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유홍준/창비

"한 학기에 책 한권 이상 읽는 학생 손들어 보세요.”라는 질문을 던지면 한 교실에 많아야 5~10명 정도 손을 든다. 모든 정보를 손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시대에 종이책을 일컫는 것은 시대에 뒤처진 일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독서에 대한 것을 강조하는 것을 자주 접한다. 그러면 잠시 마음속으로 독서의 의지를 불태운다. 그것도 잠시 우리는 다시 손안에 있는 전화기 세상에 갇힌다.

그럼 독서 실패의 원인은 무엇인가? 바로 습관이다. 습관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항상 가지고 다니는 전화기에 눈이 가고 책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럼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2010년 영국 런던대학교 심리학과 연구에 의하면 66일 정도 반복적인 활동을 하면 습관화가 된다고 한다. 그것을 독서에 적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럼 어떤 책이 좋을 것인가? 바로 읽기 쉬운 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읽기 쉬운 책은 각자 배경지식에 따라 다를 것이라 쉽게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필자는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 편한 것도 추천한다. 편하다고 하는 것은 짧게 나누어진 것을 말한 것이다. 짧은 내용으로 끊어 읽기 편한 책을 말한다.

그런 면에서 2012년에 창비에서 출판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7-제주편』이 좋다. 15개의 이야기로 나누고 그 안에서도 작은 이야기로 나누어져 있어서 읽다가 언제든 끊어도 된다. 짧은 이야기로 책 읽는 것에 66일 동안 조금씩 습관을 들이면 어떨까?

한편 여행이라는 취미도 생각해보자. 학기 중에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을 아낌없이 여행에 투자한다. 해외로 나가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은 아주 좋은 경험이다. 좁은 제주에 있다가 넓은 세상을 보면 안목이 넓어지고 그 넓어진 크기만큼 마음도 커질 것이다.

그러나 유행처럼 번지는 이러한 현상에 항상 아쉬움을 느낀다. ‘과연 제주도 최고의 지성인이라 일컬을 수 있는 제주대 학생들이 제주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문학·역사·철학은 예로부터 지식인을 말하는 척도이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은 제주의 문사철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조금 더 제주에 관심을 가지고 제주를 알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이런 바람을 조금 채울 수 있는 도구이다. 물론 깊이 들어가면 아쉬운 점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아직 초보인 우리에겐 나중의 문제이다. 일단 관심부터 가질 기회가 있어야 한다. 그런 기회로는 이 책이 적당하다.

제주의 각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경치, 역사의 흔적, 제주만의 아픈 4·3의 상처, 제주 민속, 제주의 동식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주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유홍준은 제주인이 아니지만 다양한 인물들에게 조언을 구해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전한다. 미술학도들과의 답사라는 형식을 통해 그가 가지고 있는 미적 해석과 위트가 섞인 이야기 전개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 책은 읽는 재미와 함께 또 다른 활용도를 제공한다. 바로 우리가 직접 답사를 떠날 수 있는 것이다. 멀리 며칠씩 떠나는 여행이 아니더라도 당일 책에서 나오는 장소로 가서 직접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음미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같은 곳에 가더라도 그 곳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정말 아름답다. 모르고 보는 것과 알면서 보는 것은 정말 다르다.

이제는 너무 많이 쓰여 상투적인 표현이 돼 버렸지만 유홍준이 이야기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다. 공부를 하는 일상이나 아르바이트에 지친 심신을 달래는 좋은 방법 중의 한 가지가 마음이 맞는 또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여행일 것이다. 멀리 떠날 필요가 없다. 아직 우리가 보고 느끼지 못한 제주는 너무 많다. 이 가을 책 한권을 통해 제주를 알아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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