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났다. 평화적 촛불시위 앞에 보수정권이 막을 내리고, 국민들은 새로운 정권을 선택했다. 새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그간 우리사회의 누적된 모순을 해소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달라는 소망일 것이다. 대학과 관련된 국민들의 바람도 마찬가지이다. 정권교체의 시발이 된 것이, 일방적 대학사업의 시행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로부터 시작된 것을 생각하면 자명하다.

지난 9년 동안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의 대학정책과 관련된 공과(功過)를 따지자면 아마도 ‘공(功)’보다는 ‘과(過)’를 따지게 될 것이며, ‘과’의 대부분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 내용이다. 우선 이명박 정부 들어, 국립대학은 총장 간선제를 시행하게 되었다.

물론 제도적으로 강제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재정지원사업의 평가지표에 총장직선제 폐지여부를 포함시켜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는 대학을 탈락시켰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도록 함으로써,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거의 모든 국립대에서 총장선출을 간선제로 변경하였다. 물론 대학 내부적으로도 총장직선제에 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것을 대학의 선택이 아닌, 반강제적 수단을 동원하여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시킨 것은 분명하다.

두 번째는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하에 등록금 인상을 사실상 금지하고 대학지원방식을 사업별로 시행한 것이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대학들은 결국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 목매게 되었고, 평가지표를 맞추기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사업별 지원방식은 정부의 정책시행에는 효율적인 방식일 수 있으나, 대학의 입장에서는 선정된 사업의 수행자역할에 그치게 되고 학교재정에는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셋째, 국립대학 내부에 성과연봉제를 강제도입한 것이다. 도입을 위한 충분한 논의나 평가방식에 대한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도입된 제도는 대학 내부의 갈등과 분열을 가져왔고, 결국 교수들이 교육과 학생에 무관심한 채 논문 편수를 늘리는 데만 몰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학의 구조개혁정책 또한,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감소로 불가피한 방안이지만 모든 대학이 정원을 일률감축하는 기존의 방식은 비판의 대상이다. 철저한 고등교육의 질 관리를 통한 부실대학의 정리 및 지역특수성을 반영하는 구조조정을 시행하되, 이 과정에서 학술연구와 학문후속세대의 양성, 교양있는 민주시민의 육성같은 대학의 본연의 책무성과 기능은 확보되어야 한다.

새 정부의 국립대학과 관련된 대표적 공약은 국립대학법의 제정이다. 취약한 국립대학의 법적 지위를 강화시키고 행·재정 지원의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국립대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출발점이자, 적폐청산의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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