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데우스: 미래의 역사> 유발 하라리 씀,
김명주 옮김, 김영사 펴냄

<호모 데우스(Homo Deus)>는 예루살렘 히브리대학의 역사학과 교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후속작이다. ‘호모’는 사람, ‘데우스’는 ‘신(神)’을 뜻하는 라틴어다. 전작 <사피엔스>에서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가진 신, 인권, 국가 또는 돈에 대한 집단신화를 믿는 독특한 능력 덕분에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러한 인류의 능력과 집단협력이 계속 막강한 힘과 눈부신 성과를 가질 수 있을까? <호모 데우스>는 ‘우리의 오랜 신화들이 21세기 인공지능과 생명과학 기술과 만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7만 년의 역사를 거쳐 마침내 지구를 정복한 인류가 이제 무엇을 추구하며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이야기한다. 전작이 역사 위에 찍힌 인류의 발자취를 해석한 책이라면 <호모데우스>는 과학혁명을 통해 몸과 마음을 업그레이드한 인류가 이제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를 과학은 물론 종교와 철학, 경제 등 여러 학문의 경계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방대한 자료와 지식을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인류가 근대에서 역사를 진전시킨 원동력은 인본주의였다고 한다. 근대를 관통한 모든 사상은 ‘인간이 가장 고귀하고 세상의 중심’이라는 인본주의의 자장 속에 있다. 이를 통해 인류는 동물과 자연을 종속시켰고 고대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역병·전쟁을 퇴치했다. 지금 인류는 이를 넘어 불멸, 행복, 신성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그 속도는 너무 빠르고, 그 물결은 거세서 개인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다. 주목할 것은 누구도 막아서지 못하는 그 변화의 과정에서 인류 사회에 크나큰 격변이 일어날 것이며, 그 결과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한 가지 예로 생명공학의 발전이 인간의 수명을 대폭 연장하고, 인간의 몸과 마음을 업그레이드하겠지만, 그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돌아갈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어쩌면 인류는 전례 없는 생물학적 빈부격차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거다. 소득불평등이 결국 생물학적 불평등을 야기해서 능력이 향상된 초인간과 평범한 인간 사이의 격차는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격차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책에서는 알고리즘 개념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저자는 유기체는 알고리즘에 불과하다고 역설한다. 알고리즘이란 계산을 하고 문제를 풀고 결정을 내리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한 무리의 방법론적 단계를 말한다. 뇌와 신체와 마음을 재설계하고 만들어내는 기술과 알고리즘을 갖춘 사람들은 신이 될 것이다.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해 사라져갈 것이다. 인공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일단 넘어서게 되면 인류를 멸절시킬 지도 모른다. 결국 다가올 몇 십 년 동안 유전공학, 인공지능, 나노기술을 이용해 인류는 천국 또는 지옥을 건설할 수 있다. 기술 발전의 혜택은 매우 크겠지만, 현명하지 못한 결정의 대가는 인류 전체를 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책 마지막에서 세 가지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첫째는 유기체는 단지 알고리즘이고, 생명은 실제로 데이터 처리 과정에 불과할까? 둘째는 지능과 의식 중에 무엇이 더 가치가 있을까? 셋째, 의식은 없지만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이 우리보다 우리 자신을 더 알게 되면 사회, 정치, 일상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지금껏 해박한 역사 지식으로 논증을 풀어냈던 그가 마지막에서 “정말 그럴까”라며 문제제기를 하는 이유는 예언 그 자체라기보다는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의 목적이 현재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며,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에서 해방되어 다른 미래를 상상해 보는 것임을 강조한다. 기술은 그 자체로 사회를 결정하지 않는다. 산업혁명의 기술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에 똑같이 적용됐다. 유토피아냐, 디스토피아냐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분명한 점은 이 책을 다 읽노라면 인류, 사회, 역사, 경제, 미래에 대해 평소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통찰하게 하는 힘을 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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