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쓸 수 있는 시는 제 자신이란 걸 깨달아

 2년 전에도 백록문학에 글을 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를 써서 냈던 그때가 저의 시작이었는데 제가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아주신 것 같아 감사합니다.

지나온 시간동안 시를 쓰면서 나아지기보다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시를 쓴다는 게 부끄러울 때가 많았고 시를 못쓰는 것 같아 제 자신에게 실망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를 쓰는 건, 저를 만나는 일이었고 동시에 제가 몰랐던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가면을 벗는 일이었고 동시에 더 비밀스러워지는 일이었습니다. 시를 쓸 때마다 생각하지만 늘 다른 시들을 욕심내곤 했는데 제가 제일 잘 쓸 수 있는 시는 제 자신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내가 타인이 될 수 있고 타인이 곧 내가 되는 시를 쓰고 싶다고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저는 시에 대해 확신할 수 없고 또 불안하기도 하지만 헤매는 게 맞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더 열심히 헤매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보다도 먼저 제 길에 동행해준 소중한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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