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가 거점국립대 취업률
1위한 노력은 박수칠만 하지만
고용의 질에서도 관심 가져야…
단기적 취업률만 생각하면
대학 경쟁력 약화될 수 있어

매년 5월만 되면 학과 제자와 졸업사진을 찍곤 했었다. 매해 그 수가 줄어들더니 금년에는 희망자가 한 명도 없어 아예 그런 이벤트 자체가 없어졌다. 여러 원인 중에 하나는 졸업예정자의 취업에 대한 불확실 때문이라고 한다. 대학 졸업장이 취업을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대학생들은 취업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대학은 진리의 상아탑에서 취업교육양성소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소리도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1990년대 시행된 ‘대학 자율화’ 정책으로 대학 정원은 꾸준히 증가했고, 대학을 졸업한 학생은 많지만 그들이 일할 자리는 모자라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학생만 늘려놓고, 대학생 일자리는 늘리지 못한 반성은 누구도 하지 않는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첫 지시의 정책 1호는 ‘일자리위원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일자리위원장이 되고 청와대 내에 일자리수석이 신설되니 일자리 공약에 무엇보다도 주안점을 두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일단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러한 정책기조는 대학교육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여태 다른 정권도 대학생의 정원감축률과 취업률 성과주의에 의한 대학구조정책을 요구해 왔지만 문재인정부에서는 그 파고는 더욱 세어질 것이다. 교육부의 정책은 지속적으로 대학의 취업 중심의 개편을 요구하고, 언론기관도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다보니 대학들도 학문을 포기하고 지표 맞추기에 급급한 경향이 있다. 오늘날 대학은 취업률이 높으면 좋은 대학으로, 그렇지 않으면 비교적 좋지 않은 대학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사회의 요구에 휩쓸려 이렇게 변질된 대학의 기능에 대한 비판도 필요하지만, 대학의 최상의 지표라 할 수 있는 취업률에 대해서도 재고가 필요하다.

최근 보도자료에 의하면 우리대학교 취업률이 2014년과 지난해 2년 연속 60%를 넘어서며 전국 거점국립대학교 9개 중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교육부의 취업관련 사업이 잘 진행되면서 일궈낸 성과일 것이다. 2016년 기준 제주는 고용률 1위, 실업률 15위로 제주의 고용시장은 양호하다. 특히 제주 청년실업률은 전국평균 9.8%에 비해 가장 낮은 5.2%를 기록하고 있다. 지표만 보면 제주는 고용의 낙원이다. 그러나 제주지역 3개월 평균임금을 보면, 2015년 기준으로 약 192만원 수준으로 전국 평균 85% 수준에 불과하며 전국 16개 시ㆍ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즉, 제주도는 타 지자체에 비해 일자리 창출의 양적 지표들은 양호하나 임금수준이나 고용안정성 등 일자리의 질적 측면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열악한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은행 경남본부의 「경남지역 고용의 질과 고용창출 요인 분석」 결과에서도 제주지역의 고용의 질 종합지수는 16개 시ㆍ도 중 11위로 중하위권으로 분석되었다. 즉, 제주의 청년실업률의 근본적인 문제는 일자리 부족이 아니라 ‘고용의 질’이라는 지적이다.

우리대학교가 전국 거점국립대학교 중 1위의 노력은 박수 칠만 하지만 앞으로는 이들의 고용의 질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대학의 단기적인 취업률만 생각하는 취업정책은 장기적으로는 대학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대학도 단순한 고용의 양보다는 고용의 질을 측정하는 내부지표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고용의 질 향상은 양질의 일자리의 공급이 우선되어야 하고, 이에 대응하는 교육과 경험을 쌓는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과 상담하다보면 4학년이 되어서야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는 학생들이 꽤 많다. 조기에 학생들의 진로 교육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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