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요금만 228억… 당시 책임자들 사과와 반성이 우선
감사원ㆍ검찰은 ‘문제없다’, ‘무혐의’ 처분… 시민단체 반발

▲ 11월 11일 제주웰컴센터 웰컴홀에서 ‘우리의 유산은 우리의 미래’라는 주제로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5주년 기념 국제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세계7대 자연경관 제주를 투표해주세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투표기간 동안 세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제주사랑을 투표로 보여주세요. 전화투표는 001-1588-7715입니다.”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은 신기루(蜃氣樓)였다. 2011년 제주사회에 광기처럼 불어 닥친 세계7대 자연경관 투표는 당시 도백이 “단 몇 표차로 승패 바뀔 수 있다”는 호소에 어린아이부터 중장년층, 어르신들은 물론, 너나 할 것 없이 투표일 마감직전까지 전화투표에 참여했다.

제주도청과 지역언론들은 그해 11월 11일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후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과 제주방문 외국인 급증이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효과”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하지만 전화투표로 선정되는 이상한 방식, 공신력 있는 기관이 아닌 국적불명의 정체성조차 의심되는 뉴세븐원더스재단의 실체, 후보지였던 여러 나라의 자진철회 문제에 이르기까지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캠페인은 말그대로 의혹 투성이였다.

당시 이러한 의혹이 일부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공식적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데 도정을 감시해야 할 도의회마저 “이제는 모든 논란을 조식시키고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의 실질적인 이익을 꾀하고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나가자”며 논란 종식을 선언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7곳을 뽑는데, 전화투표방식을 도입했다. 전화투표가 많은 순서대로 7위까지 선정되고, 그렇지 않으면 탈락된다. 중복투표도 가능하다. 국외 기업인 뉴오픈월드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가 뉴세븐원더스재단을 대신해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을 전화투표로 진행했다. 수백억을 넘는 전화요금은 누구의 이익으로 돌아간  것일까.

지난 2012년 감사원 감사 결과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투표와 관련해 사용한 전화요금만 도본청 58억7600만원을 비롯해 제주시 76억700만원, 서귀포시 77억300만원 등 228억2819만원이라고 밝혔다. 제주자치도와 제주자치도관광공사 등이 기념행사 등으로 집행한 예산은 40억5200만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민들로부터 십시일반 모금한 세계7대 자연경관 기탁금 56억7200원(현금기탁금 33억1600만원·약정기탁금 23억5600만원) 중 9억7000만원을 빼내 행정전화요금으로 지출했다가 뒤늦게 들통이 나기도 했다.

문제는 더 있다. 당시 제주도를 선정하자는 국민적 캠페인 속에 케이티는 국제전화 식별번호인 001로 시작하는 회선을 열어 참여를 유도했고, 제주는 2011년 11월에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2012년 3월 이해관 케이티새노조 위원장은 언론을 통해 당시 전화회선은 국내용이었는데도 케이티가 국제전화인 것처럼 위장해 국제 전화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씨는 제주도 세계7대 자연경관 전화투표에 대한 케이티의 전화요금 부정청구 사실을 언론에 제보하자 케이티는 허위사실유포를 이유로 정직 2개월(1차 징계)을 처분했다. 케이티는 5월 이씨를 서울에서 경기 가평으로 전보조치하더니 12월에는 무단결근ㆍ조퇴를 이유로 해임(2차 징계)했다.

두 차례 징계에 대해 권익위는 모두 보호조치 결정을 내렸고 케이티는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도 이씨의 손을 들었다. 이씨는 2016년 2월 법원의 판결에 따라 복직했지만 한 달도 안 된 3월에 해임 때와 같은 이유로 감봉 1개월(3차 징계)을 처분했다. 이씨는 4월에 다시 권익위에 보호조치를 신청했다. 권익위는 8월 9일 KT의 감봉처분을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성 징계라며 보호조치를 결정했고 이번에 케이티가 받아들인 것이다. 이씨가 4년 동안 “케이티가 국제전화인 것처럼 위장해 국제 전화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와 정신적 고통을 받아왔던 것이다. 

이러한 논란이 일자, 제주도내 시민단체가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이 위법하게 이뤄졌다며 공익감사를 청구하자 감사원이 이를 받아들여 제주도와 관광협회, 범국민위 및 범도민위원회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결론적으로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과정의 법적ㆍ행정적 하자 논란에 대해 감사원은 위법 부당한 행정행위가 없었다는 면죄부를 내렸다. 

감사원은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과 관련해 전화투표에 공공운영비 228억원이 지출됐으며, 이중 81억원은 예비비로 지출됐으나 제주도의회가 최종 승인 처리한 만큼 정당하다고 밝혔다. 또 제주도가 전화투표에 공무원을 강제동원한 사실을 발견하기 어렵고, 전화투표로 인해 공공사무가 현저히 저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관련 주체들 간의 이면계약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민간회사 및 외국재단이라 확인이 곤란하다”며 “청구서에 구체적 사실이 기재돼 있지 않고 수사권이 없어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한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성명을 내고 “감사원의 면죄부적 결론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전제한 뒤 “도지사는 예비비를 사용하기 전에 도의회 승인을 얻어야 함에도 전용후 문제가 불거지자 추후승인을 얻었다”며 “이런 과정이 정당하다고 상식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공무원들의 전화투표 실적에 따라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는 공문이 있음에도 강제동원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행정전화 이외에 기탁금, 일반인의 전화문자투표 등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뉴세븐원더스재단의 수익사업회사와 관광공사의 수익구조, 기탁금 사용 등에 대한 감사원의 어떤 접근노력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제주참여환경연대와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환경운동연합, 곶자왈사람들, 탐라자치연대, 서귀포시민연대 등 6개 시민단체는 예비비 집행에서의 ‘횡령’, 전화투표요금 모금의 ‘기부금법 위반’ 두 가지 내용을 갖고 제주도를 고발했으나, 검찰 역시 무혐의 처분했다.

그런 점에서 세계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만큼 제주특별자치도나 범정부 차원에서의 후속 조치는 있어야 됐다. 제주도는 당시 검찰에 이어 감사원도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관련 논란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만큼 앞으로 세계7대자연경관 가치 활용을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실제 제주도가 지난 2011년 제주가 세계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자 1만명이 수용 가능한 마이스(MICE) 시설 확충·개선, 송전탑 지중화를 담은 경관관리 프로젝트 등 48건의 사업이 담긴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후속조치 제주 고품격 관광산업 육성 협의안’을 확정, 국비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정부의 국비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의 이처럼 무관심한 반응은 세계 7대경관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공무원 동원투표와 228억원에 달하는 행정전화 요금, 뉴세븐원더스 돈벌이 캠페인 사기극 등이 불거져 나오면서 악화된 국민여론 등을 감안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뒤늦게나마 세계7대 자연경관 5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제주도는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5주년을 맞아 민관 합동으로 11월 10일부터 12일까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제주청정 지킴이 발대식, 국제공동협력회의, 자연자원의 활용과 보전에 관한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하지만 이러한 전시 행사는 도민들에게 반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캠페인은 다양한 의혹과 논란으로 행정 불신을 초래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이미 자연의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시작으로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 등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UNESCO) 자연과학분야 3관왕을 달성했다. 또 2014년에는 제주 ‘밭담’이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지정됐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유네스코와 세계식량농업기구가 제주를 인정했는데 어떤 평가가 더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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