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은 학생 기자들이 발행하는 학내 소식이나 비판을 담는 학보이다. 아직도 학보사 출신이다, 혹은 학보사에서 간부급 인사를 지내고 퇴임했다고 하면 굉장히 높게 평가해주는 추세이다. 하지만 정작 학내에서 학보사의 입지는 어떠한가? 학보사가 이름난 몇몇 대학의 경우 여전히 학생들에게 많이 읽히고 또 입에 오르지만 대부분의 학보사는 빛을 잃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대학의 길잡이, 학보사는 어쩌다 빛을 읽고 이렇게 쇠락하게 된 것일까.

80~9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신문은 지식의 창구요, 식자층의 산물이었다. 당시 대학생들이 스스로를 청년 식자층이라 자처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당시의 시대상과 맞물려 있기도 했다. 운동권과 더불어 대한민국이 민주화사회를 향한 시위와 투쟁을 겪어가는 태동기이기도 했거니와 이 당시 학생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 전달 매체의 일순위에는 늘 신문이 그 자리를 굳건히 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제4공화국부터 제5공화국, 그리고 김영삼 정부 때까지가 사실상 대학 신문의 전성기였다 해도 무방하다. 분명 이 때까지만 해도 상아탑에서 굳건히, 그리고 환히 빛나던 대학 신문은 어쩌다 현재의 길을 걷게 됐을까.

90년대 들어 대한민국은 급속도로 상업화·정보화 사회의 길을 걷게 됐다. 이가 대학 사회에도 급작스레 파고들었음은 물론이다. 사회 변화에 맞춰 점점 특유의 특징을 잃고 일반화 대열에 합류한 대학신문은 서서히 ‘대학의 제호가 달린 그저 그런 신문’으로 그 의미와 가치가 변하기 시작했다.

2003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4년 전 오마이뉴스는 이미 <대학언론을 개혁하라!>라는 헤드를 뽑고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학언론, 점점 캠퍼스 밖으로 밀려’라며 학보사 개혁의 필요성을 주창한 바 있다. 대학 신문의 특유의 학생들만의 생각과 감각이 어느 순간 퇴색되며 평범한, 그저 그런 하고많은 신문 중 하나가 된 것을 비판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며 당연히 어느 정도 개선은 됐건만 그래도 이가 현재 완벽히 해결됐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학보사 기자들은 신문을 만들고선 우리가 공들여 제작해봤자 누가 보겠냐고 자조적으로 말하곤 한다. 누가 볼지도 궁금할 법한 신문을 탈피하면 될 일이다. 대학신문만이 보여줄 수 있는 면은 분명히 있다. 앞선 변화가 있어야 혁신이 존재하는 법이다. 대학신문이 다시금 대학의 길잡이가 되기를 이 글을 통해 심심하게나마 빌어본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