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재정지원사업을 유치할 때마다 학과 정원을 줄이거나 총장직선제를 포기했고, 등록금을 동결했다. 덕분에 전임교수확보율을 포함한 각종 지표값이 오르고 지원금은 늘었다. 하지만 대학 재정은 오히려 빈곤해져 학내기관의 운영비는 매년 줄어들었다. 그렇더라도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어서 대학 정원을 줄여야 한다니 어쩔 수 없다. 지원이 없더라도 해야할 일인데 평가 결과에 따라서 행재정적 지원도 해준다니 고맙다. 제주대학교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지난 몇 년 교육환경변화를 명분으로, 재정지원을 통제와 관리 도구로 한 교육당국의 압력을 버티기 어려웠다.

광장의 힘으로 정권이 바뀌었다. 이 사실에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해서 민주주의는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그렇게 바뀐 정권에 대해 저마다 희망을 품고 있지만, 희망들이 모두 실현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저마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드러내 보이고 노력하다보면 그것들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희망한다. 이렇게 이전보다 더 많은 요구들이, 더 다양하고 손쉽게 표명될 수 있다면 아직 희망이 있다. 우리대학 인문대학 교수 19인이 연명하여 지난 7월 20일 ‘우리는 왜 대학의 회복을 바라는가’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아직 희망이 있음을 그렇게 증명해내보인 것이다.

인문대학 교수들이 목소리를 높여 대학의 회복을 말하던 시점에 우리대학에서는 스마트출결시스템과 교통관리 차량번호 인식시스템을 준비했다. 이 두 시스템은 개강과 함께 전면 도입되었다. “제주대학교 교수들이 제주대가 시범 운영하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스마트출결시스템을 비판하고 나섰다. … 일각에서는 학생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수단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문대학 교수들의 성명서에는 스마트출결시스템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 없었다. 그런데도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성명서의 맥락을 이렇게 읽은 이유는 스마트출결시스템이 대학의 회복을 가로막는 감시와 통제의 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차문제 해소 차원에서 유료화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타 공공기관과 달리 제주대병원과 제주대학교는 단순 주차 목적의 방문차량은 드물기 때문.”이라는 도내일간지 기사의 제목은 “국립대가 도민상대로 돈벌이?”이다. 교통관리 차량번호 인식시스템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많은 돈을 쏟아 부은 투자로 평가한 것이다. 이 정도 평가는 그나마 다행이다. 자칫 학교 구성원과 도민을 상대로 감시하고 통제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제주대학교는 학교 구성원은 물론 도민에게 열린 캠퍼스여야 하는 지역거점국립대학교이기 때문이다. 뒤늦었지만 시행 과정에서 제기되는 비판들에 대해서는 ‘열린 캠퍼스’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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