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 제주도 하수대란을 지켜보며

제주 하수에 덮이다

2016년 9월 4일, MBC 시사매거진2580에서  ‘제주 바다의 말 못할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제주하수처리장의 하수처리 실태는 제주도민과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제주시 도두동에 위치한 제주하수처리장은 2016년 1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202일 동안 197일이나 기준치 이상의 오수를 앞바다에 무단 방류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에도 제주하수처리장 역류와 중계펌프장 역류가 최근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제주하수처리장의 오수 무단방류는 단순히 한 기관의 불법행위로만 볼 수 없다. 제주도는 2013년 이후 급격한 인구증가와 관광객수의 가파른 상승으로 인해 이러한 결과가 충분히 예측되었고, 이 방송에서 밝힌 시기 이전에도 오수 방류 기준치 초과로 5차례나 과태료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제주도의회에서도 2013년 이후 매년 제주도정에 하수처리용량 부족의 문제를 물었지만, 제주도정은 하수처리장의 하수유입량이 크게 변화가 없다는 거짓으로 일관해 왔다.

개발행정이 불러온 참사

제주도정은 이 문제의 원인이 인구와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사태라고 보았다. 한편으로는 회천동 쓰레기매립장의 음식물 쓰레기 탈리액과 매립쓰레기 침출수가 지난 겨울 폭설로 파손되어 일차 처리를 거치지 않은 하수가 처리장으로 유입되면서 발생한 일시적 현상으로 말하며, 애써 이 사태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초기 제주도정은 하수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요구하는 우리 단체의 목소리에 대해서, 회천동 쓰레기 매립장의 유입 오수가 정상화되면서, 제주하수처리장의 배출 수질기준이 정상화되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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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참여환경연대 회원들이 제주특별자치도청 앞에서 제주도의 하수처리정책을 규탄하는 1인시위를 하고있다.

00일 가량 오수 무단 방류를 해오던 제주도정이 한 달 가량 만에 ‘배출 기준이 정상화되었다’라고 하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도민을 우롱하였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회천동 쓰레기매립장의 일차 처리시설이 정상화 된 것이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 탈리액을 매립장에 뿌려 토양에 일차침투 시킨 후, 매립쓰레기 침출수와 같이 하수처리장으로 보낸 것으로 유입오수의 농도를 낮추기 위한 편법을 쓴 것에 불과한 것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인구가 2015년 60만명을 기록한가운데 2021년에는 70만명을 기록 할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단체는 이 사태가 단순한 한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그간 제주의 개발행정이 불러온 근본적인 문제라고 인식하였다. 인구와 관광객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사태라고 제주도정은 주장하지만, 도시의 기반시설을 무시한 무분별한 개발허가 남발이 이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보았다.

특히 이러한 상황에서도 6만 명이 상주하는 오라관광지구 개발을 허가해 주려 하고, 일년에 4,500만 명의 입도객을 가정한 제2공항을 추진하는 제주도정은 이성을 잃은 상태가 아닌가라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하수대란의 와중에 개별 정화조 철거 및 매립

2006년부터 제주에 하수관거정비사업이 시행되는데, 이 사업의 목적은 우수(빗물)과 하수를 분리하여 하수량을 줄이고, 깨끗한 우수(빗물)은 하천을 통하여 바다로 보내기 위함이다. 이전에는 하수관과 우수관이 분리되지 않아서, 비가 많이 올 때는 하수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처리하지 않고, 바다로 보내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우수관과 하수관을 분리하는 사업의 취지에 대해서는 긍정하지만, 기존에 있는 개별 정화조를 철거하고 매립한 것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 하수관거정비사업은 제주만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었지만, 유독 제주도만 개별 정화조를 없애버린 것이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개별정화조에서 일차로 정화된 하수가 하수관거를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지면 하수처리에 부담이 훨씬 경감될 것이다. 그런데 일차처리를 하지 않은 하수가 하수처리장으로 바로 보내지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하수를 하수처리장으로 보내기 위한 중계펌프장의 고장으로 이어진다. 다량의 침전물이 섞인 하수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펌프에 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하수처리장의 처리 과정에서도 높은 하수농도로 그만큼 처리속도가 늦어지기 때문이다.

인구증가와 관광객증가로 인해서 하수의 양이 증가한 것도 문제지만, 하수관거정비사업으로 인해 하수의 농도가 증가한 것도 하수처리의 문제 중의 하나다. 제주도정은 기존의 개별 정화조를 폐쇄하면서, 이후 모든 신축하는 건축물을 의무적으로 하수관거에 직접 연결하도록 조례를 바꾸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 현재의 하수처리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어리석은 행정을 또 한번 하게 되는 것이다.

하수관거정비사업 중 일부 예산은 민간이 참여하여 사업을 하고, 이에 대한 댓가를 20년간 나누어 돌려줘야 하는 BTL(Build Transfer Lease)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수관거정비사업은 국비와 지방비, 민간의 투자를 겸하여 진행되고 있고, 민간이 선부담한 정비사업의 비용은 사용자 부담 원칙에 따라, 주민에게 하수도사용료 인상으로 주민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다.

오라관광단지개발사업 등 대규모 개발사업과 제2공항 전면 재검토

2016년의 하수대란은 충격적인 사안이었지만, 이후 물사용이 많은 여름철이 되면 매년 반복되는 문제가 될 것이라는 어두운 예측이 내려졌다.

제주도정은 여전히 공급위주의 정책에 매달리고 있다. 하수처리장의 처리시설을 늘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하수의 양을 줄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하수처리시설 증설은 막대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지만, 예산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주민들의 반대로 증설이 매우 어렵다.

지금 상태에서는 하수의 양을 줄이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우선 대규모 숙박시설 등 하수를 많이 발생시키는 시설에, 절수기기 의무설치와 정화시설 의무설치로 중수도 이용 등을 강제하여야 한다.

아파트 단지의 경우는 단지 내 하수처리시설 의무화를 고려하여야 한다. 그리고 산재한 마을에는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을 갖추는 것을 검토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신화역사공원에 만들어지고 있는 리조트월드제주와 오라관광단지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도시기반시설이 수용 가능하지 않다면, 불허 또는 자체적으로 시설을 갖추도록 강제하여야 한다.

제2공항 건설은 수요관리를 불가능하게 하면서, 제주의 수용력에 재앙적 문제를 가져오는 사안이다. 한낱 항공이용의 불편과 관광객 증가로 인한 수익증대의 이유로 강행할 사안이 아니다. 이로 인해 제주는 항공이용은 편해질 지 모르나, 다른 제반 삶의 질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제주도정은 그간 개발행정의 문제점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을 하여야 한다. 몇몇 껍데기만 바꾸는 정책으로 도민을 기만한다면 도민의 성숙한 의식이 더 이상 폭주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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