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한국지역학포럼, 제주칼호텔서 7일 개최
제주 문화가치 세계화 꿈꾸는 ‘제주학대회’ 행사로

▲ 10월 7일 ‘마을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개최된 제10회 한국지역학포럼에서 현혜경 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이 발제를 하고 있다.

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센터장 박찬식)와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소장 이익주)는 10월 7일 ‘마을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제10회 한국지역학포럼을 개최했다. 한국지역학포럼은 전국 지역학 연구기관들이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행사다.

이번 포럼에서는 △서울 서촌의 위상과 현재적 의미: 박희용(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 수석연구원) △마을조사 및 기록사업의 현황과 활용 방안: 방문식(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마을조사의 필요성과 전주지역 사례: 이동희(전주역사박물관 관장) △동래 안락서원과 기억: 박상필(부산발전연구원 경영사회실 연구위원) △제주지역 마을 기록의 역사와 전망: 현혜경(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 등 ‘마을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지역학 전문가들이 주제 발표에 나섰다.

특히 이번 지역학 포럼은 10월 6일부터 9일까지 ‘제주문화가치의 글로벌화를 위한 제주학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제1회 제주학대회’와 함께 개최됐다. 올해 첫 행사로 열린 제주학대회는 6일 <제주어 세미나: 제주방언사전의 역사와 방향>, 7일 <신화의 보물섬, 제주신화의 성격과 세계적 위상 국제학술대회>를 중심으로, 8일과 9일 관덕정 마당에서 열리는 <제주학 도서사진전> 등이 열렸다.

제주학 도서사진전은 제주학 관련 연구동향과 성과를 가늠해보는 자리로 제주문화원과 제주대박물관, 안성리기록전시관, 제주역사문화진흥원, 부종휴선생기념사업회, 민속원출판사, 도서출판 각 등 제주도내 연구기관들이 주제별 부스를 마련 8, 9일 이틀간 제주목관아 및 관덕정 광장에서 개최됐다.

다음은 방문식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의 ‘마을조사 및 기록사업의 현황과 활용 방안’과 현혜경(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의 ‘제주지역 마을 기록의 역사와 전망’ 발표를 정리했다.

마을조사 및 기록사업의 현황과 활용 방안

한국의 지역학 연구는 해방 이후인 1950년대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지역사에 대한 관심이 환기되고 본격적으로 예산이 투입되기 시작한 시기는 1995년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이 선출되고 지방자치제도가 본격화된 이래라고 볼 수 있다. 경기학연구센터는 2011년에 지역사 연구의 일부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경기도 31개 시·군 지자체를 대상과 범위로 획정하고 있다.

시간의 영속성에 대항하여 인간이 그들의 의미를 시간에 새기는 방법은 기록이고 역사이다. 인류의 역사를 문자로 기록하기 시작한 시점을 중히 여기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사의 정리도 마찬가지로 한민족으로 대표되는 자신의 정체성과 연원을 인류사의 흐름에 각인시키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연장선에서 갖가지 역사관이 파생됐으나 한국사 연구의 경우 근대 이후 주로 국가사를 중심으로 보다 획일적으로 이뤄져 온 것이 사실이다. 즉 지역 단위의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지역의 역사적 독자성이나 지역성을 규명하기보다 거대한 국가사의 담론의 일각으로 다뤄져 온 경향이 강했다는 반성이 있어왔다.

지역사 연구는 국가사와 지역사의 관계를 넘어 개개인의 가치를 국가와 세계, 그리고 인류와 연결하는 가장 낮은 단계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마을기록을 기저에 둔 지역사라고 하더라도 국가사와의 역할 관계는 구분이 돼야 한다. 특히 최근의 지역사 연구는 마을기록으로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 마을기록의 대상인 ‘마을’은 공동체를 내포하는 개념이며 마을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실현되는 곳으로서 일상생활의 토대이다. 이 기록은 아래로부터의 변혁을 통해 마을을 복원하고 이를 통해 건강한 시민사회를 형성해 나가고자하는 현대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시각을 품고 있다.

그러나 실제 조사연구의 추진력은 지역학을 뒷받침하는 지자체의 의지와 예산에서 비롯된다. 지역학 연구는 앞서 언급한 1995년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이 선출되고 지방자치제도가 본격화된 것과 전통문화산업과 관련된 『문화재보호법』, 『문화예술진흥법』, 『문화산업진흥 기본법』 등 국가기관의 현행 법률과 관계가 깊음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지역학 연구는 국가사와 달리 보다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아 부절(不絶)한 성과를 필요로 한다는 약점이 내재하고 있다는 측면을 도출해 낼 수도 있다.

제주지역 마을 기록의 역사와 전망

제주지역 마을기록을 시작하게 된 배경으로 제주도가 육지부와 구별되는 해양문화적 특성과 함께 제주 마을에 대한 기록 부재, 제주도의 개발 과정에서의 공동체 해체와 변동 등을 들 수 있다. 제주에서 마을에 대한 기록은 공동체 복원 및 정체성과 자존감을 회복하는 일과 연결된다.  

제주지역 마을지는 일제시대인 1915년 일본 관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신흥리지를 시작으로 1980년대 중반 이후 언론인 및 지식인과 초등학교 중심으로 마을 기록이 이뤄졌다. 2000년대 마을기록 및 마을지가 확산됐고, 2010년대 역사문화지 형태의 마을 기록 형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마을지의 변화는 1980년대 비해 2배 정도 증가하고 있으며, 학교 단위 중심에서 편찬위원회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또 지역 연구자들을 동원해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특징을 보인다. 이와 함께 마을지, 향토지, 읍지라는 제목에서 역사문화지로 바뀌고, 구성면에서 역사문화 내용이 앞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제주지역 마을지 내용으로는 자연과 인문환경, 마을의 유래, 유적과 유물, 행정변화, 교육 및 체육, 전통문화와 신앙, 산업경제, 역사적 사건, 마을단체 및 사람들 순으로 구성되고 있다. 이러한 마을지는 마을공동체의 자존감 회복, 유실됐던 마을 자료들의 수집계기 마련, 마을지를 통해 마을 유력자 집단의 결속 계기, 마을 전통의 재창조 등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마을지의 한계도 있다. 우선 1980년대 초기 향토지의 구조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마을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내용이 실린 마을지도 상당수 존재한다. 또 마을지마다 중복되는 내용에다가 행정단위 마을을 기준으로 담다 보니, 다층적 마을 범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이와 함께 대체로 행정기관의 지원을 받은 비매품으로, 주민 및 후속세대 공유가 어려운 편이다. 더불어 마을지는 남성 중심 구조로 이뤄져 있어, 여성의 목소리가 배제되고 가장 기본적인 주민들의 의식주와 관련된 이야기는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 제주지역 마을 기록은 ‘제주다운 것’의 경관 원풍경과 공동체 생활 원풍경에 대한 3차원적 자료 구축이 필요하다. ‘제주다움’을 증언할 수 있는 구술 세대의 급속한 소멸 및 사회변화로 인한 망각의 가속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 기록화에 대한 시민권의 확산과 시민 스스로 주변을 기록하고, 자료를 생산, 수집, 관리하는 자료 수집 및 관리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디지털 제주마을지 등 정보기술의 발전에 맞춘 새로운 차원의 지역 기록물 생산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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