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리 공원에 눈과 얼음으로 만든 조각상들로 가득 차
스타워즈, 개선문 등 거대하면서도 정교한 조각상 볼 수 있어
오호츠크해 연안에는 유빙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로 붐벼
훗카이도 서부에 위치한 오

겨울이 다가오자 일본 삿포로 여행을 준비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죽기 전에 한 번은 가봐야 할 곳인 홋카이도의 이색적인 자연풍경과 먹거리를 즐기기 위해서다. 또한 세계 3대축제라 불리는 삿포로 눈꽃 축제를 두 눈으로 감상하고 싶었다.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홋카이도에 폭설이 내려 공항이 폐쇄되기도 했다. 폭설로 인해 여행에 차질이 있을까 걱정 했지만 지나친 기우였다.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는 일본에서는 혼슈 다음으로 두 번째 큰 섬으로, 세계적으로는 21번째로 큰 섬이다. 북동쪽으로는 오오츠크 해에 접해 있고 동쪽으로는 태평양, 서쪽으로는 동해가 있다. 유명 도시로는 삿포로, 오타루, 아사히카와 등이 있다. 한국에서 삿포로까지 가는 비행편은 인천, 부산, 대구에 있는데 나는 대구에서 출발해 여행 6일차까지 삿포로, 오타루, 아바시리 등을 찾았다. <편집자 주>


◇낭만과 향수가 가득한 삿포로

홋카이도 서부에 위치한 최대 도시인 삿포로는 낭만과 향수가 가득한 곳으로 불린다. 시내는 바둑판 모양으로 설계된 시가지와 100년이 넘은 삿포로 시계탑, 서양 건물 등 도시 곳곳의 근대 건축물들로 관광객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또한 세계 3대 축제라 불리는 삿포로 눈 축제는 겨울을 맞이해 도시를 방문한 관광객들의 눈을 호강시켜주기도 한다. 일본어에 능숙하지 않은 기자는 왼손에는 지도, 오른손에는 스마트폰을 움켜쥔 채 삿포로 시내를 둘러봤다.

먼저, 방문한 곳은 삿포로 시계탑이다. 한국 돈 약 2100원을 내면 입장 가능한 시계탑은 홋카이도 대학의 전신인 삿포로 농학교 연무장으로 건축됐다. 이 건물은 당시 미국 중서부 지방에서 유행하던 벌룬 프레임이라는 목조 건축양식이 모델이라고 한다. 시계탑의 상징인 시계는 보스턴에서 제작한 것으로 건물 내부에는 삿포로의 역사 등 시계탑의 모형 등이 전시돼 있다.

 

시계탑에서 나와 삿포로 눈 축제의 메인 장소인 오도리 공원으로 향했다. 브라질의 리우카니발, 독일의 옥토베페스트와 함께 세계 3대축제인 눈 축제가 열리는 오도리 공원의 모습은 훌륭했다. 삿포로의 중심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삿포로의 대표적인 공원인 이곳은 전체 길이가 약 1.5km이며 12개의 무대로 구성돼 있다. 축제를 보기 위해 전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오도리 공원 내에는 눈과 얼음으로 제작된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는데 스타워즈, PPAP, 개선문 등 다양한 캐릭터들과 건축물은 거대하면서도 정교한 눈 조각들과 얼음조각들은 가히 환상이라고 불릴만 했다. 또한 곳곳에서 스노우보드, 스키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쌓여있던 눈들과 달리 기자가 방문한 시기에 눈이 많이 내리진 않았다.

오도리 공원 위치한 말을 탄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얼음조각과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를 본따 만든 눈으로 만든 조각상. 뿐만 아니라 포켓몬스터, 도라에몽 등 각종 만화 캐릭터를 본따 만든 조각상도 있다.

담당자에게 “올해 눈이 많이 온 편인가”고 물으니 담당자는 “올해처럼 따뜻한 겨울은 처음”이라고 답했다. 답변을 들은 순간 ‘눈 축제도 시간이 지나면 볼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내리며 감상하는 눈 축제가 되길 바랬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지만 관광객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공원을 둘러본 후 야경을 구경하기 위해 한국돈 약 8000원을 내고 삿포로 TV탑에 올랐다. 높이 147.2m의 철 골조 탑인 TV탑은 삿포로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90m 높이의 전망대에 오르면 오도리 공원과 삿포로 중심부 일대가 한눈에 보인다.

