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말이던 6월 제10대 총장임용후보자 선출 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구성원 투표와 그 결과 공지가 이루어졌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였는지 6월 14일과 15일에 사전투표가 이루어졌고, 본투표 또한 19일과 20일 양일에 거쳐 실시되었다. 그 결과는 21일 오전 10시 제주대학교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표되었다. 88.7%의 투표율과 92.0%의 찬성이라는 결과는 2012년 3월 21일 78.45%의 투표율에 68.74%의 찬성을 근거로 총장직선제를 폐지했던 기억을 지워내기에 충분했다. 물론, 학내구성원들이 그 결과를 교내 전산망보다는 도내외 언론 등의 소식통을 통해서 먼저 확인했다는 것이 옥에 티였기는 하지만 말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직선제를 회복한 데 대한 기분 좋은 설렘으로 1학기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2학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도 더 진전된 것이 없어 보인다. 하기는 방학 중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직선제 찬성 결과가 나오고 20여일이 지난 뒤인 7월 11일에야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 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그로부터 7일만인 7월 18일에는 제주대학교 학칙 일부 개정 학칙 및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 전부 개정(안) 의견 조회가 이루어졌다. 일주일만에 규정 전부 개정(안)이 도출되었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이 규정심의회, 학무회, 평의회 심의를 거쳐 공포된 것이 지난 8월 3일이다.

8월 3일에 공포되었다는 규칙 제1543호 「제주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 전부개정 규정」과 규칙 제1544호 「제주대학교 학칙 일부개정 학칙」이 문서로 시행된 것은 그보다 하루 늦은 8월 4일이었다. 그리고 이들 규정에 따라 총장임용추천위원회 위원이 추천되고 임명된 것은 8월 10일, 관련 내용이 문서로 시행된 것은 8월 11일이었다. 방학 동안 촌각을 다투어가며 빠듯한 일정을 치러온 관계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해야 하는 것이 도리다. 하지만 시간이 들어야 할 일에는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 들었고, 시간이 들 필요가 없다 싶은 일에는 많은 시간이 들었던 탓에 영 개운치 않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말은 아무리 들어도 식상하지 않다. 그 이유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데도 우리가 곧잘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총장임용추천위원회가 꾸려지고도 급한 일정 탓에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기 전에 충분히 다루어져야 할 일들이 깊이 있게 검토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막 출범해서 흘러나온 실언이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간선제 이후 처음 치르는 직선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좌절로 귀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7년 ‘제대로’라는 구호를 많이도 들었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11월 말이라는 총장 선거일까지 관련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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