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전거를 통해 국토를 종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에 반응하듯 전국 각 지역에는 자전거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수도권에는 한강종주자전거길, 동해안에는 동해안종주자전거길 등 총 13개의 자전거길 코스가 존재한다. 또한 국토교통부는 ‘국토종주 자전거길 여행’ 책자를 발간해 자전거길을 소개하고 있다. 각 코스 중간마다 설치돼 있는 인증센터를 찾아가 이 책자에다가 도장을 받으면 종주 완료를 인증받을 수 있다.

▲ 기자가 직접 제주환상종주 자전거길을 체험하면서 받은 도장이다.


제주도도 ‘제주환상종주’라는 명칭의 자전거길 코스가 있다. 기자는 추석 연휴를 이용해 자전거로 제주도 일주를 체험했다. <편집자 주>  

태풍이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바람의 세기는 평소와 달랐다. 하지만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추석연휴기간 동안 비가 내릴지도 모른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제주공항에는 사람이 붐볐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이번 연휴에 제주를 방문한 사람의 수는 약 24만명이라고 밝혔다. 제주는 어느새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제주를 여행하는 방법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렌트카 사용이 보편화됐지만 도보, 자전거를 통한 여행도 인기를 끌고 있다.

▲ 제주환상종주 자전거길 제1코스는 제주국제공항에서 다락쉼터까지 총 21km이다. 코스 중간마다 남은 거리가 적혀 있다.


자전거로 제주도일주를 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들의 뒤를 쫓아 페달을 밟아봤다.  

◇환상자전거길을 통한 제주도 종주 준비

공항에서 약 800m정도 떨어진 자전거 대리점인 ‘바이크 트릴’ 주변으로 관광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여러 장비와 종주수첩, 자전거를 대여해 일주에 대한 준비를 마친다.

“열심히 달리시면 3일, 천천히 달리셔도 4일이면 충분히 종주가 가능합니다” 대리점 직원의 설명을 들은 후 종주를 향한 첫 시작을 끊었다.

제주도 자전거 종주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길을 개척해 종주를 하는 방식이 있고, 정해진 코스를 따라 가는 환상자전거길이 있다. 기자는 환상자전거길을 선택했다. 이 길은 2015년 11월 7일 행정자치부가 개통한 것으로서 총 234km로 구성됐다. 도로 위에 파란색 줄과 표지판으로 구간의 표시가 돼 있고 제주도를 시계반대방향으로 주행을 하는 코스다.

교통량이 적은 해안도로를 활용해 제주도 한 바퀴를 모두 일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지나가는 곳마다 인증을 남길 수 있는데 다락쉼터, 해거름마을공원, 송악산, 법환바당, 쇠소깍, 표선해변, 성산일출봉, 김녕성세기해변, 함덕서우봉해변, 용두암 부스 등 총 10개의 스탬프를 모두 찍으면 용두암 인증센터에서 종주스티커를 받을 수 있다.

◇해안으로 이동하는 제주환상종주 첫 코스
 

▲ 자전거 길이 자동차 주차장으로 변질돼 있는 모습. 일반 차도로 우회해야 돼서 위험하다.


출발 후 가장 먼저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곳은 애월의 해안도로에 있는 다락쉼터이다. 목적지까지는 약 21km정도인데 일주도로와 해안도로를 반복해 가는 코스다. 타면서 느낄 수 있는 바다의 냄새와 시원한 바람은 자전거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자전거일주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었다. 도로 위에서 만난 자전거객들은 서로 동질감을 느꼈는지 인사를 서슴없이 나눴다. 안녕하세요, 어디서 오셨어요 등 기본적인 인사부터 시작해 다양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

서울에서 단체로 온 한 일행은 “긴 연휴를 맞아 명절을 보내지 않고 친구들과 우정여행을 왔다”며 “바다냄새를 맡으며 해안도로를 달리니 기분이 상쾌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에는 처음 왔는데 자전거를 타고 하는 이번여행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은 직장생활에서 잠시 탈피해 자전거를 타며 여유를 즐기기도 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타는 경우도 있었고 친구, 연인과 함께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외에도 달리면서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는 학생들, 낚시를 하는 친구들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찾아오는 고통

그렇게 1~2시간쯤 타니 어느덧 자전거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스탬프는 공중전화부스처럼 생긴 곳에서 찍을 수 있었다. 스탬프 외에도 펌프등 기본적으로 필요한 장비들이 구비돼 있다.

자전거에 몸을 맡긴지 4~5시간 정도가 지나자 몸의 곳곳에서 피로감이 느껴졌다. 작은 안장과 핸들에 몸 전체를 의지하다보니 손바닥과 엉덩이가 아파왔다. 평소 자전거를 많이 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페달을 밟은 결과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전거 안장에 몸을 맡기기가 두려워졌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적어도 자전거 위에서 제16호 태풍 말라카스와는 만나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며 다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비가 조금씩 내리긴 했지만 땀방울을 닦아주는 고마운 비였을 뿐,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3일을 달렸다. 하루 평균 7시간 정도의 자전거를 탄 기자는 첫째날 송악산, 둘째날 성산일출봉까지 쉼없이 달렸다.

◇육지와 바다 풍경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제주에서 송악산으로 향하는 길은 대부분 평지여서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다닐 수 있었다. 일주도로와 해안도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기에 육지와 바다 냄새를 동시에 느껴 볼 수 있다. 서귀포에서 표선까지 가는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고르게 분포하고 있어 자전거를 타면서 희비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 표선에서 제주시까지 오는 길은 대부분이 해안도로인데 바다를 오랜시간 동안 바라보며 달릴 수 있다.

◇여전히 위험한 환상자전거길

명확하지 않았던 기존 자전거길의 단점을 보완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환상자전거길이지만 여전히 자전거객에게는 위험이 따르고 있다. 파란색 줄로 표시된 도로 위에는 몇몇 차량들이 불법주차를 하고 있었다. 이 차량들로 인해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차도로 다녀야만 했다. 자전거객들은 “환상자전거길이 유명하다고 해서 제주도를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위험하다”며 “또한 해안도로 위에는 어촌에서 말리고 있는 소라, 다시마 등 때문에 길을 피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도에서도 지속적으로 불법주차를 막고 있었지만 제대로 된 계획을 가지고 단속을 하지 않으면 항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느껴졌다. 또한 표지판도 들쭉날쭉하게 배치돼있어 처음 보는 길에서는 다소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됐다.

제주도 자전거 종주는 점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누군가는 “그 힘든 일을 왜, 어떻게 하냐”며 겁을 먹을 수도 있지만 경험해본자들은 하나 같이 외치곤 한다. “자전거 종주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이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살펴보기 위해 집에 있는 자전거를 끌고 종주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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