이다.

우선 속도 습관을 보자. 우리 대학 캠퍼스 내의 제한속도가 시속 20km 이지만 이를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도로에 제한속도를 알리는 20이란 숫자가 쓰여 있고 곳곳에 속도 표지도 있지만 이런 표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듯 40에서 50으로 달리는 차들이 많다.

캠퍼스를 벗어나 일반 도로는 제한속도가 시속 50~60km 이지만 이 역시 지키는 사람이 드물다. 도로의 제한속도는 도로 상황과 특수 구간에서는 달라진다. 그런데 감시카메라를 만나면 미리 속도를 줄이지만 그런 제약이 없으면 아예 무시하고 달리는 운전자들이 많다. 간혹 외국에서 운전하다 보면 제한 속도가 도로 종류 마다 다르고 스쿨존 같이 특수한 곳은 출퇴교 시간대에 따라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운전자들도 이런 속도 제한을 아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80km씩 달리던 차도 30km 구간을 통과할 때는 아주 천천히 가서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교통 사고가 OECD 국가 중에서 높다고 하는데 제한 속도를 철저히 지킨다면 사고율도 낮아질 것이다. 성숙된 운전 습관은 제한 속도를 지키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다음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다. 차선 변경할 때 깜박이로 알려주기, 주차할 때 주차선 지키기, 차선 변경하는 차에 대한 양보, 건널목에서 보행자를 위한 우선 멈춤 등 배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여서 도로에만 들어서면 경쟁심으로 무장된 운전자들이 너무 많다. 때론 이런 경쟁심과 배타심이 사고를 불러 일으켜 사상자가 생기기도 한다.

작년 아일랜드에서 운전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의 도로 사정은 매우 나빠 대부분의 국도가 2, 3차선으로 되어 있지만 제한속도가 80~100km 여서 어떻게 이런 곳에서 그런 속도를 낼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성숙된 운전 태도는 도로 사정이 나빠도 안전한 운전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도로에서는 우선 순위가 확실해 먼저 가려고 경쟁하는 차가 없다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 오래 전에 영국의 한 교수가 제주를 방문해 며칠간 같이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이 우리나라 도로를 보면서 우선 순위가 확실치 않은 것 같다고 한 말은 잊혀지지 않는다.

영국이나 유럽에 많이 있는 roundabout, 즉 로타리식 교차로에서는 회전 차량의 우선권이 너무 확실해 수많은 차들이 회전하면서도 질서 있게 원하는 방향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보고 매우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도 차량의 통행 우선 순위가 있지만 잘 모르거나 또는 잘못 이해하고 있어 서로 먼저 가려고 자동차 앞 부분을 먼저 들이밀며 우선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부분은 교통 당국이 대국민 계도를 통해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동차는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고 있지만 배려와 성숙된 운전을 하지 않으면 달리는 살상무기가 된다. 우선 캠퍼스 내에서부터 속도를 줄이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성숙된 운전 습관을 생활화해야 한다. 그럴 때 진정한 자동차의 편리함과 함께 서로를 배려하는 사회적 행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