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관련 언급 없어 학생들 아무것도 모르고 참석
학사과, 학내 이동수업 파악 어려워… 학사 관리 강화해야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 제주학술대회에 학생들이 강제 동원됐다. 이에 학생들은 성명서, 대자보 등을 통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5월 16일 아라컨벤셜홀에서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 제주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조우식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와 신구범 전 제주특별자치도지사, 강지용 산업응용경제학과 교수, 장성수 관광개발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열리기 전부터 일당백 총학생회가 비판적인 성명서를 내는 등 문제가 됐으나 행사 집행위 측은 강행했다. 그곳은 태극기를 흔드는 등 소위 ‘태극기집회’가 떠올릴 정도였다.

문제는 장성수(관광개발학과) 교수가 진행하는 ‘관광개발입문’ 교양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특강에 동원됐다는 사실이다. 관광개발입문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5월 16일 관광개발학과 사무실로부터 ‘오늘 관광개발입문 수업은 특강(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 제주학술대회)으로 대체합니다’라는 메시지와 ‘출석 확인은 특강 현장에서 진행 예정이오니 이 점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에는 특강으로 대체한다고만 적혀 있었으나 일시, 장소가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 제주학술대회였다.

학생들이 출석점수를 위해 참여했으나 특강 내용이 이상함을 감지하고 세미나를 빠져 나오는 학생들이 많았다. 학생들은 세미나를 빠져 나온 후 불만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한 학생은 “문자 메시지에 주제에 관련된 언급이 일절 없어 아무것도 모르고 참석한 세미나에서 정치적 의견을 강요당한 것 같아 불쾌했다”며 “문제가 될 만한 요소가 있는 행사 참여는 출석 등의 강제적 방법이 아닌 개인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고됐던 출석 체크가 이뤄지지 않아 당황했고 해당 강의가 휴강이며 추후 보강이 이뤄진다는 것은 후에 지역지를 보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앞서 출석체크를 한다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으나 장성수 교수는 법적으로 이미 휴강을 했다고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장성수 교수는 “그 전날 이미 법적으로 휴강 처리를 했다”며 “출석 확인을 한다는 말의 의미는  여타 활동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행사 관계자들이 학생들이 오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자를 본 학생들은 당연히 출석체크를 한다고 판단해 참여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한 학생은 “출석을 한다고 메시지를 봤는데 그 의미가 당연히 성적에 포함되는 출석점수라고 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성수 교수는 “학생들에게 내 강의를 듣는 것보다 세미나에 참석하는 게 훨씬  더 교육적이라고 생각했다”며 “휴강이라고 공지하면 학생들의 불참이 분명하기에 부득이하게 특강으로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학사과는 학외라면 어디서 강의를 진행해야 하는지 공지를 해야 하지만 학내는 그런 공지를 이제까지 거의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된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정치적 목적이 있는 세미나에 동원된 것에 대해서 학사 관리를 더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학사과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학내에서 이동해서 강의를 진행하는 경우 알려주지 않으면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일당백 총학생회는 “올바른 역사 교육의 책무는 수업현장 일선의 교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 당국에도 책무가 있는 것”이라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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