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제주지역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현재와 미래

한국전력 홈페이지에 소개된 제주도에 조성될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의 위치.

‘돌, 바람, 여자’가 많다는 3다(三多)의 섬 제주는 관광산업과 귤농사로 대표되는 1차산업이 대표적인 소득원이었다. 연간 내국인 천만명, 외국인 삼백만 명 이상이 찾아오는 제주도의 관광산업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재배면적의 확대와 시설농업의 확산 그리고 IT와 결합된 농업분야의 발전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는 분야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 산업구조는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깨끗하다는 청정제주의 장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한 분야가 바로 풍력과 태양광으로 대표되는 신재생 에너지 산업이다.  <Carbon Free Island by 2030>이라는 매력적인 구호는 제주도가 지향하는 목표를 잘 드러내고 있다.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를 주축으로 하여 탄소 순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것이 이 계획의 최종 목표이다.  

그 최종목표에 얼마나 근접하고 있는지 따져 보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외국 영화에서나 보던 풍력 발전기의 거대한 날개가 사진 촬영의 배경이 되고, 태양광 발전이 설치된 지붕 아래서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은 이미 제주도에서는 익숙한 장면이 되었다.  

오른쪽 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2016년 현재 제주지역 전력 소요중 약 11.5%를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담당하고 있다.  전국 평균이 약 3.5%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비중이라고 할 수 있다. 표에서 HVDC 라고 표시된 것은 ‘고전압 직류 송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라남도 진도와 제주도 사이에 가설된 해저 케이블을 통하여 송전되는 시스템을 말하는 것으로 제주지역 전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제주도내에서 실제 발전되고 있는 발전량만 고려할 경우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17% 정도로 더욱 높다.  이 중에서 약 90%는 풍력발전이 담당하고 있으며 태양광은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2015년도 대비 증가율이 31.8%로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주도는 2017년도에 신재생에너지의 점유율을 14%로 높이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2017년 1월 현재 제주지역 전기차 등록대수는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 353,304대 중 6,252대로 1.8%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에 보급된 전기차의 50%이상이 제주지역에서 운행되고 있다.  전기차가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전기차 충전인프라의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주지역 전기차 충전기는 관공서 280기, 민간사업자 220기, 개인용 3,883기로 총 4,383기가 설치되어 있다. 제주도에 전기차가 집중적으로 보급되고 있어서 이제 제주는 삼다도(三多島)가 아니라 사다도(四多島)로 불려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2009년 12월부터 2013년 5월까지 구좌읍에서 실행된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은 국내 최초로 조성된 시범단지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구현을 위한 다양한 실증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실증사업의 성과를 토대로 2017년도부터는 확산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짧은 시간동안 제주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시험되고 실제화되고 있는 이러한 분야들이 아직도 일반 도민들의 일상과 일체감을 형성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대기업 위주로 진행되는 분야가 많아서 도내 중소기업들이 사업 참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문제점은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즉, 단지 테스트 베드(Test bed)로서 장소와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실제 도민들의 생활과 연계되어 편의성을 증대시키고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지역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하도록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제주도는 2016년 현재 전력 소요중 약 11.5%을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담당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Carbon Free Island by 2030>이라는 슬로건은 2012년 전임 도지사 시절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발표한 중장기 계획이었다.  많은 정책 목표와 계획들이 자치단체장이 바뀌면서 변경되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 계획은 그대로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2016년에 ‘글로벌 에코 플랫폼’ 구축이라는 더욱 강화된 지향을 발표하였다.  이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제주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서는 5가지 전략별로 추진 계획을 세분하고 있는데 1. 재생에너지로 움직이는 청정에너지 자립 섬 2. 세계 전기차 산업의 메카 조성 3. 안전한 제주, 아름다운 생태계 보호 4. 자연친화형 탄소 제로의 글로벌 브랜드로 발전 5. 주민이 하나되어 저탄소 생활 실천운동 전개가 그것이다.  

신재생 에너지, 전기차, 스마트그리드 분야는 각각 하나의 사업군이 아니라 최첨단 기술들이 복합되어 발전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제주의 새로운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이러한 잠재력을 제대로 꽃 피우기 위해서는 정책과 예산의 뒷받침 뿐만 아니라 이를 실행할 능력 있는 인재들이 많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가진 지역의 젊은이들의 관심과 노력이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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