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며

제주학은 제주라는 독특한 자연적ㆍ지리적 공간에서 삶을 영위해 온 제주인의 유무형 문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복합학문이다. 곧 제주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정체성을 확립함으로써 제주지역의 현재와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는 학문이라고 하겠다. 나아가 제주학은 제주인이 주체가 되어 제주지역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며, 학제간의 총체적 접근을 요구하고, 지역 정체성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또한 제주지역의 내재적 발전을 위한 실천적 학문을 지향함으로써, 제주의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조명하며 미래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21세기 제주도는 세계화의 총체적인 흐름에 직면하여 국제자유도시, 특별자치도, 세계평화의 섬을 지향하며, 지역의 특수성ㆍ보편성의 조화, 사람ㆍ문화와 자연경관의 공존 가치를 지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필요로 하고 있다. 미래의 제주도는 남방 해양문화와 북방 대륙문화의 교차 지점이며 동아시아 해역의 거점으로서 한반도 및 동아시아 문화공동체로 발돋움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 4월 25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본관 소회의실에서 제1회 제주학 정책포럼이 열리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제주학의 연구와 대중화에 매진하고, 민간 연구단체 및 연구자를 중심으로 기획ㆍ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공공연구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제주학연구센터는 이러한 내외적 환경과 배경 속에서 2011년 8월 출범했다. 이제 설립 5주년이 되는 제주학연구센터가 지방정부가 출연한 첫 제주학 관련 공공 연구기관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회고와 반성을 해볼 때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센터는 연구 공모지원사업의 실시, 제주학 아카이브의 온라인 구축 운영, 제주어 중점연구 등 굵직한 연구사업을 주로 수행해 왔다.

그러나 제주학의 다양한 분야별 연구가 부족한 편이며, 복합적이며 공동협업을 요구하는 대형과제 연구를 기획ㆍ수행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제주학 아카이브의 구축 또한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어서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총괄적인 아카이브 센터의 존재는 아직 꿈에 불과하다. 시민과 함께 하는 제주학의 대중화ㆍ보편화 또한 미흡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센터가 가장 유능한 연구인력이 포진한 대학의 유사 연구기관과 무슨 차별성을 갖는지 설득해낼 수 없을 것이다. 차제에 센터가 해야 할 공공적인 일이 무엇인지 정립하지 않으면 센터는 대수롭지 않은 ‘또 하나의 연구기관’에 그쳐 버릴 것이다.

센터가 확실한 대안 연구기관으로 정립되어야 한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가령 대학이 제주학 관련 연구와 학생 교육, 학문 후속세대 양성에 주력한다면, 공공 연구기관인 센터는 연구 지원, 시민 교육, 학문 후속세대가 참여할 공공 연구사업 개발과 시행에 치중하는 등 상호 적절하게 역할 분담하고 보완ㆍ협력하고 교류할 필요가 있겠다.

모든 연구사업을 민간 연구단체 및 연구자 중심으로 운영하되, 센터는 기획과 지원의 역할을 수행하면 될 것이다. 청소년 교육사업, 시민강좌, 교양서적 발간 등 시민을 향해 ‘열린 제주학’도 센터의 공공사업에 해당된다. 제주학대회를 열어서 단순한 학술대회를 넘어선 시민과 학생ㆍ청소년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학술축제의 장을 개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주학 아카이브 구축사업을 대형 공공사업으로 추진하여 관련 학문 후속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인큐베이터 사업도 구상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고전번역사업 등 토대연구사업, 제주통사 및 제주어대사전 등의 대형 편찬사업 등은 대학과 교류 협력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제주학의 미래 발전을 위해서는 우수한 연구 경력과 역량 등 토대를 갖추고 있는 대학 연구기관과 새로이 공공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는 제주학연구센터 간에 공존ㆍ협력의 원칙 위에 상호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가능하리라고 전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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