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자출결시스템에 대해서 두 가지 생각이 양립하고 있다. 하나는 끊임없이 변해가는 디지털 시대ㆍ4차 혁명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합리적 과정이라는 의견이 있다. 또 하나는 대학이 수치화돼가고 있다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전자출결시스템은 출석이 전산화 되면서 불필요하고 부정확한 수기와 호명식 출석을 보완하고 전산처리에 용이할 수 있다. 또한 ‘정유라’를 비롯한 출결비리를 방지하는 효과가 조금 있을 것이라 사료된다.

하지만 출석을 부르는 것이 정말 ‘불필요’한 것일까란 의문이 든다. 우리가 출석을 부르는 이유는 단지 어떤 학생이 출석을 했는지 확인하고 그걸로 점수를 매기기 위함만은 아니다. 낭만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출석을 부른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행위로서 단순한 교수와 학생의 관계가 아닌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대학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그저 출석을 하고 강의를 듣는 게 아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성숙한 지식층과 미성숙하지만 과감한 상상력이 있는 학생이 만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의 이름을 부를 만큼의 시간도 없다고 하기에는 아쉬운 감이 크다.

우리 학과 교수님은 “우리는 자네가 아파서 결석을 했는데 진단서를 가져와야만 그것을 믿어주는 관계인건가”라고 말한 적 있다. 논점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삭막하고 살기 갑갑한 사회, 믿음없는 사회의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GPS를 통해 우리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감시받는다라는 느낌마저 든다. 때문에 대학마저 알게 모르게 기계화, 수치화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더불어 교수와 학생들의 자율권을 해치기도 한다. 출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듯이 큰 비중을 안 두는 사람도 있다. 어떤 과목은 출석 대체과제를 내주시기도 했다. 이것은 낙제기준점이 1/3 결석에서 1/4 결석으로 바뀌는 것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대학이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목적에 대한 것이다. 사실 대학측에서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는 이유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학교 평가에 맞춰 행정상으로 ‘좋은’ 학교가 되기 위함이다. 하지만 대학이 정부 평가에서 좋은 점수만을 받기 위해서 행정적인 처사는 늘어가는데 학생들한테 실질적으로는 좋은 학교일지는 의문이다. 학생들이 출석을 많이 안한다고 출석시스템을 바꾸기보다는 출석하고 싶은 수업을 제공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출석 전산화 시스템 도입으로 통계상 ‘좋은’ 학교가 될 수는 있어도, 그 속의 내용이 양질일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