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문화의 장…이중섭거리

젊은 층들이 북적거리는 서울의 홍대 앞, 경리단길과 같은 동네에서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플리마켓이 들어선다. 본래 플리마켓이란 중고 물품을 사고 팔거나 교환하는 벼룩시장과 같은 개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의미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거리의 예술가들이 본인들의 작품을 선보이기도 하며 아기자기한 핸드메이드 제품들을 내놓기도 하는 복합적 문화공간으로 통용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제주에도 이런 플리마켓이 존재하고 있다. 이번에 기자가 방문한 곳은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 앞에 위치한 이중섭 거리의 플리마켓이다.

▲ 주말마다 열리는 이중섭거리의 플리마켓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독특한 디자인의 상품들을 구경하고 있다

◇일반적인 시장과는 조금은 달랐다

농산물과 먹거리만 파는 시장을 생각했기 때문일까? 돌아오는 휴일마다 열리는 이 플리마켓은 일반적인 곳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마치 예술인들이 거리로 나와 본인들의 장기를 선보이는 듯 했다. 집에서 직접 만든 수제잼, 쿠키 등 먹거리를 비롯해 악세서리, 천염염색을 한 갈옷 등 잡화를 팔기도 했고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곳도 있었다.

▲ 예술가들이 거리로 나와 본인들의 장기를 뽐내고 있다

◇자유로움을 느꼈다

길 한복판에서 기타를 꺼내 노래를 부르는 중년의 남성 두명이 눈에 들어왔다. 긴 수염을 지닌 외모를 통해 미묘한 포스를 뽐내고 있었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옛 트로트부터 팝까지 장르를 불문했다. 그들은 본인들이 부르는 노래에 심취해 즐거워하고 있었다.

또한 외국인 상인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이거 얼마에요?”라고 한국말로 질문을 하면 “칠천원이요”라며 또박또박 대답을 하곤 했다. 그 외국인이 보인 선한 미소 속에서 일상의 치열한 경쟁이 아닌 여유로움을 볼 수 있었다.

◇서귀포 문화예술 디자인 시장

이중섭거리의 옆길에는 아트마켓으로 알려진 서귀포 문화예술 디자인 시장이 들어서 있었다. 이곳 역시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들을 팔고 있었는데 그 중 천연염색을 한 가방, 옷들이 유독 많았다. 우리가 기존에 입던 기성복들처럼 화려한 모습은 아니지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독특한 매력을 느꼈다.

◇옛 모습 그대로 갖춘 서귀포 관광극장

이중섭거리를 절반쯤 지났을 때였을까? 옛 정취를 그대로 담은 건물 하나가 위치하고 있었다. 겉모습은 마치 60~70년대 극장의 모습이었는데 그곳의 이름은 ‘서귀포 관광극장’이었다. 하지만 건물은 오래됐어도 극장의 본 기능은 여전히 수행하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토크콘서트, 종합 무용공연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규모가 작다

기자가 플리마켓을 모두 둘러보는데 걸린 시간은 채 30분도 되지 않았다. 신기한 제품들을 더 구경해보고 싶었지만 그 규모가 영세했다.

문화예술 디자인 시장의 경우에는 시장의 규모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예술가 분들이 주기적으로 추첨을 통해 판매 기회를 잡는다고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플리마켓의 한 상인은 “최근에 육지에서 내려온 관광객들과 외국인들이 정말 많이 찾고 있다”며 “앞으로 시장 홍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규모를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다는 한계점 때문에 독특한 시장이라는 점을 느끼기도 전에 끝이 난 것이다. 도민들과 관광객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제주만의 독특한 플리마켓이 더욱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