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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하고 싶은 책> “세계의 평화는 빵의 평화다”
  • 김옥수 영어영문학과 교수
  • 승인 2016.10.1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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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 역사〉
저자 하인리히 E. 야콥|
역자 곽명단, 임지원|우물이있는집

지금은 바야흐로 ‘먹고사니즘’의 시대이다. 방송에서는 먹방의 전성시대로 이 방송사 저 방송사 할 것 없이 비슷한 음식 프로그램을 매일 방영하고 있고, 요리사는 마치 탤런트처럼 화려한 모습과 기술로 음식을 보여주기 바쁘다. 화려한 손 기술로 만들어진 시각적으로 훌륭한 음식들은 우리의 미각과 후각을 자극하며, 진정한 음식은 이러한 화려한 요리임을 우리 뇌리에 각인시켜준다.

하지만 지금도 먹고 살기 바빠 이러한 먹방 프로그램을 잘 보지 못할 뿐 아니라 매 끼니도 잘 챙겨먹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도 우리의 현실이다. 이들에게는 음식은 시각적으로 미학적으로 즐길 무엇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음식의 진정한 의미를 잊고 지내는 것이 아닌가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하인리히 야콥의 <빵의 역사>를 읽어볼 이유가 있다. 야콥은 우리가 매일의 양식으로 먹는 빵, 혹은 밥의 진정한 의미를 역사적, 문화적으로 살펴본다. 야콥은 빵의 기원을 이집트에서 찾아 설명한다.

이집트인들은 조금 부패해 시큼해진 반죽을 구우면 훨씬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발효된 빵을 발견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빵은 화폐 그 자체였다. 파라오는 관료들의 임금을 빵으로 지불하였다. 따라서 개인이 가진 빵의 개수가 그 자신의 부와 경제적 힘을 나타내었다. 더 나아가서 빵은 사람의 지위를 나타내었다.

파라오는 매일 1천 개의 빵을 지급받았고, 성직자는 매일 1백 개를 받았다. 지방 파견 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기름과 맥주는 지급 받았지만, 빵은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여 마침내 빵을 지급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집트 시대에 빵은 돈이자 지위의 상징이며, 문화이고 종교이고 정치였다.

야콥이 인용하는 고대 이집트의 책에 서술된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빵을 나눠주지 않으려거든 자신도 먹지 말아라”는 구절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러준다. 이 구절이 함의하는 바는 고대 이집트 시대에도 빵은 가장 중요하게는 도덕적인 의미를 지녔다는 사실이다. 고대 이집트 책의 이 구절은 음식이란 먹방에서 보여주듯이 경제적, 시간적인 여유있는 사람들만 즐길 권리가 있는 시각적, 미학적으로 화려한 음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빵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에 최우선성을 두는 윤리적, 도덕적인 개념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빵은 프랑스 역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18세기말 프랑스에서는 민중들이 먹을 빵이 없었다. 민중들은 상인들의 비밀조직이 정부와 결탁하여 온 나라에 곡물 기근을 일으킨다고 의심하였다. 루이 15세가 이 음모에 가담하여 천만 파운드라는 거금을 받았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러한 곡물 음모설에 격분한 파리 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며 혁명이 시작되었다. 이른바 빵이 프랑스 혁명의 주역이 되었던 것이다.

프랑스 혁명과 관련된 빵 이야기는 빵은 민중들의 기본 생존권 그 자체이고, 사회나 국가의 안정 그 자체임을 시사한다. 나폴레옹도 전쟁에 패하기 전에 “빵만 충분하다면, 러시아를 쳐부수는 것은 아이들 장난인데”라고 한탄했다. 나폴레옹의 군대는 빵 없이 50일이 지나자 모두 미쳐버릴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빵 부족으로 전쟁에 패해 수십만 명의 프랑스의 젊은 군인들이 죽었다. 이는 빵을 가진 자가 승리를 거둔다는 것을 알려준다.

야콥은 “세계의 평화는 빵의 평화다”라고 말한 후버의 발언에 주목한다. 세계가 평화를 성취하려면, 모든 인간에게 그의 생존과 인간으로서의 자존감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빵은 보장되어야한다는 것이다. 후버의 말처럼, 먹방 전성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도 진정으로 평화로움을 가지려면, 우리가 가진 여분의 빵을 나눌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야콥의 <빵의 역사>는 바로 이러한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빵은 경제적 힘이고 정치적 권력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하게는 인간의 생존권의 다른 표현이자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문화이고, 함께 나누어야 하는 도덕적 재화 같은 것임을 말해준다. 먹방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화려한 기술과 온갖 색채로 치장된 음식의 외양에 눈을 돌릴 것이 아니라 음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김옥수 영어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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