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심의팀장/언론학박사
제19대 대선 심의사례로 본 바람직한 선거보도의 조건

최근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매체의 양적 증가와 종적 분화 그리고 플랫폼의 다양화가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다.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를 넘어서 ‘원 뉴스 멀티포맷(One News Multi Format)’ 시대이다. 정보의 순환 속도가 끊임없이 증가하는 정보 폭발시대에 이용자들은 파편화된 정보 수용방식에 익숙해지고 있다. 뉴스 제공자는 뉴스 선택과 처리를 위한 더 적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고, 가공된 뉴스의 질적 저하로 연결된다. “해석되지 않고, 여과되지 않은 정보의 제공은 민주주의를 위한 언론의 핵심기능의 포기(Curran, 1993)”에 대한 우려는 정제되지 않은 정보를 쏟아내는 최근 언론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2017년 5. 9 실시되는 제19대 대선은 조기 선거로 실시된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일찍 실시되는 만큼 이번 선거가 단순 이벤트가 아니라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다양한 이슈가 표면화되고 이해관계가 조율되는 논의와 협의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글의 목적은 제19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한 언론의 선거보도 현황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선거보도에 관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데 있다.

가짜뉴스(Fake News)에 대한 우려와 대응

제19대 대선은 조기 선거로 실시되어 선거준비 기간이 짧고 대통령 선거라는 특성상 정책보다는 비방ㆍ흑색선전 네거티브 중심의 선거가 예상 되었다. 게다가 지난 2016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가짜뉴스가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전해지면서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또한 선거 초반 반기문 前 UN사무총장은 자신의 후보 사퇴 사유의 하나로 언론의 허위ㆍ왜곡보도를 지적하며 ‘언론은 무관의 제왕’이라는 평가를 남겼다.   

가짜뉴스(Fakenews)의 개념적 정의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가장 단순하게 “언론사를 사칭하거나 언론사가 아닌 웹사이트 등에서 기사형식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유통 전파되는 허위의 콘텐츠” 로 정의될 수 있다. 미국에서 문제가 되었던 사례들은 대부분 언론사에서 생산된 뉴스가 아닌 언론사가 아닌 사이트에서 만들어진 ‘뉴스형식을 띈 허위 게시물’이다.

선거와 관련하여 과거부터 허위보도ㆍ왜곡보도는 적지 않았으며, 보도가 아닌 인터넷상의 위법한 허위게시물도 상당히 많이 돌아다녔다. 이번 제19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중앙선관위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에서 삭제 요청 등 처리 건 수는 25,000여건(4. 17 현재)에 이른다. 다만, 선거초반 우려했던 가짜뉴스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례는 4. 17일 현재까지는 소수에 그쳤다.
가짜뉴스 현상과 관련하여 이번 선거보도의 특징 중 하나는 각 언론사에서 직접 ‘팩트체크’를 실시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중앙일보의 [팩트체크] , 한국일보의 [팩트파인더], 노컷뉴스에서 [이거 레알?], sbs의 [사실은] 등의 코너를 운영하면서 사실 확인에 주의를 기울이기도 했다.

포털사는 선거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뉴스 공급원

4월 24일 제주경제통상진흥원 2층 대회의실에서 안명규 심의팀장이 ‘제19대 대선 심의사례로 본 바람직한 선거보도의 조건’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선거에 있어 포털의 ‘선거보도 공정성’ 문제는 지속적 논란거리였다. 과거 포털사들은 우리사회 의제설정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보도에 관한 책임을 등한시 해 온 것도 사실이다. 포털의 선거보도 공정성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논란이 되겠지만 기술적으로 처리될 수 있는 선거보도 즉, 허위보도의 유포나 비방보도, 여론조사보도와 같은 부분에는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확산을 막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형태의 언론사가 아니기 때문에 언론으로서의 책임이 없다는 주장은 우리 수용자들의 모바일 등을 통한 포털 뉴스 이용행태를 고려할 때 설득력이 없다. 다행히도 최근 포털사들은 뉴스서비스사업자로서 혹은 언론으로서의 책임과 의무에 과거보다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에서는 포털로 매개된 불공정 보도에 대해 2004년 이래로 꾸준히 조치해왔으나 2014년 이후 위반내역이 없다는 점이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SNS 매체를 통한 선거보도 수용의 급격한 증가

