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가을, 1869년 미국 프로야구(MLB)탄생 이후 현재까지 가장 오랫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한 두 개의 팀이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그 주인공은 1908년 이후 108년 동안 단 한번도 왕좌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 시카코 컵스와 1948년 챔피언 자리에 등극한 이후 우승을 하지 못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다.

전 세계는 이 대결을 저주매치라 부르는데, 이들이 각각 염소의 저주, 와후 추장의 저주에 걸려 오랜시간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은 순종 2년(1908년)VS대한민국 정부 수립(1948년) 대결이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요즘 두 도시의 야구팬들이 우승이라는 단어에 갈망하듯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통령 하야’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언론이 보도하고 대통령이 시인한 ‘비선실세’ 논란에 빠져있는 최순실 게이트 사건 때문이다.

4ㆍ19혁명, 6월 민주항쟁 등으로 독재, 군부세력으로부터 쟁취해낸 민주주의의 가치를 대통령이 부정한 초유의 사태가 되버린 것이다.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고, 그 충격은 곧이어 분노로 바뀌었다. 전국 대학에서는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이 진행됐으며, 10월 29일 토요일에는 전국적으로 촛불 집회가 열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로 선출되고,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이 본분을 망각하고, 측근과의 권력 공유를 통해 국정을 농단하고 배신했다고 느낀 국민들은 분노했고 하야를 요구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열린 집회에서 “박근혜는 국민의 지배자가 아니라 우리가 고용한 머슴이고 대리인이다. 대리인은 노동자가 아니기에 해고할 수 있다. 대통령은 국민에 뜻에 따라 즉시 옷을 벗고 집으로 돌아가십시오”라고 말했다.

최순실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국가정책, 기밀 등이 유출된 것이 확인됐고 다른 국가들 또한 1면에 대서특필하며 보도하고 있다. 한국의 언론들 또한 그동안의 의문스러웠던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에 의구심을 표출했고 사건의 진상을 요구했다.

미국의 두 도시가 우승을 간절히 바란 것처럼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군부정권의 독재정치 등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원했다. 수많은 선배들이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피를 흘렸고 그 결과 국가통치기관위에 국민을 올려놨다. 하지만 대통령은 법에 따라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킬 의무를 저버렸으며 오히려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사태를 저질렀다.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니체는 ‘나는 당신이 거짓말을 해서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당신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화가 난 것이다’는 말을 남겼다. 국민은 더 이상 대통령을 믿지 못한다. 최악의 국정 농단 사태의 주인공인 박근혜 대통령. 그의 행동으로 대한민국은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국민 앞에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치고 하야할 것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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