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독서의 계절인 가을이 성큼 우리 앞에 찾아왔다. 10월 3일부터 노벨상 수상자들이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가장 주목을 받는 분야는 ‘노벨상의 꽃’으로 불리는 노벨문학상이다.

10월 13일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광을 안게 될 문인이 과연 누구일지 세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해외 온라인 도박사이트의 후보자 배당률이 공개되면서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와 고은 시인의 수상 여부가 큰 관심거리이다.

문학이 대중에게 친숙한 분야이기도 한 데다 수상자가 받는 상금이 가장 많기 때문에 노벨문학상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노벨문학상은 발표 직전까지 철저히 비밀에 싸여 있어 공식적인 수상 후보들은 알 길이 없다.

영국의 도박 사이트 ‘래드브록스(Ladbrokes)’에서 공개하는 유력 수상 후보 순위가 수상자를 예측하는 좋은 척도다. 지난 19일 래드브록스에서 배당률 5대 1로 올해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꼽았다.

올해 고은 시인은 배당률 33대 1로 13위에 올랐다. 대한민국 대표 문인으로서 노벨 문학상 유력 수상 후보로 꼽힌 지도 벌써 15년째다.

탈락의 고배를 여러 번 마셨던 고은은 지난 2013년 인터뷰에서 “10월이면 갑절로 외롭다”며 “우리 ‘그것(노벨 문학상)’에 환장하지 말자”고 말한 바 있다.

매년 10월이면 노벨문학상 수상자와 수상작은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책을 좀 읽는다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 도배된 노벨상 수상자의 작품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출판시장은 경쟁적으로 수상작들을 번역, 출간해 시장에 내놓는다. 또 으레 책을 좀 읽거나 고급 취미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혹해 수상작을 구매할 것이다.

독서의 계절인 만큼 출판계가 활기를 띠는 것은 단연 좋은 소식이다. 필자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구매 욕구를 느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은 시인의 말을 빌려 ‘그것(노벨 문학상)’에 너무 ‘환장’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한국문학은 그 빛을 잃은 지 오래다.

거대출판사가 지배하는 출판시장에서 베스트셀러는 조작되고, 먹고 살만한 소설가들은 부른 배를 어루만질 것이다. 소설가나 시인이 꿈이라고 얘기했다간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가 되는 시대이다. 자기계발서를 찾는 사람들에게 문학은 낭만에 젖은 몽상가들의 듣기 좋은 말일 뿐이다.

시 한 줄 읽을 여유도 없는 나라에서 문학인을 키울 역량도 없거니와 그런 꿈을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데 어찌 노벨문학상을 바라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15년째 이맘때쯤이면 어느 노장의 짚 앞을 어슬렁거리는 벌떼들이 있다. 노벨문학상 발표 날이면 각 언론사 기자들은 그의 집 앞으로 벌떼마냥 모여든다. 카메라를 들이대며 수상자 발표를 기다리는 그들의 카메라 렌즈 앞에 놓인 늙은 시인의 얼굴은 마치 한국문학의 미래를 예견하듯 어둡기만 하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