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성난 민심은 폭발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백남기 농민이 생을 달리했던 민중총궐기와 함께, 이화여대의 ‘이화의난’이 바로 혼란한 이 정국(政局)의 시작점이다. 대학본부의 일발적 평생교육단과대학 설립 추진에 난(亂)을 일으킨 이들은 공권력의 진압에도 굴하지 않았다. 결국 대학본부가 사업추진을 취소하면서 이화인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이 사건은 올해 온갖 권력의 압제로부터 일궈낸 시민들의 큰 승리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이화의난은 이들만의 승리는 아니다. 이 난은 우리사회의 많은 시민들의 쳇증을 가시게 했다. 이길 수 있다는 시원함을 선사했다. 이들은 또, 이후에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대학 부정입학, 성적관리 부실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최순실 게이트’사건에 불을 지폈다.

각종 논란에도 끄떡 없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순실 게이트’로 끝없이 추락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 전국 성인 1005명에게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질문한 결과, 5%만이 긍정 평가했다.

‘개돼지’ 취급을 받았던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광장으로 모이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으로 시민들이 대거 모였다. 이날 집회는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제주위원회의 주최로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추산 1000여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가족단위로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중고등학생, 초등학생들도 집회에 참여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했던 우리대학의 한 학생은 “지금까지 벌어진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면서 “현 정부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주최 추산 15만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이 밖에 광주, 원주, 부산, 경주 등 여러 도시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하지만 이들 소망의 저변에는 단순히 현 정부의 퇴진에 그치지 않는다. ‘헬조선’이 막을 내리기를 열망한다. 청소년들은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길, ‘7포세대’ 청년들은 더 이상 뭔가를 포기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길, 중장년은 자녀양육비로 허덕이는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길, 노년층은 자신의 노력으로 인생의 끝을 마무리할 수 있길.

‘이화의난’ 투쟁가였던 소녀시대의 노래, 다시 만난 세계(Into the New World) 이 노래 가사처럼 많은 시민들은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길 희망하고 있다.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만 눈앞에 선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 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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