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ㅣ 문재인과 트럼프: 북핵 위기 해결할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향후 5년간 이끌어갈 대한민국이 당면한 안보환경은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 비서실장으로서 문 대통령이 국정을 주도했던 시기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당시에는 북한의 핵 능력이 초보단계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북한 핵의 고도화는 물론 핵을 장착하여 장거리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해 11월 선거에서 예상외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당선되어 미국민들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도 미국 조지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이 네오콘에 둘러싸여 강경 보수 입장을 취함으로써 한미관계는 매우 험난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시 보다 더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진보적인 문재인 대통령과 북핵문제의 해결이나, FTA 등 한미 경제관계에 있어 손발이 잘 맞을지 걱정이 앞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미국 재건(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강력히 주창하여 중서부의 전통적인 민주당의 표밭이었던 미시간주와 인디애나주와 같은 피폐해진 공업지대를 석권함으로써 45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국내적으로도 국익을 강조하고 힘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자들과 미국의 국익을 안보와 관련된 협소한 시각으로 보고 다자주의를 불신하며 고립주의를 강조하는 잭슨주의적 민족주의자들의 지지를 많이 받아 당선되었다. 따라서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해외주둔 미군의 축소를 강조하는 신고립주의 성향이 점차 강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8년 동안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이 윌슨주의적 이상주의에 기초하여 다자주의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를 추구했던 것과는 매우 다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 미국에 손해를 주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하겠다고 역설한 바 있으며, 해외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유럽국가들과 한국, 일본 등에게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면 그 만큼 돈을 더 내라”는 방위비 증대 요구를 서슴지 않았었다. 이런 트럼프의 주장은 자유무역과는 거리가 있으며, 무역에 있어 꼭 상대방보다 더 이익을 봐야 된다는 중상주의에 가깝다. 방위동맹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자유민주주의 가치 수호를 위해 미국이 좀 손해 보더라도 우방국을 지원한다는 가치동맹적 입장보다는 그저 미국의 이익에 몰두해있는 협소한 경제적 이익 중심의 사고이다. 오죽하면 미국 백악관에 과거에 없던 무역문제를 다루는 새로운 조직인 ‘국가무역위원회(NTC)’를 만들고 그 위원장에 경제학자인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를 앉혔을까. 나바로 교수는 중국경제에 대단히 비판적인 인물이며, 이는 향후 중국에 대한 무역 압력이 매우 고조될 것으로 예측된다.

앞으로 한미 FTA 개정을 둘러싸고 갈등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있어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러한 갈등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에게 매우 다행스러운 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외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북핵문제 해결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 8년 동안 미국은 북한 핵문제에 있어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라는 입장을 취하면서 북한에 대해 “핵을 포기해야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는 태도만을 견지해왔다. 자신의 임기 내에 북한의 핵 능력이나 장거리미사일 기술이 미국의 본토를 위협할 정도로 개발되지는 않을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북한 핵의 고도화와 ICBM기술 개발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북한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확실한 능력을 보유할 것으로 미국 전문가들은 보고 있는 것이다. 북핵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점에서 이명박정부 시절 외교안보실장을 맡았던 천영우씨가 어느 신문에 쓴 글에서의 표현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기인(奇人)이 아니라 우리에게 귀인(貴人)이라고 보아야 될 것이다. 

