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학 통합기획 <우리는 지금 한 가족입니까?> ①통합의 과정을 되새기다
교육부 미통합시 제주교대 예산 삭감
학생 의견 미반영된 통ㆍ폐합 투표

▲ 2007년 11월 6일 제주대와의 통폐합을 반대하며 학사거부에 돌입하고 있는 교대학생들

2008년 제주교대와 제주대가 통합된 후 어느덧 8년의 시간이 흘렀다. 통합의 현장에 있었던 학생과 교직원들은 대부분 학교를 떠났고 새로운 새싹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그 결과 아직까지 통합문제가 대학내 쟁점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아라캠퍼스와 사라캠퍼스에 다니는 학생들은 같은 제주대라는 이름 속에 살고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괴리감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두 캠퍼스의 학생들은 제주대와 교육대학이 같은 학교인지 모르고 다니고 있으며 몇몇  사라캠퍼스 학생들은 여전히 자신을 소개할때 제주교육대학교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하지만 약 8년의 시간이 흐른 통합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앞으로 제주대신문은 세번의 기획을 통해 교육대학의 통합전개과정, 통합이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 앞으로의 통합과제 등을 다뤄보도록 하겠다. <편집자 주>

◇통합의 불씨가 타오르다

1998년, 제주대학교와 제주교대의 통합 논의가 최초로 제기됐다. 하지만 제주대와 제주교대 사이에는 의견차가 존재했다. 교육대학 총학생회는 1999년 5월 4일부터 7일까지 서명운동과 집회를 통해 대학통폐합안 반대의사를 완강하게 표명했다. 그렇게 통합에 대한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2006년, 당시 제주대학교 고충석 전총장에 의해 통합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고 전총장은 5·31 지방선거에 제주도지사로 출마한 3명의 후보에게 국유지 환수, 로스쿨 설립, 제주대병원 신축 조기완공 등에 대해 공개질의를 하며 제주교대와의 통합문제를 제기했다.

이로 인해 제주도내에 존재하는 2개의 국립대에 대한 통합의 필요성이 8년 만에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는 제주사회의 여론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고 전총장은 지역신문 기고를 통해 “2개 대학의 통합 문제는 제주고등교육계의 주요 현안이다”며 “하지만 아무도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아 현재까지 잠재된 현안으로 남아 있다. 이제 누구가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는 것이 대학인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대학 주체들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도 제주대의 입장을 옹호했다. 교육부는 “통합을 할 경우 막대한 재정지원과 교수 정원 배정, 각종 국책 사업을 최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초등교육 전문성과 특수성을 살리기 위한 거점 단과대학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며 “제주교대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지원을 과감하게 감축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대학의 입지 불안

당시 제주교대는 교육부 감사결과가 발표되면서 교육대학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여론의 지적을 받고 있었다.

2004년 전임 총장의 임기만료 이후 교수들이 두 파로 갈려 심한 갈등을 빚었고 전체 학생수가 746명에 불과함에도 잘못된 운영을 해 온 것도 지적을 받았다. 제주교대는 학생 수에서 전국 교대 평균의 30.9%에 그치는 소규모대학이지만 기관이나 시설은 다른 교대와 비슷한 규모로 운영하고 있었다.

감사결과 학생 1인당 교육비는 1263만원으로 전국교대 평균 814만의 1.5배였고, 보직교수 비율은 48.5%로 전국 교대평균 19.8%의 1.6배에 달했다. 이에 교육부는 입학정원을 64명 선으로 감축할 필요성을 지적했고 지역 내 다른 국립대학과 통합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하지만 당시 제주교대의 김정기 전총장은 “교육부가 통합지원비와 교수충원 등 물량공세를 통해 대학 간에 통폐합을 유도하는 행위는 교육대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라며 “고충석 총장이 통합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일련의 행위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제주교대의 반발이 시작되자 고 전총장은 양교의 통합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합동상설기구 구성을 제안하면서 “통합으로 얻게 되는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제주교대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훨씬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또한 “2006년 하반기를 통해 제주의 두 대학 통폐합을 꼭 관철시키고 이를 기점으로 10년 안에 전국교대와 국립대 간 통폐합 과제를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진행된 전국교대와 국립대간의 통폐합은 제주대와 제주교대이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독자성 보장하에 진행된 업무협약

