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ㆍ여의도, 제주시청 등 전국 각지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선거제도 개선, 공영방송 정상화 등 요구
광장이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해 10월 29일, 1년 전 광장에는 권력자의 실정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시민들이 몰려 나왔던 시민들이 다시 모였다.
지난달 10월 28일, 시민들은 다시 거리에 섰다. 1년 전 한 마음 한 뜻으로 대통령 탄핵을 외쳤던 시민들은 정치권에 성토했다.
이번 집회는 서울 광화문, 여의도, 제주시청 등 전국 각지에서 진행됐다. 특히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5만여 명이 운집하면서 뜨거운 열기를 띄었다. 28일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이날 집회에서 시민들은 함께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촛불은 계속 된다”고 외쳤다.
이번 광화문 집회는 세월호사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문을 열었다. 세월호 사고의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합창단이 무대에 올랐다. 합창단이 부른 노래 ‘약속해’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셨다.
“우리가 너희의 엄마다. 우리가 너희의 아빠다. 너희들 이 가슴에 묻은 우리 모두가 엄마아빠다. 너희가 우리의 아들딸이다. 우리들 가슴에 새겨진 너희 모두가 아들딸이다. 우리 모두 행동할거야. 끝까지 다 밝혀 낼 거야. 세상을 바꾸어 낼 거야. 약속해 반드시 약속해”
또 이날 집회에는 가수 전인권과 이상은, 권진원과 평화의 나무 합창단 등 가수들이 무대에 올랐다. 특히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가수 전인권이 부른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를 부르자 다 함께 열창했다.
이외에도 시민들은 홍보 피켓, 자유 발언대를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강정마을 해군기지 구상권 청구 철회, 사드도입 철회 등 다양한 의제를 쏟아냈다.
이날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1년 사이에 참 많은 일이 있었고 그 사건을 통해 나 또한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시민들의 힘이 우리 사회를 바꾸어나갈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당초 광화문 집회는 행사 종료 이후 청와대로 행진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집회를 재현하면서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을 호소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이 청와대 행진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비판의 여론에 직면하면서 행진은 취소됐다.
같은 시각 여의도에서는 촛불파티가 열렸다. 촛불파티는 여의도 산업은행 인근에서 진행했다.
이들은 광화문 집회에 반감을 드러냈다. 특히 청와대 행진을 하겠다는 광화문 집회 주최단체를 ‘수구좌파’라고 지칭하고 정면으로 비판하는 등 대립각을 세웠다.
이에 일부는 “촛불 민심은 청와대가 아닌 국회로 향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현 정권에 우호적인 생각을 가진 시민들을 주축으로 여의도에서 촛불 1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칼끝을 겨냥했다. 국가정보원 국내정치 개입논란, 중소기업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의 책임을 물었다. 주최 측은 시민들에게 쿠크‘다스’를 나눠주며 “다스는 누구 것입니까?”는 물음을 던졌다.
현장에는 핼러윈데이(10월 31일)을 맞아 다양한 분장과 코스프레를 한 시민들이 집회를 열었다. 이날 시민들은 ‘다스는 누구 것입니까?’ ‘적폐! 국정원을 개혁하라’등의 팻말을 들었다.
촛불파티는 디제잉 공연으로 막을 열었다. 가수 ‘밴이지’의 공연이 이어졌는데 “그녀를 위한 곡”이라면서 ‘She's gone’을 불렀다. 이 후, ‘해리빅 버튼’의 공연과 시민 자유발언, 시민과 함께하는 다스 체조, 적폐 시상식이 진행됐다.
촛불파티의 마지막 순서는 ‘자유한국당의 정치는 죽었다’는 의미에서 촛불파티 장소에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자유한국당 당사 앞까지 행진하고 1분간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보다 하루 앞선 27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일대에서도 촛불항쟁 1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날 기념대회는 제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노래패 동아리 ‘혼소리’의 사전 공연을 시작으로 진행됐다.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던 정권은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시민들은 “앞으로도 청산해야 할 적폐와 과제가 아직도 많다”고 입을 모았다.
홍기룡 제주평화인권센터 대표는 “앞으로도 삶의 현장에서 촛불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며 “완전히 적폐가 청산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될 때까지 우리의 요구를 외치자”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고대영 KBS 사장, 김장겸 MBC 사장 등의 퇴진 등을 요구하는 KBS, MBC 정상화를 위한 도민문화제가 열렸다. 집회에는 최승호 뉴스타파 PD도 자리했다.
최승호 PD는 “지금이 공영방송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공영방송의 몰락으로 사회가 더 망가지고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엘리트라는 선민의식과 우월의식을 다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날 문화제에서는 성산읍 일대 진행되고 있는 제2공항 건설의 강행 중단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