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 세계섬문화축제 개최방안

1. 머리말

민선6기 원희룡 도정이 세계섬문화축제를 부활시켜 새롭게 추진하는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과거 실패작으로 평가된 두 차례 축제의 형식과 내용을 탈피하여 세계 섬들 간의 공통 관심사에 초점을 맞춘 축제를 치른다는 발상이다. 과거 섬문화축제는 관광 유발 효과에만 치중하여 세계 섬들 간의 고유한 문화의 주체성과 독창성을 공유하는 데 실패했다는 자체 평가이다. 세계 섬들의 특성에 맞는 인문ㆍ역사ㆍ자연ㆍ지질, 문화예술 전통공연 등 지속가능한 문화 발전을 위해 세계 섬들 간 문화연대축제를 펼침으로써 새롭게 재창조하겠다는 것이다. 제주의 대표축제가 부재한 현실에서 세계적 브랜드로 ‘세계섬문화’를 내세운 매머드 축제 부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제주의 국제적 인지도 향상, 인구 및 관광객 수 급증, 젊고 창의력 있는 문화기획자 유입 등 내ㆍ외적 조건이 마련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매머드 문화정책이 시행되기에 앞서 몇 가지 점을 사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왜 ‘섬문화축제’를 다시 치르고자 하는가? ‘섬문화축제’ 부활은 현 시점에서 타당한가? ‘섬문화축제’를 치른다면 그 명칭ㆍ규모ㆍ내용ㆍ조직 등 행사의 기본틀과 성격을 어떻게 구상할 것인가?

2. 왜 또 ‘섬문화축제’인가?

우선 섬과 문화, 축제를 구별해서 논의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세 단어 가운데 ‘축제’에 중점이 두어진 논의 전개된 듯하다. 몇 가지 의문점이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문제인데, 관광객 유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치를 필요가 있는가? 1백억원에 가까운 혈세(국비+지방비)를 들여서 매머드 축제를 벌일 필요가 있는가? 다른 자생적인 민간 또는 지역ㆍ마을 공동체 축제가 있는데, 왜 또 다른 매머드 축제인가? 이들 의문점은 ‘축제’에 집중하기 때문에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섬’과 ‘문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왜 21세기에 ‘섬문화’인가?

과연 세계적으로 유명한 섬들이 갖는 특성이 공유될 수 있는지 사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최근 20년 간 제주의 전문 연구자들과 문화단체가 주로 교류했던 섬은 오키나와, 타이완, 하이난 정도이다. 오키나와와의 학술 교류는 제주대학교 연구진이 주된 역할을 하였고, 타이완과는 문화ㆍ학술 교류보다 2ㆍ28사건과 연관된 4ㆍ3단체의 평화교류 활동 정도가 이루어졌다. 하이난과는 최근 한국과 중국정부가 합의한 ‘인문유대 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인문교류 테마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섬들로는 유럽 지중해 섬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이들과의 문화ㆍ학술 교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저 멀리 떨어진 섬들과 제주가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20년 전보다 전 지구가 인터넷을 통해 좀 더 가까워진 현재의 문화 정보를 통해 본 지중해 섬들은 우리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제주도 미래비전 프로젝트를 통해 관심이 집중된 스페인 마요르카 섬은 한때 해상 독립왕국으로 존재하다가 대륙의 중앙집권국가에 정복당하는 시련의 역사를 겪은 바 있다. 역사와 언어, 민속 등 전통문화뿐만 아니라 현재 처한 상황과 미래비전 구상 등에서도 제주도와 비슷한 트렌드를 갖고 있다. 제주도가 대외 교류하겠다고 선포한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은 어떤가? 사르데냐는 화산섬, 장수문화, 고유 언어, 중세왕국이었다가 대륙에 정복당한 원주민 역사, 신화, 친족문화, 음식문화, 역사를 통해 배태된 여성의 강인함, 군사기지 설치에 대한 저항으로 인한 주민 갈등, 고도의 자치지역 등 너무나 제주와 흡사하다.

