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영길 시인과 고시홍 소설가가 5월 27일 신문방송사에서 백록문학상을 심사하고 있다.

이번 백록문학상 공모전에서 시작품은 수준이 높은 편이었다. 총 62편 중에서 <갈 곳 없는 이에게(1)>, <수마>, <정의할 수 없는>, <길>, <눈물은 왜 짠가> 등 5편으로 압축됐다. 예선에 오른 작품들은 그 수준에 있어 큰 차이가 없어 당선작을 선정하는데 애를 먹었다. 그래서 응모자의 다른 작품들의 수준을 살펴보고 이 중「정의할 수 없는」을 당선작으로 뽑게 됐다.

「정의할 수 없는」은 시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는 작품이었다. 시란 개연성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붙잡기 힘든 추상적인 세계를 상상으로 구상화해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개성이 있는 시인은 자신만의 세계를 설립한다고도 한다. 당선작이 바로 이런 특성을 살리고 있는 시적 특성을 담아내고 있었다.

사실 이번 응모작품 중에는 일상 어법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품들도 있었다. 이런 작품들은 SNS상에 떠돌고 있는 언어 수위에 갇혀 시를 너무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는 경우, 일상의 어감 고운 어휘를 나열하는 경우, 큰 의미 없이 가운데 정열을 하는 경우 등이 있었다. 이런 작품들은 신선한 맛을 잃어버리고 진부해져 시적 긴장에 실패하고 있었다.

「정의할 수 없는」은 단연 빼어났다. 인식의 씨눈이 점점 커져서 존재를 드러내고 자리차지에 이르는 과정을 그려나가고 있는데, 문학적 성장을 기대하게 해 주는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역사나 시대, 사회적 소재에서 남다르게 인식하고 이를 시적 표현으로 내비쳐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겸허한 자세로 꾸준한 정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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