◇자연의 아름다움. 유빙

오호츠크 해 위에 있는 유빙의 모습.

삿포로 역에서 5시간 30분 동안 기차를 타면 홋카이도 동북부 오호츠크해 연안의 최대 도시인 아바시리가 나온다. 겨울에 아바시리를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유빙을 보기 위해 이 도시를 찾는다. 유빙이란 표류하는 해빙을 일컫는다.

장시간의 이동 끝에 아바시리에 도착했다. 현지의 날씨는 중심부에 있는 삿포로와는 사뭇 달랐다. 눈바람이 거셌고 곳곳이 빙판길이었다. 밤 10시가 넘었지만 제설차량들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였다.

아바시리에 있는 쇄빙선 오로라호.

다음날, 오호츠크해 유빙을 보기 위해 아바시리 항구로 향했다. 항구에는 이미 유빙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집결해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유빙은 일본에서도 오직 홋카이도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유빙관광의 시즌은 12월부터 3월까지이지만 요즘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12월이나 1월에는 유빙구경이 힘들다고 한다. 유빙을 보기 위해서는 한국돈 3만5000원을 내고 쇄빙선을 탄 후 오호츠크 근해로 나가야 한다. 10분 정도 바다로 나간 후 바다 위에 떠다니는 얼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바다가 아닌 육지에 얼음이 쌓여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쇄빙선이 지나간 자리에는 유빙 사이로 바닷물이 통과했다. 신비로운 광경에 탑승하는 동안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환상의 야경. 오타루

마지막으로 방문한 도시는 홋카이도 서부에 위치한 오타루이다. 삿포로에서 기차로 40분 남짓 걸리는 이 도시는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로 과거 삿포로의 외항으로써 무역항으로 급성장 했지만 이후 쇠퇴의 길을 걸었다. 다행히 일본 메이지시대의 번영을 상징하는 운하와 근대 건축물들을 잘 보존시켜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오타루에 도착 후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오타루의 낭만을 상징하는 오타루 운하였다. 총 길이 1140m인 운하는 과거 번성했지만 현재는 관광지로서 해가 지면 63개의 가스등이 켜지며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한다. 오타루 운하 주변에서도 축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축제의 이름은 ‘오타루 유키 아카리노마치’. 이는 오타루의 겨울을 밝히는 빛의 축제로 오타루 운하 주변에서 얼음으로 만든 등이 밝혀지는 행사이다.

◇홋카이도의 먹을거리

여행을 가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먹거리 투어이다. 홋카이도여행 또한 이 틀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식당에는 항상 여행객들로 붐볐으며 입소문이나 미디어를 통해 널리 알려진 곳은 줄을 서며 기다리기 일쑤였다. 그 중 홋카이도에서 반드시 맛봐야 할 음식은 홋카이도 털게와 칭기즈칸이다. 칭기즈칸은 가운데가 불룩한 둥그런 철제 화로에 양고기와 채소를 얹어 구워 먹는 음식이다. 현지 사람들은 지방이 별로 없는 양고기에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 하기도 한다. 음식을 먹기 전 양고기 냄새에 대한 거부감으로 망설였으나 칭기즈칸은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고 일반적으로 먹는 고기와 별 차이가 없었다. 가격 또한 1인분에 한국 돈 9천원 정도여서 다른 음식에 비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털게는 홋카이도 연안에서 잡히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가격은 다소 부담이 되는 가격이 한국 돈으로 최소 5만원부터 시작한다. 시내에는 털게를 가지고 게 샤브샤브 등 코스요리로 판매하기도 한다. 만약 가격이 조금 부담된다면 삿포로 시내에 있는 니조시장에서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모든 여행을 종결짓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유빙과 밤이 되면 볼 수 있는 이색적인 야경은 홋카이도를 떠난 후 머릿속에 맴돌았다.

겨울이 되면 새하얀 겨울왕국으로 변하는 홋카이도. 아름다운 겨울을 맛보고 싶다면 한번쯤 여행을 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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