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황용운 세월호기억공간 지기
회사 그만두고 세월호 종착지 제주행… 퇴직금 털어 기억공간 조성
“3년간의 세월호 기억투쟁… 책임자 처벌, 진상규명은 지금부터 시작”

제주사람들에게 4월은 특히 잔인한 달이다. 69년 전 제주사람들은 국가폭력에 무참히 바스러져갔다. 3년 전 세월호에 몸을 실었던 사람들은 제주를 향하던 바다에 잠겼다. 이 두 사건은 공교롭게 다른 해 같은 달에 벌어졌다.

동백의 고장, 조천읍 선흘리. 길가에는 빨갛게 익은 동백이 찬란하게 지고 있다. 이 마을에 세월호를 타고 오던 단원고 수학여행단을 비롯한 유채꽃 영혼의 안식처가 자리잡았다. 바로 세월호 기억공간 ‘re:born’(기억지기 황용운ㆍ38ㆍ사진)이다.

세월호 참사를 접한 황용운씨는 직장생활을 접고 제주로 내려와 세월호 기억공간 ‘re:born’을 만들었다. 황씨는 원래 서울 아름다운 가게 활동가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퇴직금을 모두 털어 이 공간을 조성했다.

황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의 대응에 분노하고 광화문 집회에 나섰다”며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세월호 희생자들이 도착하기로 했던 제주에 공간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황용운씨는 2015년 2월 제주에 왔다. 그리고 1주기를 맞는 그해 4월 16일 공간을 열었다. 황씨는 “공간을 만들면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고 확신했다”면서 “결국 아이를 둔 주부, 전직 기자, 청소년, 청소년상담가들을 모았고 그들과 함께 이 공간을 지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공간은 소를 키우던 우사였다. 지인이 마을도서관인 ‘바람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마을주민으로부터 빌린 곳이다. “한 공간에 두 가지 용도로 운영해보자”는 지인의 제안에 따라 이 곳은 세월호 기억공간과 마을도서관의 공존공간(coexistence space)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곳에는 현재 5차 전시 ‘고래의 꿈 304’가 전시되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상징하는 고래인형으로 공간을 꾸몄다. 이 작품들은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제주학생문화원 평생교육 감천염색 동아리 ‘감쪽애’ 회원 13명이 직접 만든 인형들이다. 교사 동아리, 중고등학생들과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며 천연염색천을 이용해 만들었다.

세월호 기억공간 ‘re:born’에서 사고 희생자 304명을 상징하는 304개의 고래인형이 전시돼 있다.

이번 전시는 5월 18일까지 이어진다. 고래인형들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전달된다. 이후에는 다른 전시가 마련될 계획이다.

세월호 기억공간은 첫 전시회를 단원고 희생자 유품 전시를 시작으로, 2차 전시는 단원고 학생들이 살아 있었다면 가보았을 공간을 찍은 사진, 3차 전시에는 아이들이 좋아했던 꽃을 압화로 꾸민 작품들이 마련됐다. 또 최근에는 전국의 만화인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수감 되던 날 세월호가 목포에 도착했다. 3년간 기억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황씨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해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가 분명히 단죄할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 책임자가 처벌돼야 한다. 잘못된 역사가 제자리도 돌아오는 날까지 기억공간을 열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 기억공간은 제주 4ㆍ3희생자 추모에도 함께 하고 있다. 오는 15일 오후 5시부터는 세화오일장 뒷 공터에서 ‘다시봄’ 프로젝트 ‘이천십사년사월’을 노래한 권나무, 래퍼 박하재홍, 제주갑부훈, 노노들의 공연이 열린다.

앞서 1일에는 ‘기억x벨롱 :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국가폭력 등 4월의 아픔을 간직한 4ㆍ16 세월호 참사와 제주4ㆍ3을 기리기 위한 ‘동백꽃지다’ 토크콘서트와 공연, 퍼포먼스 등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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