그리스 모든 신들의 왕인 제우스의 고향 크레타 섬 또한 제주를 빼닮았다. 해양문명과 대륙문명의 경계지대, 고난으로 점철된 섬, 자신들의 언어에 대한 자부심, 신화의 고향(특히 뱀 신앙), 강인한 여성문화 등. 4천년 전에 고대 오리엔트 문명과 그리스 고대문명의 가교 역할을 크레타 섬은, ‘교역’과 ‘이주민’이란 두 요소의 원동력으로 고대 해양문명국가를 이루어냈다. 2천 년 전 탐라와 비슷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섬문화축제가 지향하는 ‘주체성과 공유하는 문화’란 무엇인가? 역사, 언어, 지질, 생태, 신화, 생활사 등이 주요 테마일 것이다. 제주가 세계 섬의 중심에서 문화와 교역, 관광의 허브 역할을 하는 계기로 세계섬문화축제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과거 제주 섬문화의 전통과 현실, 미래비전을 세계적인 섬들과 비교ㆍ성찰하고 전망하는 자리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정책이 구현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섬들의 공통점을 시간별로 보면, 과거에는 해양왕국, 외침과 식민지 지배와 저항이 있어왔다. 현재에는 자치와 독립 지향, 관광과 휴양의 섬으로 거듭났다. 반면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 환경의 훼손, 부동산 폭등, 교통,지하수ㆍ쓰레기ㆍ오폐수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향후 생태계 보전, 미래산업 육성, 청정 대체에너지 보급,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한 지역 성장발전 등 미래비전을 구상하고 있다. 섬들의 공통관심사는 고도의 자치 또는 독립의 Governance 지향, 기후변화, 환경, 인구, 쓰레기, 난개발, 지하수, 부동산 문제, 섬 문화전통의 보존ㆍ전승 등 지속가능한 문화발전이다. 따라서 섬문화축제를 세계 섬들의 특성에 맞는 인문·역사·자연·지리, 문화예술 전통공연 등 지속가능한 문화발전을 위하여 세계 섬들의 ‘문화연대 이벤트’로 추진하면 어떨까?

3. 몇 가지 제언

우선 과거 27~28개 섬에 이르렀던 참가 섬 규모를 제주와 정체성을 공유할 수 있는 15개 섬 정도로 축소하면 좋을 것이다. 특별자치를 지향하는 섬 연대나 권역별 섬 연대로 시작하든지 문학ㆍ미술ㆍ음악ㆍ공연 등 주제별 행사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1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대폭 줄이고, 축제 기간을 10일 내외로 단축하여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다원화(Variety)와 공존(Coexistence)의 기본 구상을 제시해 본다. 축제(페스티벌)에 국한된 게 아닌 엑스포+포럼+MICE+공연 방식 등이 합쳐진 종합행사(Big Event ; Comprehensive Event)를 지향했으면 한다. 공연 중심보다 섬사람의 생활방식을 보여주고 함께 체험하는 축제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침략 역사 및 원주민 희생, 유배와 억압, 표류와 표착, 기후변화, 난개발, 수자원 문제 등 미래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섬 연대를 통해 섬 문화를 나타내는 민속공연 및 전시, 다양한 문화교류, 포럼 개최, 각종 스포츠 교류, 관광이 연계된 복합화 이벤트로 추진했으면 한다. 또한 지역 내 다른 축제들과의 공존 원칙을 세워야 할 것이다. 탐라문화제, 칠십리축제, 국제관악제, 프린지 페스티벌, 제주마축제, 이중섭예술제, 제주올레걷기축제, 마을공동체 축제 등과 상호 연계시켜 상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추진 체계는 민간주도 추진 원칙을 확고히 해야 할 것이다. 과거 추진체계(행정+기획사)에 의한 축제 운영은 도민이 원했던 행사와는 거리감이 있었고, 축제에 대한 불만으로 나타났다. 행정은 행?재정적 지원을 하고, 행사 주관은 도내 문화예술 관련 전문조직 중심으로 추진위원회와 사무국을 두어서 민간에 위임하여 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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