북한은 어느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까? 핵 전문가들에 따르면, 플루토늄을 재처리해서 만든 플루토늄탄과 우라늄을 고농축하여 만든 우라늄탄을 합하면 대략 15~20개 정도의 핵무기를 북한이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3년 10월 ‘38노스’를 운영하고 있는 존스 홉킨스대학 핵 전문가인 조엘 위트(Joel Witt)는 우리대학에서 가진 한 강연회에서 “북한 핵을 그대로 두면 5년 내에 6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한 바 있다. 당시 필자는 귀를 의심하면서 식스틴(16개)을 의미하는 것이냐고 물었는데 정확히 식스티(60개)라고 대답한 것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지난 해 말에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 낸 로버트 갈루치(Robert Gallucci)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멈추지 않는다면, 북한은 2020년까지 대략 100개의 핵을 보유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은 5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의 소량화, 경량화, 표준화를 달성해가고 있는 한편,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도 안간 힘을 쏟고 있다. 북한은 노동미사일, 대포동미사일 등 중장거리미사일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왔는바, 지난 5월 14일 대형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시험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고도 2111km 까지 올라가 787km 비행 후 공해상 목표를 정확히 타격했다고 한다. 지구 밖 우주로 2000km 이상 날아올랐다가 대기권에 재진입(reentry) 함으로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필수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증명해 보였으며, 만약 이 고각 발사한 미사일을 30~45도의 일반적인 각도로 발사했다면 비행거리는 5000km에 이르러 알래스카까지 타격이 가능했을 것이다. 따라서 화성-12형 미사일은 장거리 비행 가능성과 핵탄두 장착 가능성이 우려할만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시사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우리에게 현실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중국을 압박하여 북핵을 해결하려는 입장이다. 지난 4월 7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시진핑 주석에게 ‘환율조작국’ 조치를 유보해주면서까지 중국으로 하여금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하였다. “중국이 못하면 우리가 직접 해결하겠다”는 강단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압박할 수단은 여러 가지 있다. 대북제재에 중국이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중국기업에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중국기업에 대한 제제)’를 적용할 수도 있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여 엄청난 관세 부과도 가능하다. 트럼프행정부는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 호를 비롯한 2척의 항공모함과 다양한 전략자산들을 한반도 주변에 배치하여 최대의 압박을 가하면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도록 하는 ‘최고의 압박과 관여’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을 압박함은 물론 중국을 압박하여 협조를 이끌어내려는 시도임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강력한 대북제재와 압박을 시도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북한을 ‘완충지대(buffer zone)’로 간주하고 있어 북한을 붕괴시킬 정도의 압박은 삼가고 있다.

이처럼 더욱 가중되고 있는 북한의 핵 위협에 우리는 어떤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는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여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는 한편, 미국과의 확실한 동맹관계를 구축하여 미국의 핵우산인 ‘확장된 억제(extended deterrence)’에 의존한다는 것이 전부이다. 북한 핵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KAMD)와 선제타격력을 높이는 ‘킬 체인(kill chain)’을 개발하고 있으나, 이런 능력들이 북한 핵을 직접 억제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북한 핵 능력의 고도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능력의 향상으로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확실하게 보유하게 된다면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미국이 자신들도 공격받을 상황에서 과연 한국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신뢰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 점을 북한이 노리는 것이다. 즉, 핵으로 남한을 압박하면서 미국의 개입을 막으려는 고도의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반도의 안보위기를 해결하고 평화정착을 위해 동분서주 하겠다”며 필요하면 워싱턴, 베이징,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는 연설을 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과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북한을 가장 먼저 방문하겠다거나, 개성공단을 재개할 뿐만 아니라 2000만평으로 확장하고, 금강산 관광도 재개하겠다는 주장을 하였다.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도 재검토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한 남북대화를 적극 추진하여 핵 문제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도 피력하였다.

이런 주장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정책과는 매우 어긋나는 정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중국과 협력하여 북한에 대한 최고의 압박을 구사함으로써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도록 하고,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 포기를 얻어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다른 목소리를 문재인 정부가 내기 시작한다면, 한미관계가 파탄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더욱이 이미 결정된 사드 배치를 국회에서 부결시켜 철수하게 될 경우, 주한미군의 철수 가능성이 더욱 현실화될 것이며, 해외투자자들의 철수로 한국 경제의 위기가 초래됨은 물론 안보 위기도 가중될 것임은 명백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협조하면서 한국의 안보도 지키고, 경제적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 문재인정부가 택해야 할 방향이다. 섣부르게 남북 정상회담에 매달리거나, 대화에 목말라 할 경우 대북제재의 전선은 흐트러지고,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우리가 엄청난 경제적 보상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제재와 대화를 통해서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한국의 전략은 압박을 통한 비핵화 협상을 이끌어내면서도 북한의 핵을 독자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핵 억지력을 확보하는 데도 힘써야 할 때이다. 이는 독자적인 핵 개발 잠재능력을 우리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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