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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관음사, 많은 걸 품고 있었네문화가 주는 위로 <7> 한라도량(漢拏道場) 관음사(觀音寺)길 (하) 한라산관음사 일주문
관음사는 한라산 650m 기슭 중산간에 자리 잡은 대한불교 조계종 제23교구 본사(本寺)다.

◇제주 불교의 역사와 함께 한 기도수행도량에서 <4ㆍ3유적지>로0

관음사는 한라산 650m 기슭 중산간에 자리 잡은 대한불교 조계종 제23교구 본사(本寺)로, 제주의 여러 신화, 전설, 민담에 괴남절, 개남절, 동괴남절, 은중절로 표기된 사찰이 중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 각지에 “관음사”라는 사찰이 흩어져 있다 보니, 사찰 홈페이지의 소개글에도 “고려 성종 때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등람>에 관음사의 기록” 있다고 오기되어 있다. 하지만 중창될 때에 관음신앙과 관련한 인연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사찰 연혁에 따르면 한라산관음사는 1908년 안봉려관(安逢廬觀) 스님에 의해 중창되었다. 제주시 화북동 출신인 스님은 1901년 비양도로 가는 길에 관음보살의 신력에 의해 죽다 살아난 뒤, 1907년 전남 해남군 대둔산(大芚山)에 있는 대흥사(大興寺)로 가서 수계하여 스님이 되었다. 이듬해 1월 제주로 돌아온 스님은 본가에 불상을 봉안하고 관음사 창건을 발원하다가, 그 해 한라산 기슭에 있던 석굴로 옮겨 절을 중창했다는 것이다.

해월굴에서 3년간 관음기도를 드려 법당과 요사를 완공하고, 통영 영화사 등지에서 불상과 탱화를 모셔와 사찰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는 한라산관음사는 제주 불교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1702년 이형상 목사에 의해 제주지역 사찰이 훼철될 때 사라졌다가 안봉려관 스님에 의해 중창된 것도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제주 역사와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에 불교협회가 창설된 1924년부터 법화사와 백련사, 불탑사, 월성사 등이 창건되는 과정에서 한라산관음사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1938년과 1948년 제주4ㆍ3 때에 한 번씩 화재로 모든 전각이 소실되면서 제주의 슬픈 역사의 상처를 다시 한 번 아로새기게 되었다. 지금도 당시 사용했던 군 참호가 <4ㆍ3유적지>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그 길을 따라서 관음사 뒷산인 아미봉 정상까지 중대급 숙영지와 소대급 숙영지를 비롯하여 3~4명이 잠복할 수 있는 초소 등 총 27개의 참호와 초소를 만날 수 있다.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낙인이 찍힌 기억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내 이마에 ‘천형’처럼 낙인이 찍힌 제주4·3. 그 이후 끊임없이 ‘진실’만 말해야 하는 고통과 압박감…. 노란 유채꽃들은 여전히 피어났고, 여전히 아름다웠다. 제주는 우리 현대사의 상처 입은 ‘영혼의 구슬’이다. 그러나 외롭지 않은 ‘구슬목걸이’다.” 경북 포항 출신의 시인으로 2002년 <적멸보궁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글에 새로 12편을 추가하고 사진을 곁들여 2016년에 선보인 에세이집 <피었으므로, 진다>에서 이산하 시인은 제주 관음사를 ‘영혼의 구슬’이나 ‘페르시아의 흠’처럼 보인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육지출신 시인은 인디언들의 목걸이에 하나씩 있는 깨어져 있는 구슬, 그리고 아름답고 정교한 카펫을 짤 때 일부러 남겨 놓는 흠집처럼, 제주4·3과 한라산관음사를 기억한다. 깨진 구슬이 없다면 ‘완벽한 목걸이’가 될 수는 있지만 상처 입은 ‘영혼의 목걸이’가 될 수 없다는 논거를 들면서 말이다. 하지만 완전할 수 없는 세계이므로 상처 입을 수밖에 없고, 아물지 않고 남은 상처는 하나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는 시인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달리 이유를 댈 것도 없다. 이제는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 되어버렸으니까 말이다.

한라산관음사 일주문을 지나면 천왕문에 이르기까지 연좌해 있는 수많은 현무암 불상과 만나게 된다. 서있는 돌하르방을 앉아있는 불상에서 연상하게 되는 까닭은 분명히 한라산 기슭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 108불로, 개인의 시주로 만들었다고 한다. 경내의 시설이 아직도 들어서고 있는 중이어서 전통적인 사찰의 고즈넉함을 찾기 어려울뿐더러 황금색 미륵불은 낯설지만, 삼성각 등 한라산에 어울리는 전각도 들여다 볼만 하다. 제주대학교 아라캠퍼스 후문을 나서 516도로를 건너 산록도로입구 삼거리를 거쳐 관음사까지는 총 3.24Km로, 걸어서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거리다. 시간을 잘 맞추면 산천단 정류소에서 77번 버스를 타고 관음사 정류소까지 17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김치완 주간교수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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