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 그것이 알고 싶다

▲ 2일 국제교류회관에서 우정애 스마트쉼센터 센터장이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일상 생활에 깊숙히 침투한 도박ㆍㆍㆍ 청소년ㆍ어른 할 것 없이 유혹에 쉽게 빠져
경제성장 원동력이 된다는 카지노산업ㆍㆍㆍ 하지만 우려되는 제주사회

불확실한 미래 사건의 결과에 기대 금전을 포함해서 가치 있는 어떤 것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행동으로 재정적 위험부담의 행위. 우리 사회에 너무나 깊숙이 침투한 도박. 제주사회의 도박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2014년 사행산업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주지역 도박중독 유병률은 4.9%로 전국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6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위, 높지 않은 순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제주지역의 도박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청소년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사설토토 등과 같은 온라인 도박형태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제주의 경제 발전, 성장동력이라는 이유로 다양한 카지노시설들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확산되는 도박문제. 이런 문제를 고민해보는 자리가 9월 2일 국제교류회관에서 진행됐다. 한국중독심리학회와 제주대 중독연구센터(센터장 김성봉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교수)가 공동주관해 ‘제주지역 도박문제 실태 및 대처방안’에 관한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도박, 과연 우리의 일상생활에 얼마나 침투해 있을까?

◇한국 도박문제 상황

“나 픽(경기에 대한 베팅정보)좀 주라”, “2.5기준 언더에 걸었냐?”, “한 폴더(게임)만 더 맞추면 딴다” 도박을 하는 카카오톡 채팅 창에는 이런 글들이 수없이 많다. 길을 걷다가도 스포츠경기에 관한 대화가 만연하다. 지역마다 있는 복권방에는 큰돈을 획득하려는 사람들이 마킹을 하기 위해 모여들고 토요일 오후 8시 40분만되면 복권 당첨확인을 위해 TV앞에 앉는다. 어른들은 명절에 모여 돈을 걸고 친목도모를 위해 카드게임이나 화투를 하며, 학생들은 PC방에 앉아 낮은 확률로 좋은 선수를 획득하려는 도박을 하고 있다. 가볍게 하는 놀이나 게임, 도박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가 불확실한 사건에 내기를 거는 행위는 모두 도박이다. 

한국의 사행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5년 합법적 사행산업 매출액이 20조 5042억원을 기록했고 불법 사행산업 매출 규모도 83조 6000여억원을 기록했다. 그 결과 도박 중독자의 발생 비율 또한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다. 무엇보다 IT시대를 맞아 과거의 면대면 도박에서 온라인상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유형의 도박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 도박문제 실태에 대해서 우정애(제주스마트쉼센터 센터장)씨는 “불법 스포츠베팅 도박과 온라인, 모바일 게임에서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어디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쉽게 용인되기 때문에 쉽게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 층에서 빠르게 유행하고 있는 도박은 스포츠베팅(토토)이다. 운동경기를 대상으로 경기가 개최되기 전 결과를 예측해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별로 환급금을 받는 게임인 토토는 현재 합법과 불법으로 나눠져있다. 합법토토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행하고 있다. 구매가격은 1매당 1000원이며 1회 투표금액은 1인당 10만원 이하로 제한되고 있다.

사설토토 즉 불법토토는 나라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따로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게임의 종류는 승부 맞추기, 점수예측 등이 있는 합법토토와 비슷해 보이지만 베팅의 금액과 환급률 등 부분에서 국가가 운영하는 합법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이 쉽게 유혹에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네임드사다리, 홀짝 등 단시간에 베팅을 하고 결과를 알 수 있는 게임들 때문에 청소년들의 도박피해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온라인이나 모바일게임에 기반한 도박에 쉽게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정애 센터장은 “학생들이 도박을 IT시대에 놀이문화라고 생각해 쉽게 시작하고 있다”며 “게임에서 발생하는 도박 같은 경우 ‘이건 게임이지 도박이 아니다’라고 인식하는 것이 문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도박의 트랜드를 보면 여러 유형의 도박이 ‘스포츠 베팅,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그렇기에 체감상 거부감도 적고 경계심도 낮다”며 “특히 SNS가 대중화되면서 불법도박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된 것도 문제다”고 덧붙였다.

성인도 예외는 아니다. 내국인의 출입이 가능한 강원랜드를 포함해 복권, 경마 등 다양한 도박들이 그들을 붙잡고 있다. 

◇제주지역 도박문제 실태

▲ 제주의 카지노 사업이 도박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정애 센터장은 “현재 전국적으로 경마장 3곳이 운영중인데 그 중 한 곳이 제주도에 있다”며 “또한 외국인 카지노 16개중 8곳이 제주도에 있다”고 전제한 뒤 제주가 도박에 대한 물리적·심리적 접근성이 높은 지역임을 강조했다. 2014 사행산업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주 사람들 중 15.3%가 경마게임을 해봤다고 응답했다. 청소년 도박문제 역시 심각했다. 2015년 한국도박문제 관리센터에서 재학 중인 청소년들의 지역별 도박 문제 수준을 측정한 결과 제주청소년들은 위험수준 7.1%로 전국평균 4%보다 높았고 문제수준도 3.7%로 전국평균보다 1.1% 높았다. 해양과학대학에 재학 중인 A씨는 “고등학생 때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것은 스포츠토토였다”며 “밤에는 경기를 확인하고 낮에는 베팅을 했기에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고 말했다.

◇도박문제의 해결을 위해

도박을 하는 이유에는 생물학적 이유와 심리적 요인, 사회적 요인이 있다. 2014년 사행산업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들은 사람들과 친목도모를 위해서, 혹시 돈을 따지 않을까, 짜릿한 흥분을 느끼고 싶어서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청소년들도 주로 짧은 시간 안에 큰 돈을 획득할 수 있어서, 친구들이 하기 때문에,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려는 보상심리 등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술대회에서 여러 발표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도박중독은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혼란, 자기의심, 스트레스, 관심부족, 불신, 집중력 결여, 업무능력 저하 등에 개인, 직장, 지역사회의 직장의 소규모 생활부터 시작해 더 나아가서는 도덕적 해이, 공금 횡령 등 지역사회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발표자들은 도박문제에 대해 국가와 가정에서 사전교육이 중요하며 만약 놀이의 차원에서 도박을 한다고 하더라도 가볍게 즐기는 선에서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규(꽃동네대학교 복지심리학과)교수는 “도박의 중독심리과정을 보면 쾌감의 기억-갈망-집착-강박-중독적 행위가 순환된다”며 “예방과 교육이 적절히 이뤄져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현탁(한국도박문재관리센터 원장)씨는 “도박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제는 국가나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제도화를 통한 예방치유활동과 부모·교사 등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통한 교육 등을 통해 예방활동을 확산하는 등 사전예방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우려되는 제주사회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도박. 제주도가 그 중심에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학술대회에서 마련된 토론자리에서 한 학생은 “관광객과, 편의시설 유치를 위해서는 결국 돈이 되는 카지노사업이 들어올 것이다. 신화역사공원도 그 예라고 생각한다”며 “시간이 지나고 강원랜드처럼 내국인의 입장이 허용될 텐데 결국 그렇게 되면 제주는 도박의 성지가 될 것”이라고 제주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현재 제주지역은 청소년 도박문제의 심각, 경마장의 피해, 외국인 카지노의 문제 등 도박문제로 몸을 앓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들이 감소할 것으로는 보이지는 않는다.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인해 카지노산업은 크게 늘어날 것이며 도박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도 심각해질 것이다. 과연 제주는 어떻게 변화할까. 제주사회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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