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2병, 대학에 진학했으나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아야 되는지에 해답을 얻지 못한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대학에 진학하기 전, 우리는 수능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가?’라는 질문을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채 꽃 같은 10대의 시절을 수험에 매진했다. 치열한 공부 끝에 대학에 진학한 청춘들이 전공 공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학년이 되면, 그제야 ‘무엇을 위해 공부 하였는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라는 ‘자기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 ‘방황하는 청춘’, 대2병이 발병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대2병은 일부 대학생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청춘의 사회적 문제가 되어버린 지금, 대2병의 원인과 그 예방에 대해서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청춘이 대2병을 앓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수능이란 제도 아래, 학생들이 오로지 대학만을 가기 위해 불철주야 달려왔기 때문이다. 장래에 대한 고민도, 꿈에 대한 고민도, 선생님과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에선 대학만 가면, 그것도 좋은 대학만 가면 다 해결해 줄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막상 대학은 여전히 고등학교 때와 전혀 다르지 않은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만을 되풀이하고 있고, 그들이 유보해왔던 꿈과 장래, 적성에 대한 고민 해결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결국 꿈과 장래, 적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채로 성적에 맞춰서, 또는 취직이 잘된다는 학과에 온 학생들은 대학교 2학년 즈음 커다란  ‘자기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청춘의 늦은 방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의 답을 외국의 사례를 통해서 찾아볼 수 있다. 영국에는 갭이어(Gap year)라는 제도로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1년간의 기간에 걸쳐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이를 통해 향후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을 말한다. 갭이어를 통해 진로에 대해 더 탐구하고, 전공의 적합성을 고민함으로써 지원자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추가적인 기간으로써 활용하고 있다. 또한 인생을 즐기자는 모토 ‘휘게(hygge)’가 라이프의 중심인 나라 덴마크에서는 정규 교육과정 중간에 자리 잡은 쉼표와 같은 ‘인생 학교’ 애프터스콜레, 폴케호이스콜레 등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청춘이 방황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안한 청춘에게,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과 주변을 둘러볼 기회를 주는, 조금 늦어도 바르게 나아가고 있다고 격려해주는 관용의 사회와 따뜻한 교육 제도가 도입된다면 청춘은 더 이상 아프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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