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백록학술상 응모논문들이 학과 및 주제 편중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서평 한 편과 삼성신화를 다룬 역사 논문 한 편을 제외한 세 편은 지역마을 만들기 또는 관광사업 등의 주제에 중복되어 아쉬움이 컸다. 백록학술상에 좀 더 다양한 관심과 응모가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개략적인 심사평을 다음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월정리 이주자 유입이 지역문화에 미친 영향-선주민과 이주자 간의 공존양상을 통해’는 최근 관심이 집중되는 정착주민과 도민의 문화적 갈등을 다루었다. 이 연구는 ⑴ 이주자가 유입된 전후의 마을 모습의 변화, ⑵선주민-이주자 간의 관계 양상, ⑶ 앞의 두 가지를 바탕으로 한 지역문화 변화의 양상을 검토함으로써 제주 열풍이 제주지역 마을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하였다. 이 논문에서는 선주민과 이주민으로 나누어 질문지 항목을 설정하여 조사한 결과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자본과 이주자의 유입 이후 제주지역 자연인문환경과 인간관계의 양상 변화가 분명히 대비되도록 한 점이 돋보였다. 하지만 이주자와 지역문화, 새롭게 형성된 지역문화 등의 주요 개념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특정 선행연구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는 점은 디아스포라와 문화연구에 대한 상당히 많은 선행연구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소 아쉽다. 또한 이렇게 해서 도출한 결론이 애당초 제시한 주제의식을 심화시키는 데는 다소 부족했다는 점에서 당선작 대신 가작으로 선정하였다.

‘분노하라, 심판하라, 그리고 세상을 바꿔라-<왜 분노해야 하는가>’는 진보 경제학자로 평가되는 장하성의 ‘왜 분노해야 하는가-분배의 실패가 만든 한국의 불평등’에 대한 서평이다. 오늘날 우리의 젊은 세대가 직면한 불평등이 소득불평등에서 비롯되었다는 진단에 공감하면서도, 상위 1% 또는 0.1%의 재산불평등도 무시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정확하게 드러냈다. 이 서평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시의적절함에 있다. 하지만 장하성이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불평등의 원인을 소득불평등으로 서술하고 그 책임을 젊은 세대들에게 지운 듯한 것으로 보이는 까닭을 좀 더 이해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곧,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자본주의 사회에 비해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재산불평등의 문제가 덜 공고화되어 있다는 것은 소득불평등 문제가 정책과 제도로 교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곧, 우리 사회를 더 희망적으로 본 것인데, 이 연구에서는 이 점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못하였다.

‘제주 삼성신화의 후대적 윤색과 남성성과 여성성의 반전 가능성에 대한 제언-신화적 해석과 고고문화간 비교 대조를 통해’는 삼성신화를 검토하여 제주도의 고고문화성격과 비교하여서 삼성신화가 후대에 왜 어떻게 윤색되었는지를 도출하려고 하였다. 전체 구성은 큰 문제가 없는 듯이 보이지만, 삼성신화와 제주도 고고문화를 두 개의 장에서 집중적으로 분석한 후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삼성신화에서 남성성과 여성성의 전도되었다는 가설을 좀 더 집중적이고 세밀하게 검토해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직접 인용문으로 하위 절을 마무리한 것 등과 같이 기본적인 글쓰기 방식에서 벗어난 몇몇 부분도 아쉽다.

‘제주지역 마을만들기 사업의 현주소와 발전방향모색-표선면 가시리를 중심으로’와 ‘주민 인식과 참여가 생태관광에 미치는 영향-조천읍 선흘 1리를 중심으로’는 마을 만들기에 대한 주제의식을 담은 논문이라는 점에서 시의적절함이 엿보였다.

다만 가시리를 주제로 한 논문이 전형적인 조사연구논문 형태를 취하고 있는 데 비해 선흘 1리를 주제로 한 논문은 각 장의 구성이 다소 엉성하여 쏠림현상이 드러났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이 두 논문은 질문지와 심층면접조사의 결과가 문제의식을 구체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여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결론에서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을뿐더러, 선행연구와 차별화된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다는 점이 매우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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