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 세계지질공원과 지오투어리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제언

1. 들어가는 글

유네스코 자연환경분야 3관왕인 화산섬 제주는 지난해 국내외 관광객 1500만 명을 맞았다. 오버 투어리즘(Over-Tourism)에 이르는 외형적 성장으로 인해 환경적, 사회ㆍ문화적, 경제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부정적 담론이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관광지와 지역 공동체의 단절이 심화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제주관광은 더 이상 질적 전략을 외면해서는 안 되는 절박한 시점에 직면해 있다. 지속가능한 관광이 요구되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관광분야의 경우 지속가능한 관광으로 부각되고 있는 지오투어리즘(Geotourism)을 주목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적 지지세를 넓히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화산섬 제주 전역이 세계지질공원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적지 않다할 것이다.

2. 초보단계인 지오투어리즘

지오투어리즘은 1990년대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개념화되면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지속가능성을 구축하는 새로운 관광패러다임으로 발전하고 있다. 초기에는 지역의 지형경관과 지질자원을 대상으로 하는 협의적 개념으로 논의되었다. 최근에는 미국의 National Geographic을 중심으로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초점을 맞추는 광의적 개념으로 진전되는 양상이다. 제주에서의 지오투어리즘 역시 ‘Geological Tourism’에 머물지 않고, 제주의 자연은 인문화된 자연이라는 제주도의 보편적인 특성을 반영하여 그 대상을 지역의 역사와 문화, 주민들의 삶까지를 아우르는 ‘Geographic Tourism’ 으로 확장시켜 이를 ‘제주형 지오투어리즘’으로 명명하고자 한다.

주목하는 바, 21세기 세계적 트렌드는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자국의 환경에 부합하는 지오투어리즘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오투어리즘은 농촌지역이건 도심지역이건 해당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지형경관 및 지질유산, 역사ㆍ문화유산, 그리고 이러한 유산 보전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주는 새로운 관광 움직임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관광 수요가 상승세인 생태관광과는 달리 지오투어리즘의 인프라와 수요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초보적인 단계에 있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것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 지형 및 지질유산의 지속가능한 보전과 활용, 지역 공동체의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결국 세계지질공원은 지오투어리즘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복잡성과 불확성으로 둘러싸인 21세기 관광환경과 트렌드 변화 양상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미래에 경쟁력을 갖는 전략들을 발굴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세계지질공원의 핵심 활동인 제주형 지오투어리즘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해나갈 수 있다.

3. 지속가능한 전략을 위한 제언

1) 지역 공동체와 공존 필수

제주형 지오투어리즘(김범훈, 2016)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인 성산일출봉 관광지와 유산마을인 성산리의 단절이 가속화되는 현실 타개책으로 지역공동체와 관광지의 공존과제 3가지를 제시하였다. 이에 따르면 첫째,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여 행사하는 핵심적인 관광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둘째, 지오투어리즘 활성화를 위한 지오트레일 코스는 반드시 마을 시내를 경유토록 조성하여야 한다. 셋째, 정기적으로 지속가능성 평가와 모니터링을 실시하여야 한다.

2) 관광수요 연구의 체계화

관광수요와 관광인구 변동, 관광만족의 수준 등에 관한 연구는 현재와 미래의 지속가능한 관광 개발의 전제조건이다. 이러한 연구는 관광시설과 서비스 형태에 대한 의사결정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지질공원 방문객 대다수가 젊은 층으로 분류된다면 공원 당국은 모험과 신나는 활동 등에 포커스를 맞출 수 있다. 또한 그들의 교육 수준에 따라 지오투어리즘 지도, 해설 다양성, 테마가 있는 워크숍 등 준비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3) New Senior 등 틈새시장 기반 구축

21세기 관광은 틈새시장에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조한다. 뉴 시니어는 새로운 실버계층이다. 노년 이전에 퇴임한 이들은 시간적 여유뿐만 아니라 금전적 여유까지 갖춘 신흥 소비계층이다. 웰빙, 헬스, 케어 등에 관심이 많다. 지질공원은 의료관광, 헬스관광 등을 위한 기반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접근이 가능한 관광으로 장애인, 노약자 또는 임시적으로 장애를 가진 관광객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부 세계지질공원에는 장애 어린이를 위한 점자 안내서, 용암동굴 접근 가능한 휠체어 탐방,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촉각 디오라마 등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4) 날씨와 기후 정보 공유

관광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기후를 빼놓을 수 없다. 기후는 관광의 여러 형태, 특히 생태관광과 지오투어리즘의 지속가능성 구현에 필수적이다. 공원 지역의 관광기후지수를 평가하고 이에 따른 기후지수 지도를 준비하는 것은 관광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날씨와 기후, 관광과 휴양은 상호 톱니바퀴처럼 연결되어 있다. 관광객과 여행 호스트, 여행사, 관광 기획자와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은 날씨와 기후에 관한 정보를 서로의 신뢰 속에 공유할 필요가 있다.

지오투어리즘이 녹아 있는 경북 청송 국가지질공원.

5) Geo-Education 업그레이드

앞으로의 관광객들은 과거와는 다르다. 그들은 독특한 시설과 매력을 경험하기를 원한다. 동시에 여행과 경관 감상을 통해 보다 양질의 관광경험을 얻기를 원한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구에 대해 보다 많이 알고 싶어 한다. 이에 Geo(Geography, Geology, Geomorphology, Geo-diversity 등)를 강조하는 틈새 마케팅으로서의 지오투어리즘은 교육적 활동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6) GPS 지원 등 첨단기술 접목

지오투어리즘이 지속가능한 관광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과 접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테면 관광안내 책자나 팸플릿, 해설 패널, 방문객 센터 등과 같은 전통적인 해설수단이나 도구들은 방문객들의 이해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감흥을 일깨우거나 경험의 질을 높이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는 의견들이 많다. 이의 보완방법으로 일부 세계지질공원에서는 오디오, 그림, 만화는 물론 위치정보 GPS 지원 등 다양한 특정정보 제공을 위한 전자 지질가이드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7) 학제간 체계적인 연계

세계지질공원과 지오투어리즘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질학, 지형학, 지리학, 관광학, 마케팅, 생태학 등의 전문성 지원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학제간 연구나 협업과 네트워크 구축관련, 구체적인 움직임조차 없는 실정이다. 반면에 외국의 경우 이들 학제간 연계는 갈수록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국내 학계의 반성과 적극적인 실천적 노력을 주문한다.

4. 맺는 글

지속가능한 관광은 지역의 관광이 환경적, 사회문화적, 경제적 차원에서 균형이 이뤄짐으로써 미래 세대의 기회를 보장하고 현 세대의 관광객과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관광이다. 여행지의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관광,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는 관광, 지역주민들의 사회ㆍ문화가 유지되는 관광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지질공원과 이의 핵심적인 활동인 지오투어리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략들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다. 미래를 위한 전략에 있어 가장 강조되어야할 원칙은 혁신과 경쟁력이다. 앞에서 제시한 제언들이 이러한 원칙에 부합되게 실천력 있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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