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학자 남헌 김찬흡 (국어국문 1회 졸업) 제7대 총동창회장
건강 허락하는 한 증보판 꼭 낼 것
‘자랑스런 동문인상’ 제정했으면
“우리가 사는 이 섬의 과거 뒤졌던 문명과 문화를 앞으로 더욱 앞서고 빛내야 한다는 것이 나의 바람이에요. 그래서 문화의 창조 주체는 곧 인물이란 사실을 알게 되어 출판하게 됐어요. 3070명의 제주 인물을 조명한 이번 편찬은 미처 알지 못하고 지나쳤던 제주인물들의 재조명을 통해 지역의 가치와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인물사는 그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를 확립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더불어 당대의 학문적 성과를 총결집하는 것은 사전의 의무다. 인물사와 사전을 함께 아우르는 인물대사전 같은 어렵고 힘든 작업은 향토사학자 남헌 김찬흡(85·국문 1회 졸업) 선생의 60여년에 걸친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제주인물대사전>에는 제주 출신 인사와 배우자, 목민관, 경래관, 유배인, 특이인물 등 제주 관련 인사를 총망라해 3070명의 인물 정보를 수록하고 있다.
1960년대 김찬흡 선생이 제주도교육청 장학사로 근무하면서부터, 서울출장 때마다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 등지를 다니면서 제주인물들의 사료와 자료들을 수집해 온 게 반세기 넘어서야 빛을 보게 됐다. 그는 이후 북제주교육청 교육장, 제주도 교육연구원장, 제주도교육위원, 북제주문화원 초대 원장, 제주도 문화재위원, 독립기념관 자료수집위원, 제주도유형문화재 제1분과위원장, 제주도교육의정회 이사장 등을 지내면서도 제주인물 자료 수집을 쉬어가지 않았다. 특히 정년퇴임한 이후 고장의 향토문화 기록을 위해 저술한 20세기 제주인명사전(2000년), 제주사인명사전(2002년), 제주항일인사실기(2005년), 제주애월읍명감(2011년) 등은 제주 지역사를 공부하는 학도들의 수학 과정이며 기성학자나 일반 시민들의 향토공부에 알뜰한 지침서 역할을 해왔다.
국배판 크기의 9백여 쪽에 달하는 이 두툼한 책은 일반 단행본으로 치면 여남은 권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3070명의 인물사전을 위해 직접 자료를 조사하고 현장을 답사하고 면담 취재를 했거니와, 사진 자료를 수합하는 데에만 3년이 걸렸고 200만여 자의 원고를 직접 입력까지 했다.
김찬흡 선생은 “훌륭한 제주 인물들이 많지만, 기록의 미비로 인해 개인의 능력과 업적으로 평가받지 못했어. 주로 역사의 조연으로 치부되거나 혹은 조연조차도 되지 못하고 잊혀지기까지 했지”라며 인물사전을 준비한 계기를 설명했다.
이렇듯 제주인물은 지역 역사의 그늘 속에 가려진 존재였다. 때문에 우리 제주사를 이루는 중요한 한 축이었음에도 기초 자료조차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인물 사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여기에 2014년 5월에 출간된 <제주향토문화사전>이란 책이 자극이 됐다. 이어 이 땅 섬 위에서 크게 숨을 쉬던 인사들을 열전에 등장시키는 장정이 시작됐다. <제주인물대사전>은 지역인물사전으로서 첫 작품이다. 책에는 탐라시대부터 고려, 조선,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미군정기, 대한민국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녀 가리지 않고 제주에서 나고 자라 활동한 인물을 중점적으로 수록했다. 또 제주 출신이 아니지만 제주에서 활동하며 큰 영향력을 미친 사람, 제주에서 생활하지는 않았지만 제주와 관련된 문학작품을 남긴 사람 등에 대한 내용도 담아냈다.
다른 인물사전과 달리 전설 속 인물인 ‘설문대할망’ ‘배비장’ 등 가상의 인물에 대한 내용과 함께 과거사전에서 소외된 의사자, 기층민중, 여인 등 무명인일지라도 향토사적으로 기록에 남겨야 할 인물이라면 그에 대한 내용도 등재했다.
이러한 김 선생 인생의 역작을 축하하기 위해 제자들이 지난 1월 25일 제주제일고에서 출판 축하회를 열기도 했다. 김찬흡 선생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출판축하회추진위원회(위원장 양원찬)는 제주제일고 일맥도서관에서 ‘제주인물대사전 출판 축하회’를 열고 김찬흡 선생의 평생에 걸친 역작에 대한 감상과 기대를 전했다.
이날 축하회는 문영택 우도초ㆍ중학교장의 사회로 양원찬 추진위원장과 허향진 제주대 총장, 양성언 전 제주도교육감, 부만근 전 제주대 총장, 김광수 교육의원, 강방선 제주제일고 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제주인물대사전은 김 선생 평생의 작업이자 제주의 자존심을 건 편저”라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해당 인물의 사진이나 작품, 유묵 등도 함께 싣기 위해 자료수집 기간이 족히 2∼3년은 더 걸렸다고 한다.
김찬흡 선생은 “해당인물의 사진을 많이 수록하려고 노력했지만 대부분 1901년 이후 것이며 그 이전의 인물사진은 찾기 어려워 해당자의 초상화, 비석, 서체 등에 관한 사진을 첨부했다”며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책에 미비한 점이 발견될 것으로 보이나 이는 후일에 정정 첨가할 예정이며 반드시 증보판에 추가인물을 많이 등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찬흡 선생은 1967년 제7대 총동창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당시 제주대 총동창회 명부를 처음으로 만들었고(4년마다 명부발간), 각 읍면별로 총동창회 지부를 결성하는 등 2년간의 임기를 성실히 보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 선생은 사회 각 분야에서 제주대인의 명예를 높인 분들을 위해 자랑스런 동문인상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 제주대학교가 개교 65주년을 맞았어요. 지금까지 제주대학교가 질적, 양적으로 많이 성장했죠. 그런 만큼 ‘자랑스런 동문인상’을 제정해 그동안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하고 모교의 명예를 빛낸 동문에게 작지만 소중한 상을 수여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