반대의 물결은 학생들에게서도 나타났다. 2006년 9월, 제주교대 총학생회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통폐합의 부당성을 도민들에게 알리고 뜻이 전달되지 않을 경우 학사 일정거부와 교육부를 찾아가 통폐합 추진을 중단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2006년 제기됐던 통합 문제는 그렇게 해를 넘어갔다. 2007년 5월 교육부의 통합입장을 재확인한 고 전총장은 “제주교대와의 통합 논의를 위해 양 대학이 참여하는 실무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구체적인 통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압박과 제주대의 통합의지가 완강하자 제주교대의 김 전총장은 “학생과 교수들의 교육·연구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통합이 필요하지만 교육대의 ‘독자성’을 고려할 때 매우 어려운 문제다”며 “독자성만 보장된다면 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 제주교대는 5월 28일 교수회의를 열고 양해각서 체결과 협상단 파견여부를 결정짓는 방침을 세우면서 통합에 대한 마음을 열게 된다. 그리고 양교는 2007년 6월 20일 통합 추진을 위한 첫 발걸음인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렇게 양교의 통합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예상했던 대로 제주교대의 학생들과 동문들의 반대운동은 날이 갈수록 격화됐다. 이들은 “양교의 통합은 국민교육인 초등교육을 말살시키려는 졸속행정의 극치다”라고 비난했다.

이후 양교의 통합추진위원회가 통합추천서를 교육부에 제출하면서 수년간 논의됐던 통합을 공식화하게 된다. 

이후 양 대학은 통합합의문을 발표하게 된다. 최종 합의문은 △교육대학 최고 수준의 교육인프라 구축 및 초등교사 교육의 질과 환경 개선 △제주대와 제주교대 교수의 연구 환경 개선 △교대의 자율적인 관리체제 유지 및 ‘부총장’제 도입 △초등교육 전공 박사과정 신설 및 초등 예비교사 해외연수 제도화 등이다. 양 대학은 2007년 11월 중순까지 최종 협상안을 마련하고 2007년 안으로 대학 구성원 투표 등을 거쳐 통합 여부를 최종 결정짓기로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2008년 3월 1일자로 통합이 이뤄져야 하기에 10월 말까지 모든 일정을 종료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내게 된다. 결국 제주교대는 10월 24일 교수회의를 통해 통ㆍ폐합 일정을 앞당기라는 교육부의 의견을 수렴하고 11월 초까지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제주교대 교수회가 교육부의 요구를 수용함에 따라 이제 남은 것은 제주교대 학생들의 대응과 교대 구성원간의 투표 가중치였다.

한편 제주교대 학생들은 비상학생총회 결과에 따라 10월 24일부터 통폐합에 반대하는 무기한 수업거부 상태에 들어갔다.

▲ 2008년 4월 교육대학 현판식을 진행했다


◇학생 의견이 반영안된 통ㆍ폐합 투표

이후 제주교대는 통ㆍ폐합을 결정지을 최후 관문인 교대 구성원간 투표 인정비율을 두 번의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투표를 막기도 했고 재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투표와 관련한 재협상이 이뤄지긴 했지만 통ㆍ폐합 여부를 결정할 제주교대 구성원(교수, 학생, 교직원)들의 찬반투표는 무산됐다. 그리고 제주교대 교수회의는 자체적으로 통·폐합 찬반투표를 강행하게 된다.

한편 교수회의가 투표를 진행하고, 교직원에서도 투표가 이뤄진다는 소식을 들은 학생들과 제주교대 동문들은 반발했다. 학생들은 도서관을 제외한 제주교대의 모든 건물을 점거하고 봉쇄했다. 또한 투표 저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당시 제주교대에서 근무했던 직원은 “당시 학생들의 반발이 엄청났다”며 “총장실 점거는 물론이며 밤을 새며 완광히 저항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학생들이 저항했지만 제주교대 교수들은 통ㆍ폐합을 찬성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2007년 11월 10일 진행된 투표에서 교수 총유권자 35명중 31명이 투표를 하게 됐고 25명이 찬성했다. 교직원 투표에서도 39명의 교직원중 32명이 찬성을 해 통·폐합에 찬성했다. 이날 투표 의결정족수는 투표참가자의 3분의 2가 찬성을 할 경우, 통·폐합에 찬성한다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 

교수들과 교직원 사이에서 통ㆍ폐합 찬성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제주교대 김정기 전총장은 통합지원서를 교육부에 제출했고 11월 30일 교육부로부터 통합승인이 이뤄지게 된다.

한편 투표를 거쳐 통합지원서가 교육부로 전달된다는 소식이 퍼지자, 학생들과 동문들은 교수회의 회의장을 봉쇄하는 등 학교 내 주요 부서 입구를 막았지만 통ㆍ폐합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후 2008년 2월, 통합학칙 및 제규정 규정안이 확정되고 한달 후인 3월 1일, 통합제주대학교가 출범하게 된다.

그리고 제주교육대학교는 2007학년도 학위수여식을 마지막으로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으로 재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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