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주는 위로 <6> 산신제단 산천단길
(하) 천연기념물 제160호 산천단 곰솔

산천단에 위치한 이약동 선생의 한라산신단 기적비.

◇일제강점기 금괴매장지에서 유원지로, 지금은 ‘쓸쓸하神’채로

산천단에는 1964년 1월 31일 천연기념물 제160호로 지정된 곰솔이 있다. 곰솔은 소나무과의 상록침엽교목으로 흔히 해송, 검솔, 흑송이라고 불린다. 주분포지역은 남부지방과 제주도의 해발 700m 이하로, 내한성이 약하기 때문에 내륙지방이나 깊은 산속에서는 자라지 못한다. 산천단곰솔은 본래 9그루가 있었는데 1965년 벼락을 맞아 1그루가 고사하고 현재는 8그루가 남았다. 높이는 21-30m로, 수령은 500-600년으로 추정하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제주도의 수목 중에서는 가장 크다. 산천단 곰솔이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한라산신제의 배후림(背後林)이자 방풍림(防風林)이며, 녹음수(綠陰樹) 역할을 다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보다 앞서 산천단이 이곳에 설치된 이유는 우주목(宇宙木)이라고 할 수 있는 곰솔이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오래된 거룩한 공간에도 개발의 위협은 있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 주둔지로, 1980년대 이후로는 금괴매장지와 유원지로 주목 받았기 때문이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산천단 곰솔 일대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 제58군 사령부가 주둔했던 곳이다. 그래서 관동군이 중국 등지에서 약탈한 막대한 양의 금괴와 골동품을 제주에 들여왔다가 갑작스러운 패망으로 일본으로 가져가지 못한 채 이 일대 지하동굴에 매장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 소문 때문에 1983년부터 2006년 3월까지 23년 동안 모두 6차례에 걸쳐 발굴 작업이 이루어졌지만, 아무 소득 없이 끝났다. 2006년 3월 이후로는 제주시가 산천단 일대 지하발굴을 허용하지 않기로 해 산천단 금괴 매장설은 소문으로만 남게 되었다. 한편, 이 일대는 1986년부터 유원지로 고시되었지만 1990년대를 거치면서 대규모 유원지 조성 계획이 몇 차례 수정되다가 2012년에는 산천단유원지(1차지구) 개발사업 시행승인이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지금 이 일대에는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선 제주별빛누리공원과 골프장이 개발의 흔적으로 남았다. 그리고 곰솔 주변에는 일반음식점과 전통 찻집이 있지만, 도 지정 기념물이나 천연기념물이 있는 관광지치고는 ‘쓸쓸하神’채로 남아 있다.

◇우리 속의 신과 만나는 단(壇)

세계를 창조한 신이 천둥이나 바람의 신이 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은 역사의 주인공인 인간 때문이다. 이렇게 퇴장했던 신이 인간 역사에 다시 육화(肉化, incarnation)하고 권화(權化, avatara)하는 방식으로 강림하는 것도 인간의 요청 때문이다. 신은 이렇게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의 주인공인 인간을 위해 떠났다가, 그곳에 사는 인간이 불러 다시 등장한다. 그래서 신은 본래 여기, 혹은 저기에도 있는가 하면, 그 어느 곳에도 없다. 종교인들에게 신은 엄연한 현실이지 가상이 아니다.

종교학자 엘리아데가 말했던 시공간의 균질성에 단절을 가져오는 ‘거룩함’은 가상(假想, virtual)이 아니라, 사실은 증강(增强, augmented)이다. 우리가 사는 이 평범한 세계는 신이 만든 세계가 되면서 무수하게 늘어나고 힘을 갖춘다. 그러므로 신은 본래 우리 속에 있었고, 제단을 차려 부르는 순간 모습을 드러내고 힘을 발휘한다.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처럼 말이다.

곰솔에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모바일 게임의 캐릭터는 물론, 게임에 필요한 장비들을 얻을 수 있는 일명 “포켓스톱”이라는 장소도 있다. 제주대학교 아라캠퍼스에도 중앙도서관을 비롯해서 “포켓스톱”이 여섯 군데 넘게 있다고 하니, 제주대학교 후문을 거쳐 산천단 곰솔, 제주별빛누리공원을 들러서 제주대학교 정문으로 내려오는 길을 걸어보는 것도 산천단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이다. 제주대학교 아라캠퍼스 후문을 나서서 516도로를 건너 산천단까지는 907m, 산천단에서 제주별빛누리공원까지는 1.31Km, 제주별빛누리공원에서 제주대학교 아라캠퍼스 정문까지는 2.79K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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