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화원 주최 제10회 전도 외국인 한국어말하기 대회
제10회 전도 외국인 한국어말하기대회가 10월 9일 비현관(인문대학 2호관) 1층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570돌 한글날을 맞아 국어문화원(원장 배영환 국어국문학과 교수)이 주관해 열린 이번 대회에는 10개국에서 건너온 외국인 27명(일반부 13명, 학생부 14명)이 참여했다.
이번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한국 문화, 한국에서의 생활’을 주제로 경연을 벌였다. ‘모든 것이 잘 될 것입니다’를 주제로 발표한 자일백 크즈 쿤두즈(키르키스스탄ㆍ제주시 구산로 거주)씨가 대상을 수상했다.
각양각색의 이유로 제주에 정착하게 된 외국인들의 말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였다. 그들의 입꼬리도 자연스레 올라갔다. 한국어가 서툴러서 한국인 친구와 대화하면서 ‘귀여운’ 말실수를 했던 일화를 소개하는 대목에는 모두가 박장대소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최가미(중국ㆍ식품영양학과)씨는 한국에서 접한 문화충격을 소개했다. 그에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한국의 ‘본부장님’들이었다. 그는 “한국에 오기전부터 한국드라마를 보는 것을 즐겨했는데 드라마에서 나오는 ‘본부장님’은 하나같이 젊고 잘생겼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한국에 오면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본부장님들을 만나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그런데 한국에 온 후 와서 본 본부장님들은 그가 상상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그가 “너무 충격적이었다”는 말하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 대학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외국인의 입에서 나왔다. 나카무라 마사야(일본ㆍ제주시 영평동)씨는 대학을 다니면서 좋지 않았던 추억을 털어놨다.
그는 제주대 대학원에 진학하고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실험실에서 논문을 썼다. 하지만 자신이 노력해서 쓴 논문을 교수가 가로채갔다. 그는 “교수에게 따졌지만 이미 학술지에 그의 논문을 투고한 상태였고, 다른 사람의 이름이 올라가 있고 자신의 이름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듣고 견디기 힘든 말을 하면서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허탈함과 실망감에 대학을 자퇴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떠나 그곳 대학원에서 새 출발을 할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그의 말에 청중 모두는 안쓰러운 마음에 말을 잃었다.
중국인 남편과 제주로 건너와 알콩달콩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는 유춘염(중국ㆍ제주대 국어국문학과)씨에 모든 이들의 마음은 녹아내렸다. 결혼한지 2년. 중국에서 만난 그의 남편은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은 그의 꿈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함께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유춘염씨는 “타향살이가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남편은 내색하지 않았다”면서 “남편이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 테니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장을 받으라’고 말해줘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남편은 집안일도 모두 도맡아하면서 그의 꿈을 응원해주고 있다.
학교 공부를 소홀히 하는 한국인 친구들에게 일침을 던지기도 했다. 탄쟈민(싱가포르ㆍ국어국문학과)씨다. 그는 최근에 친구들로부터 새로운 별명을 하나 얻었다. 바로 ‘외국인인척하는 한국인’이다.
그는 “한국어를 너무 잘해서 친구들이 의심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처음에는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적이 많아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국인 친구들이 자주 결석하고 공부를 잘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며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