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김진영(문화조형디자인학부 2)

엄마의 손에서 담뱃재가 떨어지고 있었고
내뱉는 한숨이 머리 위로 하얀 것들을 불러왔다
탁한 겨울이었다

더러워지는 눈을 밟으며 돌아가는 길에
깨달았다
종이로 만들어진 나의 집을

종이로 만들어진 폐
쉽게 펄럭이는 호흡

익숙해지기 싫어서
녹슨 손목을 숨겨두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나보다 더 많은 문을 가지고
종이로 만들어진 집에 놀러 오는 잡식성 쥐
엄마는 쥐의 똥 같은 것을 치우는 데 익숙해져 있었고
쥐는 나의 페이지를 먹어가며 자라고 있었다

얇은 벽으로 들리는 뒤척임을
받아 적으며
거대해지는 쥐의 몸과
위태로운 날들

만지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어젯밤에는 녹슨 손목을 닫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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