최근 언론사들은 페이스북과 같은 SNS 매체의 계정을 이용하여 실시간 뉴스 전송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이용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특히 선거와 같은 특정 이벤트가 있는 경우 정치적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선거보도의 첨부가 늘어나면서 SNS가 선거보도 확산의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SNS를 통한 뉴스소비 확산은 선거와 관련해서는 후보자ㆍ정당의 이의신청의 급격한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 2016년 실시된 제20대 국선에서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로 정당ㆍ후보자의 이의신청이 직전 동일선거(2012년 제19대 국선) 대비하여 약 300% 증가하였다. 후보자들의 이의신청이 급증한 주요 사유는 과거에 잘 알지 못했던 지역의 소규모 언론사에서 생산된 보도가 SNS를 통해 확산 유포되면서 선거운동용으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은 대중매체가 전달하는 뉴스를 직접 소비하기보다는 자신과 네트워크를 맺고 있는 다른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이 추천하거나 혹은 소셜네트워크에서 이슈가 되는 뉴스를 소비하는 추세가 강하다. 2016년 미국 대선의 경우를 사례로 보면 SNS매체를 통해 주류언론사의 뉴스들보다 가짜뉴스가 더 많이 유통되거나 더 많이 공유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SNS 매체를 통한 뉴스의 극화된 이용은 결국 자신이 보고 싶은 뉴스만을 소비하는 행태로 이어져 정보의 불균형적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

19대 대선관련 심의결과와 바람직한 선거보도

중앙선관위 산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이번 제19대 대선과 관련하여  이의신청과 자체심의를 통해 총  79건의(4. 21일 현재)조치를 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서 제19대 대선과 관련한 심의ㆍ조치 내역이다. 심의ㆍ조치 내역에는 객관성 위반이 29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심의ㆍ조치 현황을 살펴보면, 먼저 위반내용별로는 총79건의 심의ㆍ조치 내역 중 객관성 위반 건이 29건(36.7%)으로 가장 많았으며 공정성/형평성 위반이 24건(30.4%), 불공정한 여론조사 보도(14건, 17.7%)가 그 뒤를 이었다.

언론이 유권자들을 위해 관련한 정치적 이슈에 접근하고 논의할 수 있도록 적절하고 공정한 정치소통의 장을 조성해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공직선거법」에서 ‘언론사’를 굳이 ‘언론기관’으로 명칭하며 책임과 의무, 그리고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이유이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불공정 선거보도 심의 결과를 중심으로 바람직한 선거보도와 관련한 몇 가지 기술적 제안이 가능하다. 첫째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좋은 선거보도의 가장 기본이며 중요한 요소이다. 선거와 관련하여 보도되는 모든 것은 정확하게 기술돼야 한다. 특히 후보자와 유권자의 발언 등은 그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주의 깊게 보도돼야 하며, 사소한 부분도 과장 없이 맥락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당ㆍ후보자와 관련하여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불편부당성이다. 선거보도가 불편부당해야 한다는 것은 모든 언론사가 공유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정파성으로 무장하고 특정후보를 위해 칼럼 등 통해 홍보성 보도와 비방성 보도를 일삼는 인터넷언론사들이 적잖이 나타났다.

셋째 선거 감시견으로서 언론의 역할이다. 정당과 후보자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선관위 등 국가기관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선거와 관련된 모든 불법사안을 전부 감시할 수는 없다. 언론은 정당ㆍ후보들과 선거이슈에 대해 유권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선거와 관련된 불법행위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매체의 특성을 살린 특화된 선거보도의 필요성이다. 각 매체의 속성에 맞게 적절한 수행기준을 정립하고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방송은 선거와 관련된 중요한 의제를 설정하고 그날의 주요한 캠페인 이슈 등을 신속히 보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문은 선거의 의미나 주요이슈들의 비교분석 등과 같이 보다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보도영역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언론은 시공간의 한계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다양한 후보들에 대해 보다 다양하게 제시해 주고 유권자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 기획 등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 언론에도 선거에 있어 시민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기 위한 다양한 기획들이 만들어 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제20대 국선과 관련하여 <제주의소리>는 후보자들의 목소리 대신 유권자들의 바람을 전하자는 ‘상향식 보도’ 방침을 정하고, “유권자가 후보자들에게 묻는다”를 기획하였다. 이 기획에서 <제주의소리>는 유권자들이 원하는 게 뭔지를 먼저 파악해 보도하고, 다시 이를 후보자들로 하여금 정책ㆍ공약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견인해 진정한 의미의 ‘유권자의 힘’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러한 기획은 인터넷의 상호작용적 특성을 이용해 후보자들의 공약에 대한 적극적 의사개진과 유권자가 직접 후보자들에 정책 및 공약을 개진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마련하여 실질적인 정치참여 행위가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다.

바람직한 선거보도는 유권자를 중심으로 유권자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저널리즘의 기본에 충실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즈의 베케이 워싱턴 포스트의 배런 편집국장이 미국의 2016년 대선 선거보도를 평가하며 “언론의 문제는 직접 현장에 나가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전달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 팩트에 기반을 두지않은 섣부른 가정이 너무 많았다는 점, 즉 저널리즘의 기본인 소통에 소홀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우리도 예외는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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