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글 쓰고파

사실 처음에는 오랜만에 소설 한 편을 완성해 백록문학상에 공모할 수 있게 되어 그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벅찼다. 소설 부문 가작에 당선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아직 서툴고 모자란 나의 글이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면, 하고 늘 꿈꿨다.

이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은 때는 열아홉의 끝 무렵이었다. 그때 내 주변 친구들은 모두 아홉이라는 숫자가 주는 불안과 두려움에 힘겨워했다. 나 또한 그랬다. 글이 써지지 않아 불안했고, 내 안의 상처와 마주하는 용기를 내기 위해 수없이 좌절하고 때때로 무너졌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또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글에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두려웠다. 첫 문장을 쓰기도 전에 망설였다. 내 안의 말을 표현하는 게 서툴고 낯설었다. 이제라도 많이 부족하지만 나인을 완성하게 되어 다행이다.

어느 소설가는 어떤 이야기를 십 년 넘게 붙잡고 있었고 자신의 경험을 담아 글을 썼지만, 그것이 곧 소설이 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설가는 오랜 시간 끈질기게 자신의 상처에 질문을 던졌고 결국엔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다. 아직은 미숙하고 상처투성이인 나의 등장인물은 여전히 성장 중이고 모르는 이야기가 많다. 나는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고 누구나 한가지쯤은 마음 깊숙이 숨겨놓고 꺼내지 못했던, 어쩌면 조금은 아프지만 털어내야만 하는 이야기를 세심하게 글로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소설의 나인이 꼭 나이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지치고 불안한 하루를 버티는 모두에게 나인은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나인을 마주한다. 그들에게 소설의 결말을 들려주고 싶다. 나인은 결코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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